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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질 결심 ⚰️아름다운 이별을 위하여

글, 정인

📌 경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품을 어피티가 소개한다? 네, 그렇습니다. <어피티 인생극장>은 드라마, 영화를 주제로 경제 이야기를 줄줄 떠드는 시리즈로 기획되었어요. 스포일러 없이 영화 추천도 받고 얼떨결에 경제상식도 얻어갈 수 있는 어피티 인생극장 시리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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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

장르: 멜로, 로맨스

추천인: the 독자

the 독자의 별점: ⭐⭐⭐⭐⭐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여주인공, ‘서래(탕웨이 분)’의 대사입니다. 남자 주인공인 부산 서부경찰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은 중년 남성이 암벽 등반 중 추락해 사망한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데, 서래는 사망한 남성의 아내입니다.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서래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마침내’라니, 죽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섞이지 않고서야 하기 어려운 표현이지만, 재중동포인 서래는 우리말이 서투릅니다. 

늘 품위를 유지하던 ‘서래’

서래는 부산에서 노인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사 중, 해준은 서래를 경찰서로 소환해요. 하지만 서래는 할머니를 돌봐야 해서 경찰서에 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해준은 남편이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출근할 수 있냐고 묻고, 서래는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수는 없다고 답해요.

서래는 정중한 데다, 항상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해준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건 해준도 마찬가지예요. 서래가 대한민국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의 외손녀라는 사실도 영향을 주었죠.

‘재외동포’ 하면 먼저 떠올렸던 것

the 독자: 재중교포, 재일교포, 동유럽 고려인, … 재외동포의 이야기에는 복잡한 한국 근현대사가 얽혀있죠.

정인: 그쵸. 당시 나라가 망했다가 생겼다가 갈라졌다가 하는 거대한 흐름 속에 개개인의 의지 같은 건 낙엽보다 힘이 없었어요.

혼란 속, 분단된 상황에서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워, 해외에서 살던 곳에 눌러앉으며 재외동포로 남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재외동포라고 하면 재중교포를 떠올리지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재일교포를 먼저 떠올렸어요. 36년간 강점 당하면서 ‘행정적으로 같은 나라’였던 만큼,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일본에 가야만 했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고도성장기에 일본과 경제적으로 가깝기도 했고요. 

1999년 생긴 재외동포법은 200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재일교포를 우대하고 고려인과 재중동포는 배제할 정도였어요.

the 독자: 재일교포가 그렇게 중요한 존재였군요. 저는 ‘일본’ 하면 고령화를 먼저 겪어서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참고해야 한다는 정도만 알았는데 말이죠.

정인: 그건 맞아요. 노인 요양, 장례 문화와 장례 시장 등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많답니다.

영화도, 인생극장의 딴 얘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초고령화 사회, 그리고 헤어짐의 산업

일본에는 ‘종활산업’이라는 분류가 있어요. 마칠 ‘종(終)’ 자에 활동할 때의 ‘활(活)’ 자를 사용합니다. 바로 사망 준비와 사망, 장례에 관한 산업이에요. 

고령화 사회라는 건, 그만큼 사망이 흔한 사회라는 뜻입니다. 종활산업의 규모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에서 종활산업 시장 규모는 이미 5조 엔대에 달해요.

종활산업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이 유골 문제입니다. 땅에 유골을 묻고 봉분을 만드는 매장은 이미 사라진 문화가 되었어요. 땅값이 비싸고 사후 관리도 어렵거든요.

그래서 대다수가 화장을 치르지만, 일본에서는 화장마저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납골당 공간이 모자란 데다, 납골당에 보관한다고 하더라도 역시 사후 관리가 어려운 시점이 오니까요.

우리나라 장례 문화도 급변하는 중

the 독자: 일본처럼 빠르게 늙어간다는 우리나라에도 곧 닥칠 상황이겠네요.

정인: 일본과 우리나라는 참 비슷한데 정말 다르기도 해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장례 문화도 무척 빠르게 바뀌긴 했어요.

1993년에 19.1%이었던 화장률은 30년이 흐른 2022년 기준 90%로 늘어났습니다. 화장장 이용 수요도 커졌지만, 부지 선정만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라 항상 화장장이 부족하다는 뉴스가 등장해요. 

앞으로도 화장장 부족 문제는 계속 언급될 거예요. 2022년 사망자는 37만여 명이었는데 2030년대에는 50만 명 대, 2040년 이후에는 연간 60만~70만 명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슬픈 일이지만 앞으로 계속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 만큼, 종활산업을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장례 플랫폼 서비스가 카카오벤처스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어요. 

아직 부족한 상조 서비스

the 독자: 우리나라의 종활산업이라고 하면 저는 상조서비스가 제일 먼저 떠올라요. 상조서비스 업황은 어떻대요?

정인: 시장은 꾸준히 커지는데, 폐업률도 높고 소비자 피해도 많대요.

국내 상조서비스 규모는 2022년 기준 7조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이용하기 꺼려지는 서비스인 데다, 실제 이용하는 시점에는 대단히 경황이 없을 상황이다 보니 서비스의 질이 나빠도 제대로 항의하기가 어렵죠. 

폐업한 업체가 그간 낸 돈을 돌려주지 않아도 아직 환불 관련 법안조차 없는 현실입니다. 관련 법안이 계속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요.

한국은 호황, 일본은 불황

우리나라 장례업계는 호황에 들어선 단계입니다. 20년 전인 2002년 기준 569곳이었던 장례식장이 2022년에는 1,107곳으로 두 배 늘었어요. 예식장이나 PC방 등, 젊은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업종이 급격한 감소 추세인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에요. 

반면, 일본 장례업계 종사자들은 업계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해요. 무연고자나 독거노인 사망이 늘었고, 인구 감소와 장례 문화 변화가 겹쳐 유족도 문상객도 감소해서 장례업계의 수익성이 줄었거든요.

모든 ‘헤어짐’에 대한 은유

영화 <헤어질 결심>은 멜로, 로맨스 장르이지만 수사와 추리가 중요하기도 해서 여기서 더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이 영화를 보실 때는 영화의 씬들이 ‘헤어짐’에 대한 은유라고 생각하고 감상해 보세요. 

죽음, 혹은 헤어짐이 내 마음속에서는 끝없이 밀려왔다 쓸려가는 정서적 파도지만 현실에서는 결국 ‘To-do’와 ‘Not-to-do’로 판단하고 처리해야 할 하나의 문제라는 사실을 얼마나 잘 표현했는지 음미하실 수 있을 거예요. 

<헤어질 결심>을 감상할 수 있는 OTT는?


필진의 코멘트

  • 정인: 사실 헤어짐이란 참 불편한 주제예요. 불편한 주제들은 마음 속이나 예술작품 속에서는 굉장히 아름답고, 현실에서는 너절하고 거친 경우가 많아요. 그 괴리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것이 인간성 아닌가 싶어요. 다 피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안타깝게도 살면서 그런 사건을 한 번도 안 겪기는 어렵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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