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뉴스를 나만의 시각으로 읽는 법
글, 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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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독자: 지난주에 언론사별로 성향이 다르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언론사를 확인하고 기사를 읽어야 한다고요.
이혜경: 맞습니다! 쏙쏙 이해하셨군요.
the독자: 그럼 그 언론사의 성격은 어떻게 아나요?
이혜경: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언론사나 소속 기관의 주인을 파악해보세요
가장 좋은 방법은 해당 매체와 기관의 소속이나 주인(대주주)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연구원이나 자본시장연구원 같은 경제 분야 연구소는 명칭만 봐서는 그 성향을 알 수 없는데요.
그 구조를 자세히 보면,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산하의 연구소입니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투자협회(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의 이익단체) 산하의 기관으로 자본시장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에요.
나름의 기준으로 뉴스를 읽는 게 중요해요
두 연구소 모두 박사급 전문인력이 근무하면서 꾸준히 연구 보고서를 펴내는 등 전문성을 지닌 기관입니다. 하지만 이 기관들이 각자 소속 단체의 입장을 강화하는 논리를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나름의 기준 아래에서 뉴스를 읽을 수 있답니다.
만일 주인을 알아보았는데 그 주인이 뭐 하는 곳인지 모른다면 도저히 성향을 파악할 수 없을 거예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여러 유형의 정보를 다양하게 접하면서 배경지식을 넓혀두는 게 좋아요.
경제 기사 독해법, 함께 연습해볼게요
이제부터 경제 뉴스를 자기만의 시각으로 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동일한 사건을 두고 언론사의 성격별로 어떻게 다루는지 볼 거예요.
먼저, 누구나 자신만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갈게요. 진보적인 사람이라면 보수적인 시각의 기사가 불편할 수 있어요. 보수적인 사람도 진보적인 시각의 기사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본인과 맞지 않는 성향의 기사라도 일부러 읽어보는 노력이 필요해요. 무조건 외면하기보다는 ‘본인 성향의 기사에 없는 정보’를 얻는 도구로 활용한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진보적인 기사에서 지적하지 않는 부분을 보수적인 기사에서는 지적할 수 있고, 거꾸로 보수적인 기사가 다루지 않는 부분을 진보적인 기사는 조명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동일한 사안을 대하는 다른 시각을 비교해 보면, 시야를 넓힐 수 있습니다.
올해 8월 광복절 사면을 다룬 기사를 볼게요
지난 8월 광복절을 앞두고 정부의 특별사면 대상자가 발표되었는데, 당시 몇몇 경제인들이 사면되었어요.
중립적인 기사들은 주로 ‘누가 사면되었다’는 사실을 전달했어요. 아래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이후 이어진 후속 보도 중 매체별 성향이 드러나는 뉴스를 비교해보죠.
A는 보수 매체에서 이번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 내놓은 사설인데요. 경제인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B는 진보 매체에서 동일한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 이 경제인들이 법을 어겨도 형량을 다 채우지 않고 사면을 받곤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어요. 매체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네요.
이때 유의할 것은 기사의 성향이 항상 선명하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최대한 많은 뉴스를 보도하는 통신사나 인터넷 매체들은 한 매체 안에서도 여러 가지 색깔의 뉴스를 동시에 쏟아내기도 해요.
전문가도 색깔이 있어요
분야별 전문 단체, 전문가의 성향이나 특징을 구체적으로 알아두는 것도 뉴스를 주체적으로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얼핏 전문가나 전문기관이라고 하면 중립적일 것 같지만, 각 소속이나 성향에 따라 편향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앞에서 다룬 경제인 사면과 관련해, 전문기관별 성향이 나타난 뉴스도 살펴볼게요.
C는 기업인의 입장을 반영하는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기사화한 것으로, ‘기업인들이 경영일선에 복귀해 국민경제에 헌신할 수 있게 되었다’며 환영한다는 내용이에요.
D는 기업에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공동 성명을 기사화한 것으로,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 하에 재벌총수에 대한 특혜가 또다시 자행됐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경제인 사면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입장에 따라 매우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네요.
두 성향의 기사를 모두 읽는 게 좋습니다
현명한 독자라면 두 가지 성향의 뉴스를 모두 읽고 해당 사안의 다양한 효과를 함께 알아두는 것이 바람직해요.
독자가 뉴스를 읽을 때마다 매번 이런 점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곤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완전무결하게 중립적인 입장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는 없다고 봐야 해요.
조금만 방심해도 우리는 무심코 읽은 뉴스의 논리에 끌려다니기 쉽답니다. 다양한 정보를 살펴보고 본인 나름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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