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금리 낮추라는 트럼프, 싫다는 파월
취임 직후부터 연방준비위원회에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까지 주장해요.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려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예요. 연방준비위원회는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과 비교할 수 있는데, 한국은행보다 권한이 훨씬 강력하고 독립성이 견고하며 구조가 복잡해요. 그러나 시장에서 유동성을 조절해 금융시장과 물가를 안정시키는 목표를 가진 조직이라는 점은 같아요.
당장의 고통만을 달래려는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해요. 관세를 마음껏 올리고도 지지율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에요. 관세를 올리면 수입물가가 비싸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게 돼요. 해외에서 원자재를 조달하는 기업들도 경영에 충격을 받아요. 그런데 이때 금리가 크게 낮으면 기업도 개인도 돈을 빌리기 쉬워지니 고통이 덜하죠. 경기 침체 위험도 당장은 낮아져요. 그러나 정권에 따라 통화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금융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게 돼요. 앞으로 모든 정부는 인기를 얻기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푸는 ‘포퓰리즘 정부’가 될 테고요. 그러면 미국 경제는 ‘마약성 진통제’를 먹은 것처럼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결국 물가가 급등하거나 자산 거품이 터지는 등 더 큰 후유증이 찾아올 수 있어요.
독립적 중앙은행의 중요성을 보여줘요
이러한 우려 때문에 연준의 수장인 파월은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를 계속 거절해 왔어요. 연준은 1913년 설립된 이래 법률과 헌법으로 독립성을 보장받아 왔어요. 대통령과 정책적 의견이 다르다고 의장이 해임된 적은 없죠. 그러나 이번에는 공화당이 상원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연방대법원도 보수 우위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정 원한다면’ 파월을 진짜로 자를 수도 있어요. 그러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혼란이 찾아오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