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생존 노동에서
해방해주죠”
김얀: <돈터뷰>의 공통 질문이에요. 오함마 님에게 돈이란 무엇인가요?
오함마: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의 해방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과 ‘자아실현을 위한 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돈은 전자에서 해방시켜 주면서, 후자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김얀: 투자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오함마: 저는 사실 돈을 경멸하는 쪽이었어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음악이나 영화, 연극에 빠져 있었고 ‘자기계발’을 하면서 취업 준비하는 사람을 보면 솔직히 멋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돈보다 예술이 훨씬 가치 있다고 느끼는 예술 지상주의자였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여태 모아온 제 돈과 배우자의 돈으로 신혼집이 될 전셋집을 찾으면서 큰 벽을 느꼈어요. 당시 집값이 지금처럼 올라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마포구에서 1억 원 중반으로 만족스러운 전셋집을 구할 수 없었거든요.
결국 돈에 맞춰 구축 다세대주택에 들어갔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기가 생겼습니다. 그때도 일을 하고 있었지만 급여가 높지 않았어요.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016년 새해 결심으로 ‘주식으로 돈을 벌자’라고 다짐했죠.
김얀: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첫 투자는 좋은 기억이 많던데요. 오함마 님의 첫 투자는 어땠어요?
오함마: 가지고 있던 현금 800~900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는데 소위 말하는 ‘무지성투자’였습니다. ‘바이오주 하나 사볼까?’, ‘엔터주도 하나 사볼까?’ 하며 별다른 공부 없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매매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금방 원금 손실이 커졌어요.
잃은 돈을 만회할 생각에 급등하고 있던 ‘대선 테마주’에 투자하면서 현금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배우자도 같이 대선 테마주에 투자해서 제 손실을 모두 알고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말 그대로 ‘도박 아닌 도박’을 했던 것 같네요.
“공부할수록
점점 믿음이 생겼어요”
김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의 많은 비중이 미국 주식, 테슬라인 걸로 알아요. 미국 주식과 테슬라 투자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오함마: 이더리움으로 큰 수익을 보고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지며 투자를 조금씩 했어요. 2019년 말에 약간의 현금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었죠. 국내외 주식시장이 ‘산타 랠리’를 보이며 분위기가 매우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쯤 우연히 테슬라의 사이버 트럭 발표회 영상을 봤어요. 사이버틱한 디자인의 트럭을 망치로 때리면서 제품을 홍보했는데, 깨지지 않아야 할 방탄유리 창문이 쇠구슬을 맞고 깨졌습니다. 이때 일론 머스크가 애써 괜찮은 척 “Not bad” 하는 영상도 많이 회자가 됐어요. 창문이 깨지자마자 주가도 같이 떨어졌고요.
그런데 저는 그 행사 영상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전기차 회사라는 정보 외에는 테슬라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게 없었지만, 일론 머스크가 참 흥미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식을 사보고 싶었지만 너무 고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만 하고 있었는데, 곧 코로나19가 터졌습니다. 관심 있게 지켜보던 미국 기술주들도 20~30%씩 떨어졌고 테슬라는 유난히 더 많이 떨어졌어요.
테슬라 주가가 50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현금 3~4천만 원, 신용대출 6천만 원으로 총 1억 원을 만들어서 테슬라 외 관심 있게 보던 미국 기술주에도 들어갔습니다. 그중 주가가 많이 떨어진 테슬라에 비중을 가장 크게 넣었죠.
김얀: 코로나19 이후 하락장이라는 불안한 상황에서 선뜻 투자가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오함마: 정말요. 떨어지는 칼날을 잡았다 싶었고, 잠을 잘 못 잤어요. 퇴근 후엔 집에 와서 계속 기업에 대한 공부만 했어요. 그렇게 공부할수록 테슬라에 대한 믿음이 점점 더 생기더라고요. 특히 일론 머스크 그 오너가 가진 매력, 그의 기행들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내가 퇴사를 하지 않은 이유
김얀: 큰돈을 번 후에도 계속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오함마: 암호화폐 투자로 7~8억 원을 벌었을 때도 퇴사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신용대출을 쓰긴 했지만 더 큰 액수의 레버리지에 대해 보수적인 상태였고, 스스로 공부도 안 된 상태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큰돈이 생긴 뒤로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생존을 위한 노동을 할 때는 월급을 벌어야 살 수 있었잖아요. 불합리한 지시나 불합리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여유가 생긴 지금은 불합리한 지시에 대해 거부할 수 있게 됐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일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현재 가진 자산은 레버리지가 포함된 주식과 부동산이 대부분이고, 당장 현금화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목표 자산 100억 원을 달성할 때까지는 직장 생활을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김얀: 어느 정도 있어야 의미 있는 시드머니일까요?
