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독자: 저도 이제 코인 투자 해서 부자 좀 돼보려고요.
어피티: 오, 큰 결심하셨네요! 어떻게 투자하시려고요?
the 독자: 그냥… 캐시 충전하듯이 비트코인 사서 지갑에 넣어두면 되는 거 아니었어요?
어피티: 아이고. 그 가상자산이라는 것이 말이죠…
우리가 가상자산을 알아야하는 이유
24년 하반기 기준,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0조 원이 넘어요. 이용자 수도 970만 명이나 된다고 해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 ‘코인 하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던데, 괜히 덤볐다가 다 날리는 거 아냐?’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면서도, ‘나만 빼고 다 하고 있는 거 아니야? 하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요.
각자의 투자 성향과 목표가 다른 만큼, 무조건 다른 사람을 따라서 투자를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가상자산은 더 이상 예전처럼 ‘가즈아!’로 요약되는 투기성 자산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어떤 시장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투명성, 안정성, 그리고 법적 보호가 필수적이죠. 점차 국내외로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적 규제가 마련되고, 이미 주식처럼 소득에 대한 세금도 부과하고 있는 나라도 많아요. 국내에선 24년 7월부터는 첫 가상자산 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고, 가상자산 투자소득세도 27년 1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에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2024년을 분기점으로 가상자산시장에 기관투자자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어요. 미국을 ‘가상 자산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로 가상자산들의 가격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이제는 포트폴리오 리스크 분산과 수익률 확대 차원에서 가상자산을 주목할만 해요.
가상자산 vs. 사이버머니?
가상자산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손에 잡히지 않는 디지털 화폐라는 의미에서 사이버 머니와 비슷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 사이버 머니는 기업이나 플랫폼이 발행하고, 사용 범위가 제한적인 디지털 화폐예요.
- 네이버 페이 머니, 카카오톡 초코, 항공사 마일리지, 싸이월드 도토리 등이 그 예죠.
-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발행·거래되는 디지털자산을 통칭하는 말이에요.
-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있어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NFT, 토큰증권(STO)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암호화폐는 우리가 잘 아는 ‘코인’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발행 방식에 따라 코인과 토큰으로 나눠지거든요.
아니, 코인이면 코인이지 토큰은 뭐고, 블록체인은 또 뭔가 싶죠? 하나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가상자산의 종류
블록체인(Blockchain)이란 누가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거래했는지를 공개 장부(블록)에 기록하는 기술이에요. 그 블록들이 하나하나 풀기 어려운 암호로 ‘체인’처럼 연결되어, 누군가가 조작하거나 속이기 어렵게 만들어졌어요.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증인’인 셈이죠.
이 블록체인 위에서 탄생한 것이 암호화폐(Cryptocurrency)예요. 블록체인의 암호화 기술 덕에 중앙에서 감시하는 기관이 없어도 서로를 믿고 거래할 수 있어요.
암호화폐는 코인과 토큰으로 나눠지는데요.
- 코인은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가진 가상자산이에요.
-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 등이 있어요.
- 토큰은 기존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발행되는 가상자산을 말해요.
- 다양한 목적에 따라 분류되고 종류가 수천만 개에 달해요.
엄밀히 따지면 스테이블코인도 코인보다는 ‘토큰’으로 봐야 해요. 세계 1,2위 스테이블코인인 USDT(테더)와 USDC(서클)은 자체 블록체인 없이 이더리움이나 트론, 솔라나 등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돼요. 그런데도 ‘스테이블토큰’이 아닌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관행적으로 토큰이든 코인이든 ‘코인’으로 부르기 때문이에요. 실제 결제에서 화폐처럼 사용되는만큼 코인이라는 말이 익숙하기도 하고요.
비트코인 말고는 다 뭐다? 알트코인!
대표적인 가상자산으로는 최초의 암호화폐 비트코인이 있어요. 2008년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흔들렸던 사건 이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익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중앙화된 기존 금융 시스템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정부와 은행 없이도 직접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렇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그의 철학에 공감한 사람들이 점차 비트코인을 주목하기 시작했죠.
비트코인은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기축 통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전체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60%가 넘어요. 비트코인은 총량이 2100만 개로 한정되어 있다 보니 ‘디지털 금’으로도 불려요. 그런데 비트코인에는 단점이 있었어요. 전송 속도가 느리고, 수수료가 비싼 편이라 활용도가 낮았죠.
이런 비트코인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이더리움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들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거래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해서 사용성을 높인다거나, 각기 다른 목적과 용도에 특화되어 있어요. 비트코인을 제외한 이런 모든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라고 불러요.
