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래의 이름은 연기금 🐳

the 독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 축소하고 해외주식 비중 늘린다는 뉴스가 눈에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그래봤자 남의 투자 이야기잖아요. 🙄

어피티: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이에요. 주식 시장이 바다라면 고래랄까요? 당장 증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고, 나중에 우리가 받을 국민연금 잔고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중요한 뉴스랍니다. 😊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한 덩어리의 목돈으로 만드는 금융상품은 ‘공동 자금 형성 상품’이라고 해요. 연기금은 대표적인 공동 자금 형성 상품이에요. 연기금을 운용해 지급하는 국민연금도 마찬가지죠.


지금부터 우리의 노후를 책임져줄 연금과, 그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모아둔 돈인 연기금에 대해서 차근차근 짚어볼게요.


연기금이 냉동창고라면 

연금은 도시락이에요 🍱

연금은 개인이 일정 기간 돈을 납입하고, 특정 조건이 채워지면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제도 혹은 상품이에요. 연금을 통해 나는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요. 국민의 노후 대비는 국가를 경영하는 정부에 무척 중요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4대보험’이 되는 직장인이 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돼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연금보험료를 모아 여러 나라에 투자한 후, 운용 수익으로 만 60세 이후 퇴직자에게 연금을 지급해요. (지급 나이 기준은 앞으로 늦춰질 거예요.)


노후준비 트렌드는 확실히 변했어요. 자녀를 많이 낳던 고도성장기에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오래 일하고 돈을 적게 벌었던 대신에 대가족 문화가 있어서 부모님은 물론 조부모님과 사촌까지도 책임지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서로 손 벌리지 않고 각자 야무지게 준비하는 방향으로 성큼성큼 가고 있고, 그런 만큼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 외 기업이 제공하는 퇴직연금과 개인이 따로 가입하는 개인연금까지 노후 대비 상품들이 점점 대중화되는 중이에요. 보통 ‘삼층 연금탑’이라고 하죠.


그런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사이에는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the 독자: 같은 ‘연금’인데도요? 🙄

어피티: ‘같은’ 연금이 아니니까요? 모아서 운용하고, 지급하는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르거든요. 


국민연금은 연기금이라는 형태로 가입자 모두의 돈을 모아서 운용하는데, 국민연금의 운용 방식에 내가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 하지만 퇴직연금은 상품 종류에 따라 내가 투자할 곳을 고를 수 있어요. 오로지 내 계좌에 들어 있는 내 돈만 굴릴 수 있고요.


연금을 바쁜 직장인의 평일 점심 식사에 비유하면 재밌어요. 연금 수급을 회사에서 도시락을 먹는 것과 같다고 해볼게요. 그런데 어떤 회사는 그럴 때를 대비해 탕비실에 냉동고가 있어요. 냉동고에는 냉동 도시락이 잔뜩 쌓여 있는데 도시락값의 절반은 회사가 내고 절반은 월급에서 자동 공제돼요. 도시락이 떨어지지 않게 냉동고에 미리 채워 두는 것과 도시락 메뉴 선정은 회사 경영지원팀의 고유 업무예요. 


이 냉동고가 바로 연기금이에요. 도시락을 더 많이 먹는 사람이 더 이득을 본다는 점에서 다소 불공평할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메뉴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도시락값의 절반을 회사가 내주고, 또 바빠서 점심을 먹으러 나갈 수 없는 동료들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내복지제도예요.


그런데 어떤 회사는 그런 복지제도가 없어요. 그래서 바빠질 것 같으면 내가 미리 도시락을 싸서 들고 가거나 배달앱으로 점심식사를 배달시켜 먹어야 해요. 회사는 도시락값의 절반을 내주지도 않고, 딱히 냉동고를 제공하지도 않아요. 귀찮고 돈이 더 들지만 대신 내가 먹고 싶은 도시락 메뉴를 선택할 자유는 보장돼요. 내가 필요할 때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공평해요. 아무도 내 도시락에 간섭할 수 없죠.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이 바로 여기에 속해요. 연기금이 없는 연금이에요. 


다만 아무리 그래도 과한 메뉴는 피해야 하겠죠. 사무실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일 수는 없으니까요. 퇴직연금으로 고위험 고수익 선물옵션 투자를 할 수 없는 정도의 제한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연금과 연기금의 관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기금은 

‘4+a’곳이에요

연금을 ‘연기금’ 형태로 운용한다는 건 그만큼 공익적 성격이 있다는 거예요. 국가가 이 정도까지는 책임진다는 의미와 함께, 그간 나라를 위해 고생했다는 감사의 의미가 함께 있어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기금은 국민연금기금, 공무원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군인연금기금, 산재·고용보험기금 다섯 개예요. 이 중에서 산재·고용보험기금은 업무상 각각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를 위한 보험료와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보험 성격이 강해서 준연금기금으로 따로 빼기도 해요. 


