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2020년 3분기를 적자로 마무리했습니다. 3분기 영업손실이 3,138억 원으로, 2010년 이후 분기 적자를 낸 건 처음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글로벌 판매가 감소한 탓도 있지만, 품질을 개선하는 데 들인 비용이 컸던 게 문제였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앞으로 더 나은 품질을 내놓기 위해 비용을 지출했다는 뉘앙스로 읽히기도 하는데요. 그보다는 이미 발생한 결함을 고치고 장기적으로 보완하는 비용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7년부터 ‘세타엔진’을 장착한 자사 5개 차종 17만여 대를 리콜 중입니다. 엔진 결함으로 주행 중 시동이 멈추는 문제가 생겨 미국에서부터 리콜을 시작했어요. 현대차는 이번에 정의선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세타엔진 문제를 완전히 털고 가기로 했습니다. 리콜 비용과 엔진 결함 수리 비용, 소비자 보상, 소비자 만족 프로그램까지 장기적인 예상 비용을 꽤 크게 잡아 3분기에 적용한 거예요. 과거의 문제가 새로운 경영자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이런 결정을 뜻하는 용어가 바로 ‘빅배스(big bath)’입니다. 마치 전신 목욕을 하듯이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거죠. 올해, 전기차 ‘코나’에서도 화재 리콜이 발생하는 등 품질관리의 중요함이 부각되는 만큼 이번 빅배스를 계기로 현대차가 품질개선에 더욱 힘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by 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