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죠. 이 글을 쓰던 중, 조금 전에 포털 메인에서 발견한 부동산 뉴스만 해도 이만큼입니다.
‘규제, 세금 폭탄도 못 말려 강남 초고가 아파트 연일 신고가’
‘월세, 너마저… 주거비 부담에 서민들 허리 휜다’
‘지난달 전셋값 5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제목만 봤는데도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몇 년 전만 해도 5~6억 원이면 살 수 있었던 집이, ‘열심히 돈 모아서 사야지’라며 마음먹고 준비하던 사이 1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 집값, 정말 실화일까요? 죽기 전에 내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체크 포인트 1.
집을 사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얼마 전, 20년도 더 전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전원일기> 재방송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극 중 부모님 역할을 했던 최불암, 김혜자 배우의 대사 때문이에요.
최불암: 수남이(취업에 실패한 둘째 손자)는?
김혜자: 뭐, 요즘 경제도 어렵고 취업도 힘들죠.
아니, 이 대사 뭐죠? 지금이 제일 힘든 거 아닌가요?
우리는 수십 년 전에도 경제가 어렵고 취업이 힘들다고 말해왔습니다. 객관적인 통계지표에는 차이가 있더라도, 사람들은 항상 앞선 세대보다 자신들이 어렵다고 생각했죠. 단 한 번도 살기 좋다고 말한 적이 없었어요. 집값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기억하는 ‘나름 저렴한 집값’인 5~6억 원도 당시에는 비싸다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지금 집값이 비싸다고 하시는데요.
집은 과거에도 비쌌습니다.
조선 시대에도 제일 비싼 게 바로 집이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입니다. 물론, 지금 집값은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늘 집이 비싸다고 느껴왔던 것도 사실이라는 거예요. 그러니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집이 너무 비싸서 살 수 없다’에서 ‘집은 늘 비싸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살 수 있는 집을 사자’로요.
내가 비싸다고 놀라는 그 고가의 집을 누군가는 계속 삽니다. 심지어 나와 형편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또래 친구들이 그 비싼 집에 들어가기도 하죠.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요? 갑자기 소득이 늘어서일까요? 아닙니다. 집은 원래 비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장만하는 거예요. 당연한 말이지만, 집은 결국 필요하니까요.
꼭 결혼을 통해 재산을 합치지 않더라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 둘이서 감당 가능한 대출을 일으켜 서울에 공동 소유의 집을 마련했습니다. 그곳에서 고양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해요.
그저 남 이야기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도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원래 집값은 비싸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 집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설계에 들어가야 할 타이밍이에요. 내 집 마련을 원한다면 말이죠.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답은 보일 겁니다.
체크 포인트 2.
싸고 좋은 집은 없다
‘가성비 좋은 집’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그 전에 ‘집’이라는 상품에도 ‘가성비’라는 말이 적용될 수 있는 걸까요? 모르긴 해도 ‘가성비’와 ‘집’이 쉽게 매칭되는 이미지는 아닌데요. 그 이유, 바로 ‘싸고 좋은 집’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집은 사람마다 원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좋은 집, 무조건 나쁜 집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주위에 편의시설이 많으면서 깨끗한 신축을 보편적으로 좋은 집이라고들 말하죠.
통상 말하는 ‘좋은 집’ 중 가성비까지 좋은 곳은 못 보셨을 거예요. 과하게 비싸다고 여겨질 만큼 미래의 호재까지 가격에 미리 반영된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았다 하더라도, 가격이 싼 만큼 감당해야 할 문제가 있을 겁니다. 제가 바로 가성비를 찾다가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 케이스거든요.
저는 첫 집을 살 때, 빚을 내기가 겁나서 무조건 제 수중에 있는 예산으로만 집을 사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아주 오래된 반지하 빌라밖에 살 수 없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한마디로 참 힘겨웠습니다.
싼 집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샀던 저렴한 집은 참 놀랍게도 딱 제 값어치만큼의 역할을 했습니다. 주차도 불편한 데다, 지나다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까 불편해 환기도 제대로 못 했고, 집 앞에 쓰레기 무단 투기도 종종 있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잠복근무 끝에 쓰레기 무단투기범을 잡은 적도 있었어요.
부동산을 보는 눈이 아주 탁월한 게 아니라면, 집 거래를 할 때 ‘가성비’를 우선해서 따지지는 말아주세요. 좋은 집은 비싸고, 싼 집은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앞서 체크 포인트 1번에서 ‘집값이 원래 비싸다는 걸 인정하라’는 말씀을 드렸잖아요. 체크 포인트 2번도 마찬가지입니다. ‘싸고 좋은 집은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떤 집을 사야 할까요?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한 집을 사고 싶지는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체크 포인트 3.
내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따져라
내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서 가격만 맞춰 집을 찾지 마세요. 입시로 비유하면, 내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입학했다가 결국 다시 재수를 하거나 전과를 하는 경우와 똑같습니다.
내가 끌어올 수 있는 현금과 대출 가능한 금액을 합친 예산과 함께 내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아주 구체적으로 따지셔야 합니다. 제가 반지하 빌라를 샀다가 실패한 건 바로 ‘내가 원하는 집의 조건을 하나도 고려하지 않아서’였어요.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를 쓴 윤경희 저자는 예산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집의 조건을 꽤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책에서 제시한 조건은 딱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저자는 4년 동안 원룸에서 살다가 ‘전세 / 쾌적한 동네 / 원룸 아닌 집’이라는 조건을 정했습니다. 이후 ‘전세 / 평창동 / (혼자 3층을 다 쓰는) 상가 건물의 3층 집’에서 2년을, ‘전세 또는 자가 / 평창동 / 아파트’의 컨셉에 따라 평창동의 한 아파트 전셋집에서 2년을 더 지냈습니다. 그러다 결국엔 독립 10년 만에 ‘자가 / 평창동 / 30평대 아파트’의 컨셉을 정하고 드디어 목표를 달성했어요.
저는 예산만 고려했을 뿐, 어느 동네에 어떤 주거 형태를 원하는지 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반지하 빌라를 샀습니다. 그러니 막상 살면서 불편한 점들을 발견했던 거죠.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의 저자, 강병진 작가는 통해 은평구 구산동에 빌라를 산 이유를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용 예산 / 좋아하는 동네인 구산동 / 주차장이 불편하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역과 가까운 신축 빌라’라는 명확한 컨셉이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집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바꾸고, 그저 내 집을 사고 싶다는 막연한 기도도 멈추고,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내 집의 컨셉을 정해주세요. 그러면 내 집 마련이 예전보다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지실 거예요.
다음의 질문에 나만의 답을 채워주세요. 막막한 느낌은 나만의 해법을 찾아갈수록 점점 옅어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