1:1은 뭐다? 스테이블코인!
그런데 암호화폐들이 현실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가격 변동성이 너무 심했거든요. 이렇게 하루아침에 가격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산은 실제 거래나 송금 시에는 쓰기 어려워요. 예를 들어, 어제는 A코인 1개를 주고 붕어빵 10개를 사 먹을 수 있었는데, 내일이면 A코인 1개에 간신히 붕어빵 1개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아무도 A코인을 화폐로 쓰고 싶지 않을 거예요. 신뢰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금융 거래에서 A코인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그래서 나온 것이 스테이블코인이에요. 스테이블코인이란 ‘stable’(안정된)과 ‘coin’(코인)의 합성어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가상자산이에요.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는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발행된 액수만큼 실물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있어요. 달러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인 USDC(서클)의 준비금 잔고에는 달러 자산(현금, 예금, 단기 국채 등)가 있어요. 언제든 스테이블코인 1개를 가진 사람에게 1달러를 돌려줄 수 있도록요.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는 이유(feat. 국채와 달러)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준비금’ 때문이에요. 7월 17일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명문화한 ‘지니어스(GENIUS) 법안’이 통과됐어요. 이 법안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반드시 코인 발행 금액만큼 동일한 가치의 준비금을 1:1로 보유해야 해요. 그리고 이 준비금은 ‘달러로 표시된 저위험성 자산’(현금, 예금, 만기 93일 미만의 미국 국채 등)에 한정했어요. 즉,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질수록 달러의 쓰임이 더 커진다는 뜻이에요. 미국 달러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죠. 현재 시장에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9%는 달러에 연동되어 있어요.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준비금으로 단기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은 어마어마한 국가부채로 인해 연이은 ‘신용등급 강등’을 맛본 미국이 자신들의 ‘빚을 떠넘길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죠.
7월 4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각종 감세 정책을 연장하는 내용과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부채한도)를 5조 달러로 높이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 법안으로 인해 앞으로 10년간 미국 연방 정부의 부채가 약 3조3000억~3조4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날 거라는 분석이 나와요.
빚을 낸다는 건 국채를 더 많이 찍어낸다는 뜻인데요. 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국채 가격은 내려가고 그만큼 금리는 올라가게 돼요. 문제는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가 갚아야 할 이자도 늘어난다는 점이에요. 안 그래도 미국은 이미 연간 이자 비용으로 GDP의 3% 넘게 지출하고 있어요. 연간 국방비보다 많은 수준이에요.
안전자산으로 불리던 미국의 국채 금리는 그 신용에 의문이 들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관세정책과 재정 적자 등으로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거죠. 우방국들마저도 미국 국채 사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미국에는 국채를 사줄 곳이 필요해요.
이 와중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묘수가 등장한 거예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어나면 준비금을 채우기 위해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나요. 결국 국채 금리 안정에 도움이 되겠죠. 반면 스테이블코인 규모 자체가 미국의 천문학적인 빚을 해결하기에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어요. 하지만 2030년에는 2조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스테이블코인, 실물 화폐의 대안이 될까
이용자 입장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꽤 유용해요.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사서 거래소나 플랫폼에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어요.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되면서 발행 주체가 이자를 지급하는 건 금지됐지만, 유통사에서는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나들며 편리하게 송금할 수 있어요. 수수료도 저렴하고 결제 시간도 줄어들어요. 기존 카드 결제처럼 가맹점, 매입사, 발급사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라틴 아메리카 등 결제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현지 통화의 대안이 되고 있어요.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도 해요.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에요. 화폐가치 안정적이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통화를 대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통화 주권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요. 자본의 해외 유출도 쉬워 금융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고요.
스테이블코인을 100% 안전 자산으로 보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해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자산과 1:1로 연동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발행사의 준비금에 문제가 생기면 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디페깅’(코인이 목표로 하는 가치와의 연동이 깨져서 괴리가 생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 경우,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스테이블코인을 팔려는 대규모의 환매(코인런)이 나타날 수 있고요. 실제로 USDC의 발행사 ‘서클’이 2023년에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전체 준비금 중 약 8%를 예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USDC가 1달러 이하로 하락하기도 했어요. 미국 정부가 SVB에 예치된 돈을 보호하겠다 발표하면서 다행히 1달러 선을 회복했죠.
앞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더 커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국채 시장과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만약,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신뢰가 깨져 코인런이 일어나면 발행사는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기 위해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던 국채를 단기간에 대량으로 매도해야 해요. 이럴 경우, 국채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가격이 폭락하고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약화될 수 있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가상자산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