우리나라 4+a 연기금 특징

국민연금기금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연기금이자, 국민 모두가 대상인 공적연금 재원

  • 운영 주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 규모: 약 1000조 원 이상 (2024년 기준 세계 3위권)
  • 수급 대상: 만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모든 국민
  • 운용 방식: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등)
  • 특징: 2060년대에 적립금 고갈 전망 → 지속가능성 논의 활발

공무원연금기금

직업 특성상 이해충돌 여지가 커서 투자가 실질적으로 금지된 공무원의 노후준비를 위해 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

  • 운영 주체: 공무원연금공단
  • 수급 대상: 공무원(국공립 교사 포함)
  • 특징: 과거에는 고수익·고혜택 제도였으나, 적자 누적으로 2015년 구조조정
  • 현재는 국고 보전 비율이 높고, 일부 적자 상태
  • 운용 방식: 국내외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사학연금기금

같은 교육을 제공하나 신분이 불안정한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금제도 운용 기금

  • 운영 주체: 사학연금공단
  • 수급 대상: 사립학교 교직원
  • 특징:구조는 공무원연금과 유사하며, 공적연금이지만 민간재단 소속 교직원 대상
  • 운용 규모: 약 50조 원 수준

군인연금기금

현역 군인 및 예비역 대상 연금 재원

  • 운영 주체: 국방부 산하 군인연금공단
  • 특징: 예편과 퇴역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뤄지는 군 특성상 평균 수급 기간이 길고, 가입 기간은 짧아 구조적 적자가 발생, 대부분 국고 지원에 의존

근로복지공단 산하 산재·고용보험 기금 (준연기금)

정확히는 ‘보험기금’이지만, 장기 운용자금으로 연기금 성격을 띠고 있음

  • 운영 주체: 근로복지공단
  • 용도: 산재보험기금은 업무상 재해 보상,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 고용안정사업 등
  • 운용 방식: 일부 자산을 채권·예금 등 안정적으로 운용
  • 특징: 4대보험 중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에 속함

주식과 채권 시장 등 자본시장에서 

연기금은 사실상 시장조정자예요 

연기금은 큰돈이 모여 있는 만큼 자본시장에서 큰 역할을 해요. 특히 국민연금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큰손’이에요. 단순히 돈이 많다는 의미를 넘어서, 시장 안정성, 투자 심리, 기업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주식시장의 무게추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국민연금기금 운용 자금 규모는 압도적이에요. 2024년 기준으로 약 10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중 약 200~250조 원 가량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중이에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약 7~8% 수준에 달하는 수치로, 우리나라 증시는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조정되기도 해요.


그렇다 보니 국민연금은 단순 수익률 목표 달성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질서 수호자 의무도 지고 있어요. 일단 단기 매매를 지양하고 장기·분산투자 전략을 택하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지는 시점에 연기금이 매수에 나서서 지수를 방어하기도 해요. 연기금이 나서면 투자자들은 ‘여기서 더 빠지진 않겠구나’라며 심리적으로 안정돼요. 


‘주주’로서도 영향력이 커요.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며, 기업의 배당 정책이나 이사 선임, ESG 경영 방침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며 점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인데요, 실제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남양유업 경영권 분쟁 등에서도 국민연금의 입장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어요.


정리해 볼게요.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들은 자금 규모, 장기 투자 성향, 주주권 행사 등 여러 방면에서 단순한 투자자를 넘어선 ‘시장 관리자’ 내지 ‘그림자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국내 증시에서는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이 어디에 투자하는가, 언제 매수하거나 매도하는가, 어떤 기업의 주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가’ 살피는 것이 매우 중요한 투자 리터러시 중 하나예요.


퇴직연금을 연기금으로 

만들자는 주장이 있어요 

평균 수익률이 2%대에 머무르는 퇴직연금과 달리 국민연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수익 투자자예요. 그렇다 보니 요즘에는 퇴직연금을 ‘연기금처럼 만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요. 퇴직연금은 본래 개인별로 따로따로 관리되는 구조라서, 연기금처럼 거대한 자금을 모아 공동 운용하진 않거든요.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쪼개진 퇴직연금 자산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실제로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24년 기준 370조 원을 넘겼는데요, 그중 절반 가까이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어 투자수익률이 낮아요. 이렇게 낮은 수익률로는 은퇴 후 삶을 대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래서 나오는 제안이 바로 ‘연기금화’예요. 퇴직연금을 모아서 더 큰 규모의 자금으로 만들고, 이를 전문적으로 운용하면 국민연금처럼 장기·분산투자 전략을 통해 더 나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퇴직연금도 일정 부분 장기 자산인데, 그걸 금융회사에 맡겨두기만 하는 지금의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주장이에요.


물론 개인별 선택권, 운용자 책임, 시장 다양성 같은 장점도 있어서 당장 국민연금처럼 만들 수는 없지만, 퇴직연금을 ‘집합 운용 구조’로 바꾸자는 논의는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요. 퇴직연금이 단순한 저축을 넘어서 진짜 노후소득 보장 수단이 되려면, 이제는 구조 자체를 고민할 시점이거든요.


어떤 맥락으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연기금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 국민연금이 분쟁을 끝낼 캐스팅보트로 꼽혔는데, 국민연금은 분쟁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대신 오를 대로 오른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 팔아 차익을 냈어요. 그 외에도 … (2025.1.15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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