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손아귀속주식
룰루레몬 입고 운동하러 갑니다
글, 김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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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레몬 레깅스 입어봤어?”
“아니, 입어본 사람들이 다르다고는 하더라.”
어느 날 필라테스를 다니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룰루레몬 레깅스를 입어봤는지, 만약 입어봤다면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어요.
룰루레몬 사이트에 들어가 봤습니다. 마침 세일 중이었어요. 할인을 해도 대부분 제품의 가격은 10만 원 이상이었습니다. 비싸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제가 주로 입던 다른 브랜드 레깅스는 가격이 5만 원 이하였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다 네이비 색상을 골라 결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일주일 만에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레깅스가 몸에 닿는 촉감에 집중했습니다. 몸에 감기는 부드러운 원단과 신축성이 좋았어요. 몸을 조이는 느낌보다는 편안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었죠. 전에 입던 레깅스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느끼는 불편함이 커졌는데, 룰루레몬의 레깅스는 달랐어요.
느린 배송과 비싼 가격이 아쉽긴 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렴한 다른 레깅스 2벌을 사는 것보다 룰루레몬 레깅스 한 벌을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룰루레몬’이라는 기업에 대해 관심이 생겼어요
“운동하는 동안 옷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그 옷은 운동에 적합하지 않다.”
룰루레몬의 창업자 칩 윌슨이 한 말입니다.
요가수업을 듣던 어느 날, 그는 고품질 기능성 요가팬츠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자체 개발한 루온이라는 원단은 탄성과 땀 흡수 처리가 탁월했죠.
그렇게 탄생한 룰루레몬은 캐나다를 시작으로 미국, 그리고 다른 나라까지 브랜드를 알리며 꾸준히 성장합니다. 2007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어요.
상장 당시 주가는 18달러였습니다. 2014년 100달러 아래였던 주가는 꾸준히 올라 40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300달러 대를 보이고 있어요.
직접 피부로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상품이에요
일주일에 두 세 번 입는 운동복은 제가 직접 피부로 느끼고 확인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타사 제품과 차별화가 되는지, 경쟁력이 있는지도 가늠할 수 있죠.
워런버핏을 포함해 많은 투자의 대가들이 지키는 원칙에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투자하는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몇 년 전, 저는 자율주행 부품주에 투자했다가 80% 가량 손실을 본 적이 있어요. 로켓 발사보다 어렵다는 자율주행 기술에 꿈을 품고 주식을 매수했지만, 중요한 건 제가 자율주행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율주행 대신 분기별로 매장에 가서 구입하는 나이키나 운동복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 룰루레몬 주식을 샀으면 어땠을까요?
매해 겨울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UGG 부츠를 보유한 DECK 아웃도어 주식을 샀다면요? 3년 전에만 주식을 샀어도 두 배의 수익을 냈을 거에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어그 부츠를 신으니까요.
나이키와 룰루레몬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이 있습니다
‘영원무역’이라는 기업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저에게 나이키는 익숙하지만, 나이키를 생산하는 영원무역은 생소한 기업이었습니다.
영원무역은 기능성 아웃도어 의류와 운동화 등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기업입니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세계 유명 스포츠 브랜드를 40여 곳에 가까운 나라에 납품하는 회사죠.
시가총액이 2조 원에 가까운 코스피 상장 기업이기도 해요. 2022년에는 2조 대의 매출과 2,590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CEO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어요
투자를 하다 보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의 마인드와 행로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CEO가 성숙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할 때 주가도 회사의 이미지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경제신문에서 영원무역의 최고경영자에 대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한국 섬유산업의 신화로 통하는 그는 1974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해 매출 3조 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위기에 대비하는 마인드, 인재 채용의 원칙, 배당률,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는 그의 경영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의류업에도 다양한 상장 기업이 있어요
의류업종에서 성장세로 또 주목받는 기업들이 있다면 ‘F&F’와 ‘더네이쳐홀딩스’입니다.
F&F는 MLB, 디스커버리, 듀베티카 등의 패션 브랜드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MLB는 중국 시장에서 매장이 1,000여 개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다고 해요.
제가 아이 옷을 살 때 자주 이용하는 키즈브랜드 중 하나가 내셔널지오그래픽인데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워터스포츠웨어인 배럴, JEEP의 라이센스도 함께 보유한 기업은 더네이쳐홀딩스입니다.
다만 이 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반짝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는지 확실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확인하는 작업은 필요하겠죠.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투자
원칙을 가지고 투자의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전문가의 통찰을 찾아 헤매기보다 나의 통찰을 발휘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작은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고 내가 경험하고, 내가 잘 아는 분야와 관련된 기업을 분별하는 눈이 아닐까요.
오늘은 룰루레몬 레깅스를 입고 운동하러 갑니다.
“자, 이제 스쿼트 마지막 세트 갑니다. 하나, 둘, 셋, … 열, 아홉. 마지막 앉은 채로 바운스 열 번 더.”
이제 집에 가려는데 트레이너가 5킬로그램짜리 케틀벨을 건넵니다. 쉬지 말고 바로 하라는 눈빛입니다. 힘들어도 참고 꾸준히 운동하면, 저의 허벅지와 복근도 뭔가 다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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