오함마: 1억 원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억 원을 모을 때까지는 절약하면서 무조건 예적금으로만 모았어요.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주식이든 코인이든 투자를 병행하면서 모아갈 것 같아요.
투자를 직접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기도 하고, 시장의 상황을 겪어 본 사람은 하락장이 왔을 때 낼 수 있는 퍼포먼스가 다르거든요.
“시드머니를 모으면서
매력적인 기업의 주식을 사보세요”
김얀: 시드머니 1억 원을 모으기 위한 팁이 있다면요?
오함마: 투자와 별개로 시드머니를 모을 때는 급여의 70%는 저축한다고 생각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무조건 줄여야 합니다.
요금제는 알뜰폰 요금제 가장 싼 것으로 하세요. 특히 구독 요금제는 소리소문없이 돈이 나갑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친구들과 넷플릭스를 나눠보면서 TV를 없애는 것도 추천해요. 당근 마켓 같은 중고 거래 잘 이용해서 꾸밈비용을 절약하고, 웬만하면 집밥을 먹고, 술 담배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야 해요.
시드머니를 모으면서 본인 기준으로 매력적인 기업을 5곳 정도 찾아서 그 회사 주식을 조금씩 사보세요. 그렇게 차근차근 투자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기업에 대한 전문가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적금 붓듯이 적립식 투자를 하다가 큰 하락장이 온다면 견딜 수 있을 만큼 레버리지를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제가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김얀: 중요한 순간에 신용대출이라는 레버리지를 썼는데, 남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나요?
오함마: 그 부분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이제 투자 6년 차인데, 여기까지 온 과정이 정말 순탄하지가 않았거든요. 이렇게 나름대로 저만의 스타일을 찾은 것도 최근 일입니다.
정말 별짓을 다 했어요. 가치 투자, 퀀트 투자, 역발상 투자, 상한가 따라잡기, … 결국 다양한 방법 중에 본인의 성격과 상황, 자산 규모에 맞는 본인만의 방법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김얀: 재테크 외 다른 취미가 있나요?
오함마: 투자하면서 취미를 거의 버렸습니다. 몇 년간 돈에 미쳐 있었어요. 이제 다시 문화, 예술 쪽 등의 즐거움을 찾으려 합니다. 확실히 저 자신이 많이 소진된 느낌도 받고 건강도 나빠진 것을 확실히 느낍니다.
투자를 시작하고는 깊게 잠을 자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낮잠을 늘어지게 잔다거나 이런 적도 없었고요. 늘 정보를 체크해야 하고, 레버리지가 있다 보니 불안한 마음도 컸거든요.
특별한 취미 활동을 하지 않으니 집에서 술 한잔하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건강 수치가 많이 안 좋아졌습니다. 결국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 돈도 의미가 있는 건데 말이죠.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과거의 모습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나의 ‘인생 재테크 책’은?
김얀: 재테크를 시작할 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나 영화가 있을까요?
오함마: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요.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나니 더 와닿더라고요.
부동산 스터디 카페에 올라온 글도 자주 보는데, 카페에서 활동하시는 우석(브라운스톤) 님의 <부의 본능>, <부의 인문학> 책도 좋았습니다. 기존에 가진 고정관념을 많이 깰 수 있었거든요. 또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도 부동산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최근에 다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봤어요. 음악이며, 스토리, 연출법, 배우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들어간 작품인데, 보면서 삶의 ‘우연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지금은 ‘META’로 이름이 바뀌었죠)을 만든 게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듯, 저 역시 돈에 대한 관심을 갖고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게 대단한 준비와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어요.
테슬라를 투자할 때도 하나의 영상과 대표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투자로 이어졌을 뿐이죠.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했던 투자 역시 그런 우연의 요소가 컸고요.
“기회를 잡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김얀: 마지막으로 머니레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오함마: 인생에 관해서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웃음). 돈과 투자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자면, 저는 요즘 2030세대 개인이 가진 역량이 너무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이제 40대에 가까워지는 80년대생이지만,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일단 다들 너무 똑똑해요.
물론 지금의 자산 시장 자체가 젊은 사람들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면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이 11~12억 원이라고 하는데, 물가 상승세나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추이를 보면, 저처럼 평범한 연봉을 받는 직장인으로는 탈출구가 없어 보이거든요.
그럼에도 저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길게 보면 자산 시장은 사이클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거든요. 지금은 그 사이클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데, 분명히 하락장이 다시 올 거예요.
지금 투자를 하면서 시드머니를 모으고 있는 분들은 분명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대신 짧으면 5년에서 10년 동안 열심히 모아야 해요. 아까 제가 말했던 절약하는 법을 꼭 실천해주세요. ‘어차피 난 안된다’라고 생각하고 플렉스 해버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트위터를 해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정보가 올라오기 때문에 투자 정보를 얻기에도 아주 좋아요. 연륜 있는 투자 고수들이 올리는 트윗, 인사이트가 책보다 더 큰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