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경험입니다”
김얀: 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책 선생: 돈이란, 결국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경험을 사고, 팔게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우리가 돈을 벌고 소비하는 것들이 우리의 경험이 되죠.
김얀: 구체적인 사례가 뭔지 궁금한데요. 요즘 어떤 경험을 사고팔고 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책 선생: 주 5일은 직장에서 마케터로서 조직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 시간은 대부분 책을 읽는 데 사용하고, 1년 전부터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제가 읽은 책을 되파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내가 중고책 사업에 뛰어든 이유
김얀: 어떤 계기로 중고책을 파는 일을 하게 되었나요? 수입은 어느 정도 나오나요?
책 선생: 매일 아침 부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요. 예전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 늘 알라딘에서 중고로 책을 샀습니다.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매일 아침 온라인 중고책 사이트에 들어온 책의 목차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구입을 결정하곤 했는데, 판매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쇼핑몰은 결국 ‘큐레이션의 싸움’인데, 책에 전혀 관심이 없는 판매자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사이드잡으로 쇼핑몰을 운영할 때는 판매자가 본인이 파는 물건에 대해 남다른 ‘인사이트’를 갖고 있어야 승산이 있습니다. 책, 특히 자기 계발서와 실용서 분야에서는 저보다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 있었기 때문에 중고책 판매업을 생각했어요.
결정을 내리는 데도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어차피 내가 읽기 위해 산 책이기 때문에 팔리지 않아도 큰 문제 없겠다 싶었거든요.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의 순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 돈을 100% 재투자하며 규모를 키워나가는 중이에요.
김얀: 사이드잡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면 본업을 그만두실 생각인가요?
책 선생: 회사가 사이드잡이 되도록 만들어가려고 해요(웃음). 농담기 빼고도, 본업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사이드잡’은 말 그대로 ‘side’니까요.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사이드잡을 키워나갈 생각이에요.
또 일은 몸에 힘을 빼고 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하잖아요. 사이드잡이 잘 될수록 오히려 회사 일이 편해지기도 해서, 둘 다 놓지 않으려고 해요.
“시간당 생산성이 중요해요”
김얀: 책 선생은 쇼핑몰, 에어비앤비 등 여러 사이드잡을 경험해봤잖아요. 혹시 지금 사이드잡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 선생: 사이드잡은 크게 ‘시급확정형 사이드잡’과 ‘확률형 사이드잡’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먼저 ‘시급확정형 사이드잡’인 편의점이나 카페 아르바이트는 크게 추천하지 않아요. 본업보다 시간당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죠.
중고 서적 판매, 블로그나 네이버 스토어처럼 ‘확률형 사이드잡’은 어느 정도 궤도에만 오르면 시간당 페이를 본업보다 높게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투자하는 시간이 작기 때문에 여전히 사이드잡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확률형 사이드잡’은 반드시 변수인 ‘시간’의 힘을 빌려야 합니다. 직장인들이 무자본으로 가장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블로그’를 예로 들어볼게요.
브런치, 네이버 포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지만,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게다가 돈이 바로 나올 수 없을뿐더러 생각보다 그 금액이 많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본업이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되겠죠.
사이드잡이라 쓰고
리-빌딩이라고 부른다
책 선생: 저는 사이드잡을 ‘직장인 리-빌딩(re-building)’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빌딩의 핵심은 ‘원래 것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죠. 지루한 과정을 잘 견디고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이드잡으로 번 돈은 100% 재투자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성장과 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복리’잖아요. 어떤 사업이든 그 수익의 100%를 투자할 수 있으면 성장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본업을 유지한 사이드잡이 탄탄대로를 달리게 되면, 부를 만드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져요.
머릿속에 ‘돈 생각’만 가득하다면
김얀: 요즘 들어 특히 사람들이 ‘돈’에 대한 관심이 크고,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사람들도 많이 나오잖아요. 그러면서 돈 이야기가 피곤해지는 ‘돈태기’도 오는 듯싶어요.
책 선생: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열광하는 부동산, 주식은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재적 가치와 상관없이 대중의 심리에 따라서, 시장이 과열됐을 때 큰돈을 얻는 분위기니까요. 이 분위기 속에서는 ‘돈에 대한 욕망’만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을 때는 돈보다 ‘돈에 대한 욕망’의 크기만 계속해서 커졌습니다. 연봉이 3천만 원이던 시절에는 연봉이 5천만 원으로 오르면 마냥 행복할 것 같지만, 막상 목표한 연봉이 돼도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껴요.
저뿐만 아니라 꼬마빌딩을 하나 사는 게 목표였던 제 주변인을 봐도 그렇습니다. 절대 꼬마빌딩 하나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더라고요.
가장 가성비 높은 투자법?
김얀: 돈태기가 왔을 때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책 선생: 결국 돈의 액수나 부의 크기 말고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포인트가 성장이라고 생각하고요. ‘오늘보다 내일 좀 더 나은 사람이 됐는가?’라는 질문에 확실히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저에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문제예요.
인생은 누적 성장형 그래프를 그려갑니다. 그래서 젊을 때는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가장 가성비가 크죠. 물론, 마음에 드는 모양대로 그래프를 그려가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거예요.
김얀: 주식이나 다른 투자는 일절 하지 않나요?
책 선생: 주식은 하지 않지만, 중고 서적 장사가 주식과 똑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중고 서적 장사로 돈을 벌기 위해, 저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책을 싸게 사서 그것보다 비싸게 팝니다. 도서별 단가가 낮아서 그렇지 수익률로 보면 어마어마해요.
그리고 아직은 주식보다 저의 성장에 투자하는 게 가장 가성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이라는 재화는 100% 복리로 돌아가도록 만들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매 순간 성장하고 있어요”
김얀: 마지막으로 머니레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책 선생: ‘어느 정도의 부를 이뤄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자기 기준이 명확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1억 원, 5억 원, 10억 원, 강남에 빌딩 한 채 등으로 나름 명확하게 정해놨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부의 규모와 관계없이 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그 시간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20억 원이 있어야만 행복하다면 그 사이의 과정이 너무 괴롭지 않을까요?
목표로 나아가는 순간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결국 인생은 모든 경험의 총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