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티, 수리 후 판매 중인 물건들
수리상점 곰이 문을 여는 데 큰 영향을 준 개념인 ‘수리권’은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그 제품을 직접 수리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수리받을 권리를 말해요. 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우리는 불필요하게 새 제품을 사야 하고, 고칠 수 있는 물건들이 죄다 전자 폐기물이 되어버리죠.
이미 유럽과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수리권을 보장하기 위한 흐름이 빠르게 진행 중이에요. EU는 2024년부터 소비자 수리권(R2R)이 공식적으로 발효되었고, 프랑스는 2021년부터 제품마다 ‘수리 가능성 지수’를 표시하게 했어요. 미국 일부 주에서는 ‘수리권 법안’이 통과됐답니다.
한국에서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어요. 일부 기업들이 자가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도화보다는, 기업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겨진 수준이라고 해요. 제품을 쉽게 고칠 수 있게 설계하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고칠 수 있는 환경이 빨리 마련되기를 바라요.
수리상점 곰손에서 고친 건, 어쩌면 물건만이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무언가 망가졌을 때, ‘고쳐 쓸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내 손으로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나니 훨씬 더 자유로워진 기분이었어요. 내 마음과 태도를 고치고 나니 앞으로는 ‘버릴까?’보다는 ‘고칠 수 있을까?’를 먼저 질문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