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그만두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던 적도 있나요?
- 슬기 (32세, 마케터): “쉬면서 보낸 3년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어요.”
저는 25살부터 약 4년간 일하다가 30살이 되던 해에 퇴사했고, 이후 약 3년 정도 구직 활동 없이 쉬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 당시엔 번아웃이 심각해서,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했죠. 야구도 보고, 친구와 풋살도 하고, 오전엔 운동하고 마라탕 한 그릇 먹고 집에 와서 낮잠 자고, 강아지 산책도 시키고… 정말 오롯이 저를 위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 시기에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지금 회사 생활도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3년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멜멜 (34세, 홍보마케팅): “다른 분야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쉬고 있어요.”
지금 퇴사 후 쉬는 중이에요. 10년 동안 일하면서 쉬지 않고 계속 이직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돼 몸이 안 좋아지기도 했고, 한 업계에 오래 있다 보니 다른 분야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잠시 멈추게 됐죠. 쉬는 동안 국비 지원 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현직 실무자들과의 격차 때문에 직무 전환이 쉽지 않다는 벽을 느껴서 고민이 생기긴 했어요.
- 또네 (32세, 프리랜서):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22살 무렵 첫 일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해온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막상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괜히 죄책감이 들고 용기가 안 나요. 쉬는 법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 쭈꾸미볶음 (29세, 요식업 관리자): “3개월 쉬었는데, 처음엔 자유롭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커졌어요.”
퇴사 후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3개월 정도 쉰 적이 있어요. 처음엔 자유롭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이 점점 커졌죠. 뚜렷한 계획 없이 일을 그만둔 거라 미래를 생각하면 막막하고, 수익도 없으니 크게 부담되더라고요. 진로를 바꾸고 싶었는데, 명확한 목표는 있었지만 제가 가고자 하는 직업군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 막막했어요.
취업 공백기 동안 어떤 것들이 필요했나요?
- 튤립 (26세, 컨설팅): “취업을 준비할 때 현실적인 진로상담이 필요했어요.”
전 취업을 준비할 때 현실적인 진로상담이 필요했어요. 적성 검사 몇 개 하고 해석해 주는 형식적인 상담이 아니라, 실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연봉은 어느 정도인지, 경력의 흐름은 어떤지 등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했거든요.
- 고고 (26세, 취준생): “정부의 취업제도는 취지는 좋지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요.”
정부의 취업 지원 제도는 취지 자체는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로 국비지원 프로그램과 취업지원금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는 체감하지 못했어요. 제도 운용 방식이나 실질적인 연결고리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금은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예산만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 태태 (30세, 기획자): “잘 쉬는 법을 알려주는 문화나 시스템도 필요해요.”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무직자나 취준생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낙인이 찍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지금 청년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열악해요. 일자리는 적은 데다가 회사에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보상은 초라하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공백기를 가진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제도적 도움도 있지만, 이들 개개인을 게으르다고 탓하는 인식이 변화되는 것이 우선 아닐까요? 잘 쉬는 법을 사회적으로 알려주는 문화나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쉼도 하나의 경험이고, 삶의 일부니까요.
- 수잔 (30세, 취준생): “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이 불편해요. 삶을 이분법적으로만 나누는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거든요.”
저도 ‘그냥 쉬었음’이라는 표현이 불편해요. 삶을 ‘일하거나, 쉬거나’로만 나누는 이분법적 시선이 담겨 있는 것 같거든요. 저는 공백기 동안 글쓰기 수업도 듣고, 집안일을 하는 등 제 삶을 돌보는 데 집중했어요. 단지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쉰 사람’으로 분류되는 게 아쉬워요. ‘일을 안 하면 생산성이 없다’는 시선이나, 그런 사람을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사회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피티의 코멘트
최근 발표된 고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수가 증가한 와중에 청년 고용률은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쉬었음’ 인구는 전년 대비 4만 명 넘게 늘었는데요. 이렇게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노동 시장에서 소외되면, 국가 차원에선 큰 손실이에요.
개인의 영역으로 바라봐서는 상황을 개선하기 어려워요.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기업들은 신입을 채용해 교육하기보다는 일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해, 사회초년생들의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요. 이와 별개로, ‘쉬었음’ 청년 다수가 ‘직장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요. 막상 취업했어도 근무 환경에 실망하거나 적성이 맞지 않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이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건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들을 낙인찍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보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우리나라의 획일화된 교육 아래에서는 사회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바랄 가능성이 크고, 이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 더 큰 좌절감에 빠지기 쉬워요. 청년들에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각자의 속도를 인정해 주면 어떨까요. 시간을 갖고 쉬면서 스스로에게 집중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는 ‘갭 이어’(다양한 활동을 하며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는 기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청년들이 불안에 떨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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