금융시장, 자본시장, 주식시장이 구분되지 않고 혼용되기도 하지만 사실은 모두 다른 의미예요. 가장 큰 분류는 ‘금융시장’으로, 모든 금융상품을 포함해요. 기업 관련 뉴스에는 ‘자본시장’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해당 뉴스가 주식이나 채권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예요.
선물시장과 외환시장은 주식·채권과 구분되는 별개의 금융시장이에요. 단, ETF 같은 펀드상품은 그 안에 담겨 있는 금융상품 종류에 따라 금융시장 전체를 넘나들 수 있어요. 이처럼 무엇을 거래하느냐에 따라 금융시장은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뉘어요.
자본시장의 공사구분과
중고거래(?) 마켓
투자 입문 레벨의 초보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금융상품은 역시 주식이에요. 그렇게 주식 공부를 하다 보면 ‘채권 투자는 주식 투자와 달리 안정적이고~’ 라는 설명을 생각보다 빠르게 만나죠. 그만큼 두 상품이 대중을 향해 열려 있는 시장에서 거래된다는 뜻이에요.
자본시장 중에서도 주식과 채권이 거래되는 시장을 바로 ‘공모시장’이라고 해요. 공모(Public Offering)는 기업이나 정부가 다수의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에요. 공모와 거래소 데뷔가 이뤄지는 과정을 바로 상장이라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하는 거래는 공모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가 아니에요. 기업이 처음으로 주식을 공개할 때 일반 투자자가 미리 신청해 주식을 사는 ‘공모주 청약’이 바로 주식시장의 공모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예요.
공(개)모(집)을 통해 발행된 주식과 채권은 일반 투자자와 기관투자자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어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공모시장의 핵심이며, 개방된 시장에서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예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호가창을 보면서 주식거래를 하는 시장은 뭐라고 부르냐고요? 바로 이차시장(secondary market)이라고 해요. 공모주로 시장에 처음 풀린 주식이 주인을 바꿔가며 돌아다니는, 일종의 중고거래시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the 독자 님이 요즘 뉴스에서 많이 접하고 관심을 갖게 되신 사모시장은 어떨까요?
사모시장, 돈도 많고 말도 많은 곳
사모시장은 기업이 소수의 기관투자자나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시장이에요. 영어로는 Private Market, 한자로는 私募라고 써요. ‘사생활’ 할 때 그 ‘사’랍니다. 얼마나 제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시장인지 와 닿으시나요?
사모시장은 주식과 채권시장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는 굉장히 빨라요. 투자금이 충분한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이 무척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대표적인 사모시장 유형으로는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메자닌(Mezzanine,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등이 있어요.
the 독자: 고액 자산가가 돼야 사모펀드를 찍어 먹어 보기라도 하겠군요. 😞
어피티: ‘찍먹’ 정도라면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상장할 때 주식시장에서 공모주를 청약하거나, 이차시장 매매를 하거나, 아니면 증권사 펀드매니저가 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가 사모시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공모시장보다 훨씬 규제가 적고 자금 운용도 유연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식과 채권은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기에 상장 규제며 공시 의무, 투자자 보호 규정 등이 엄격해요. 하지만 사모시장은 처음부터 제한된 사람들만 참여하기에 사적인 운영 전략에 동의를 얻기도 쉽고, 책임을 나눠지기도 간편해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자유로운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요.
손실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자산이 있는 투자자가 모이기에 사모시장에서는 공매도, 레버리지, 파생상품 등 공격적인 투자를 공모시장보다 훨씬 더 많이 해요. 아예 기업을 인수한 후 이익을 보고 팔기도 하죠. ‘사모펀드 = 뭔가 엄청나게 위험하고 탐욕적인 금융 공격수 집단!’으로 이미지가 잡혀버린 이유예요.
사모펀드를 여는 비밀번호,
500,000,000 + 50,000,000🔓
the 독자: ‘고액 자산가’의 최소 기준이 궁금해요.
어피티: 정확한 기준은 알 수 없지만, 보통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사모시장에 참여하려면 은행(PB)이나 증권사의 VIP 서비스를 통해 투자 기회를 소개받으니까 VIP가 될 만큼의 자산을 마련하면 될 거예요.
the 독자: 내가 직접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어피티: 개인이라도 투자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어야 해요. 전문투자자 자격 조건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어야 하고, 부동산 제외 순자산 5억 원에 금융소득만 1년에 5천 만 원 이상, 그리고 금융업계 경력이 있거나 금융투자 관련 고급 자격증이 있거나… 🤗
굉장하죠? 이렇게 자격을 까다롭게 해도 규모가 계속 성장할 만큼 사모시장이 잘 나가는 이유가 있어요. 큰돈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까지 큰돈은 필요하지 않은 기업들이 비상장 형태의 경영을 선호하기 시작했거든요. 스페이스X나 바이트댄스 같은 유명 스타트업은 IPO를 하지 않고 사모시장에서 기관과 고액자산가들의 대규모 투자를 얻었어요.
사모펀드의 선호 대상이 될 수만 있다면 기업은 상장하기보다 사모시장에 머무르며 자금을 조달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공개적으로 상장하면 지켜야 할 규제가 많고, 실적도 늘 좋아야 하거든요. 게다가 사모시장은 참여자들이 10년 전후로 길게 보고 투자하는 편이어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편이에요. 물론, 투자 실패 시에는 손실이 훨씬 크죠. 투자자 보호 장치도 적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