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유럽 여행을 가서 찍은 사진이에요.
원래 여행은 취미가 아니었는데, 유럽은 같은 지역을 또 가고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프롤로그
승진도 좋지만, 지식을 쌓고 커리어를 발전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스물다섯 살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쭉 일했고, 최근에는 이직에 성공해서 새 회사에 적응하고 있어요.
현재 IT 업계 5년 차 디자이너 입니다. 매일 새벽 3시까지 이어지는 업무를 2년 정도 했는데요. 그 때문에 시력을 잃고 디스크를 얻어 지금까지 고생 중이에요. 요새는 요가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알파걸이 되고 싶어 발악하지만, 집에 들어오면 헛헛함과 상실감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소비패턴이 지금까지 이어져 적지 않은 카드값에 허덕이고 있는 이 시대의 직장인입니다.
머니 프로필
- 나이: 29세
- 하는 일: IT 업계 스타트업 / 디자인팀 / 5년 차 / 사원 / 웹디자인
- 초봉(세전): 2,200만 원
- 현재 연봉(세전): 4,200만 원
- 최대 연봉 상승 폭: 700만 원
- 최대 연봉 하락 폭: 0만 원
나의 연봉 이야기
① IT 기업 수습 기간 3개월 · 월급 90만 원
대학을 졸업하고 3개월 만에 IT 기업으로 취업했어요. 초봉 2,200만 원으로 계약했지만,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었습니다. 이때 월급이 들쭉날쭉했는데, 제가 너무 어려서 재무팀에 찾아가 보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었습니다. 야근도 정말 많았습니다. 택시비가 없어서 버스 막차를 타려고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② IT 기업 정규직 디자이너 · 연봉 2,200만 원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고 정규직으로 전환됐어요. 저는 신입 디자이너라도 2,200만 원이라는 초봉이 정말 적다고 생각하는데, 주위에는 그보다 더 적은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무서웠고, 새로운 구직활동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현실에 타협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했어요.
③ IT 기업 정규직 디자이너 · 연봉 3,510만 원
입사하고 7개월 뒤에 첫 연봉협상을 가졌고, 이후 같은 회사에서 4년간 총 네 번의 연봉협상을 했어요. ‘단짠단짠’이 명확했습니다. 첫해 700만 원, 두 번째 120만 원, 세 번째 340만 원, 네 번째 50만 원의 연봉을 인상했습니다.
마지막 해 50만 원은 진짜입니다. 이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았고, 스스로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어요.
③ IT 업계 스타트업 · 연봉 4,200만 원
첫 이직이어서 면접만 합격하면 장땡인 줄 알았는데, 이후 과정이 더 험난하더군요. 퇴사와 입사 날짜 조율, 이직할 회사의 인사팀과 팽팽한 신경전, 연봉협상 등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래도 연봉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어요. 가장 큰 이직 사유였으니까요. 저는 최소 20% 인상을 원한다고 요구했고, 결국 연봉 4,200만 원으로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근무 시간도 단축되었고 야근비 지급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였기에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대신, 직급의 상승이나 개인적인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을 꿈꾸며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후회하는 것
첫 회사 생활을 2,200만 원으로 시작한 게 가장 후회가 됩니다. 초봉이 이후 나의 연봉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경력직으로 이직해도 대부분 이전 직장에서의 연봉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따지거든요.
저는 4~5년 차에 직급 있는 경력직으로 이직할 때, 연봉 문제로 애를 먹었어요. 만약 적은 연봉으로 시작했다면, 1~2년차쯤, 중견~대기업에 중고 신입으로 지원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연봉협상에서 기억나는 질문
‘1년동안의 성취를 정확한 수치와 결과로 말할 수 있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카드 뉴스 템플릿을 바꿔서 고객들의 주목성이 높아졌다? 브랜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아무리 정성적인 노력을 쏟아내도 숫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어요. 그 때문에 수치로 성과를 설명하는 기획자, 개발자보다 연봉협상 결과가 좋지 못했죠.
저는 이 부분이 디자이너가 자신을 포지셔닝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도 숫자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록하고, 데이터를 다루는 습관이 필요해요.
에필로그
되돌아보니 제가 연봉협상에 참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동적으로 주는 돈에 만족하며 지냈던 4년이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분명 부당함을 느낄 때도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는데 저의 감정을 외면했어요.
사회초년생 때, 많이 들었던 말은 ‘디자이너는 돈을 보면 안 된다’, ‘실력을 위해 회사에 살아야 한다’ 등이었어요. 연봉에 관심을 갖는 게 터부시되는 분위기였죠. 이런 분위기는 아직 디자인 업계에 만연한 것 같고요.
5년 차인 제가 사회초년생인 저를 만난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본인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라는 말이에요. 회사가 만족스럽지 않은 연봉을 요구한다면 당당하게 나의 의견을 이야기 하라고요.
연봉 ‘협상’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 ‘통보’를 받잖아요? 이때 부당함을 말하지 않는다면, 통보된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가 정해집니다.
물론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럼에도 요구하는 것은 ‘내가 부당함을 알고 있고 이게 반복되면 더 이상 근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압력을 넣는 위해서랍니다.
돈은 중요해요. 디자이너도 직업의 하나이고 먹고살려면 연봉이 생계이니까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좀 더 돈에 대해 솔직하게 정면 돌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