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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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독자: 루이14세도 등장하고, 계정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배웠지만 정작 복식부기가 뭔지 알려주시지 않았어요.
어피티: 이제까지 해온 게 다 복식부기인데요?!
the 독자: 복식부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겠죠! 복식부기가 김밥이라면, 단무지와 햄에 대해서 설명을 들은 기분?
어피티: (정확해)
신용카드는 ‘미지급금’, 빚이지
신용카드 사용 예시를 들어 복식부기를 설명해 볼게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금 결제 시점입니다.
체크카드는 카드를 긁는 순간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지만, 신용카드는 거래 내역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지정된 결제일에 한 번에 카드사로 빠져나가요. 달리 말해 카드사에 빚을 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신용카드 결제, 복식부기로는?
어피티는 지난 1월 15일에 40만 원짜리 헤드셋을 사고, 신용카드로 계산했습니다. 이 상황을 회계적으로(?) 쓰면 이렇게 됩니다.
T계정의 왼쪽에는 들어온 헤드셋과 그 가격을 써요. 오른쪽에는 신용카드로 긁었지만 아직 통장에서 빠져나가지는 않았다는 의미인 ‘미지급금’이라는 계정과목과 함께 가격을 적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 결제일에는 어떻게 될까요?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은 매달 말일이라고 가정할게요. 위의 그림에서 2023년 1월 31일, 통장에서 40만 원이 출금되면서 미지급금이 사라집니다. 이제 카드사에 내가 진 빚은 없어졌어요.
거래의 이중성, 그것이 바로 복식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계정 과목이 오른쪽과 왼쪽을 옮겨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거래의 8요소예요.
조합 예시 ①
- 왼쪽: 내 손 안에 들어온 헤드셋 – 내 자산의 증가
- 오른쪽: 신용카드 결제 – 내가 갚아야 할 부채의 증가
조합 예시 ②
- 왼쪽: 카드 대금이 빠져나감 – 내가 갚아야 했던 부채의 감소
- 오른쪽: 통장에서 잔고가 깎임 – 내가 갖고 있던 자산의 감소
이렇게 T계정의 오른쪽과 왼쪽이 한 묶음으로 짝이 됩니다. 회계상의 거래라는 게 그렇습니다. 돈이 나가면 돈이 나간 만큼 자산이나 서비스가 들어오고, 돈이 들어오면 돈이 들어오는 만큼 누군가 나에게 졌던 부채를 갚은 거예요.
오른쪽과 왼쪽이 일으키는 환상의 하모니를 두고 바로 ‘거래의 이중성’이라고 해요. 모든 계정 과목은 거래의 8요소에 따른 자신만의 짝이 있답니다.
‘복식’이라는 말, 처음은 아닐걸요?
T계정의 왼쪽과 오른쪽 합계 금액은 언제나 같아야 해요. 만약 금액이 맞지 않다면, 어디선가 거래금액이 누락되거나 잘못 더해진 거예요.
테니스나 탁구 경기에서 두 명이 한 쌍으로 나와 총 4인이 경기하게 되는 팀 경기를 복식경기라고 해요. 여기서의 ‘복식’과 복식부기의 ‘복식’은 같은 한자(複式)를 쓴답니다.
오른쪽과 왼쪽이 항상 같이 다니고, 각자의 숫자를 다 더했을 때 합계는 서로 같아야 해요. 그것이 바로 복식부기입니다.
할부, 사실 엄청 어려운…
그렇다면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을 때는 분개가 어떻게 될까요? 일단 결제할 때 분개는 아까와 똑같습니다. 달라지는 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갈 때죠. 4개월 무이자 할부를 했다고 가정할게요.
헤드셋 가격은 총 40만 원이고, 앞으로 4개월에 걸쳐 40만 원이 빠져나갈 예정입니다. 2023년 1월 31일에는 1회차 할부대금 10만 원이 나갔어요.
이후 2~4회차에 걸쳐 매달 통장에서 10만 원씩 빠져나가면서 네 차례에 걸쳐 미지급금 계정을 깎아내게 됩니다.
결산이 필수인 복식부기
뭔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다고요? 맞아요. 복식부기는 연속된 거래로 기록하기 때문에 ‘결산’이 필수입니다.
미지급금을 한 번에 모아본다거나, 나의 자산별로 발생한 거래를 모아보면서 회계장부를 만드는 거죠. 복식부기의 핵심적인 장점은 정확한 결산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에요.
복식부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위해 우리는 다소 많은 부분을 생략해가며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다음 화부터는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을 다시 한번, 교과서 순서대로 살펴볼게요.
필진의 코멘트
- 정인: 여기 나온 분개는 전산세무회계2급 기출문제를 응용한 분개예요. 기본이긴 하지만, 마냥 쉬운 내용은 아니라는 뜻이랍니다. 중간에 생략된 내용이 많아서 이해가 어려운 게 당연해요. 다만 어떤 느낌인지 분위기를 파악하시면 돼요. 생략된 내용은 앞으로 천천히 짚어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