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서 쓴 맛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맛과 향 제대로 품고 있는 ‘핸드드립’에 도전하세요

📌 필진 소개: 일상에서 핸드드립이 주는 매력에 빠저 15년째 즐기고 있는 잘쓸레터 객원에디터 프로젝트 잘쓸레옹의 ‘커피디’입니다. 브런치에서 ‘커피디’라는 필명으로 커피가 주는 즐거움을 나누고 있습니다.

2012년, 우연히 들른 시골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어요. 한 모금 마시자마자 아주 맑은 차를 마시는 느낌이었고 개성도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 마신 커피가 제 인생커피가 되었죠. 그동안 제가 알던 커피의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었어요. 그날을 계기로 카페 사장님을 커피 사부님으로 삼고 핸드드립 추출과 로스팅을 배우며 점점 더 깊이 커피에 빠져들었답니다.


커피의 맛과 향은 무척 다양한데요. 사람들이 커피에서 느끼는 다양한 맛과 향을 표현한 원 모양의 커피 플레이버 휠(Coffee Flavor Wheel)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보실 수 있어요

커피 플레이버 휠, 출처: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스페셜티 커피 협회)


원두 고유의 풍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에스프레소로 추출한 아메리카노보다는 핸드드립으로 내려 먹는 걸 추천드려요. 에스프레소는 물의 높은 압력을 이용하고, 핸드드립(푸어오버)은 뜨거운 물을 원두에 부어 추출하는 방식이죠. 제가 좋아하는 핸드드립의 매력은 맑고 깔끔한 맛이 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잘 내린 핸드드립 커피는 마시는 전·중·후 모두 뒤끝이 없고 원두 개성도 뚜렷하죠.

집에서 직접 가스불로 로스팅한 원두와 핸드드립한 커피 © 커피디


가장 먼저 할 일은 좋은 원두를 고르는 일입니다. 원두는 민감한 재료라 커피가 되는 과정에서 맛이 쉽게 변하거든요. 같은 농장의 생두라도 작황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스테이크가 레어, 미디움, 웰던 등 굽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도 맛이 크게 달라지고요. 콜라 뚜껑을 한번 열면 김이 빠져서 개성이 사라지듯 원두도 시간이 지나면 성분이 날아가서 개성이 줄어요. 추출할 때도 원두 분쇄 굵기, 물 온도, 물을 붓는 타이밍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맛이 변하죠.


오늘은 익숙한듯, 어려운 핸드드립 커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잘 내려 마실 수 있는지 원두 고르는 방법부터 물을 붓는 방법까지 모두 알려드리려고 해요.


가성비 좋은 드립백을 활용해서

가정에서 쉽고 편하게 핸드드립 하세요

처음부터 주전자, 드리퍼 등을 구비해 핸드드립을 시작하면 번거롭고 비용 면에서도 부담일 수 있어요. 간편한 드립백으로 먼저 경험하길 추천해요. 드립백은 집, 사무실, 캠핑, 어디든 쉽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개당 가격도 1,000~3,000원 선이라 부담도 적어요. 내 취향에 맞는 걸로 골라서 잘 내린 드립백 커피는 웬만한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보다 나은 맛을 낼 수 있어요.


여기서 주의할 점은 커피를 추출할 때, ‘맛있는 맛은 앞에 나오고 부정적인 맛은 뒤에 나온다’는 거예요. 양을 늘리고 싶다고 계속 물을 부으면 부정적인 맛도 추출됩니다. 양을 늘리려면 긍정적인 맛을 유지하고 있는 액기스만 내려서 물을 추가하는 게 좋아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드립백을 활용해서 커피의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는 시간입니다. 같은 드립백이라도 물 붓는 방법에 따라 완전히 다른 커피가 된다는 걸 알게 되실 거예요.


  • 첫 번째, 개성 있게 만들기 위해 물을 조금씩 여러 번 붓기
    물을 적게 붓고 물이 완전히 빠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이 과정을 4~5번 정도 반복해보세요. 긍정적인 맛의 액기스만 추출되기 때문에 매우 진할 거예요. 너무 진하다 싶으면 입맛에 맞게 물을 조금씩 추가해서 마셔보세요. 경험이 쌓이면 원두 향이 사라지거나 물고임이 발생할 때 추출을 멈추는 감각도 생길 거예요.


  • 두 번째,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 물을 많이 2번만 붓기
    물을 드립백 7부 정도까지 붓고 물이 빠지면 한 번만 더 부어주세요. 가장 무난한 방법이에요.


☕️ 좀 더 원두의 개성을 살리고 싶다면?

드립백은 이미 원두가 갈린 상태라 시간이 지나면서 긍정적인 성분들이 날아간 상태일 수 있어요. 갓 분쇄한 원두를 사용하면 훨씬 개성 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좌: 드립백 필터(출처: 카페뮤제오), 우: 위즈웰 WSG-9900(출처: 위즈웰 홈페이지)


휴대용 자동 원두 분쇄기(위즈웰 그라인더 WSG-9900 같은), 드립백 필터, 그리고 로스팅한 지 1주일 안 지난 원두를 준비하세요. 분쇄기에서 분쇄도 조절 기능이 핵심인데요, 드립백용으로는 지름 0.51mm 정도, 분쇄도 57 정도로 맞추시면 됩니다. 다만 기계마다 다를 수 있으니 조절하면서 본인 입맛에 맞는 굵기를 찾아가세요. 한 잔 기준으로는 원두 12~15g 정도면 충분해요.


☕️ 핸드드립 카페를 쉽게 고르는 방법

여러 번 강조했듯이 추출 방법에 따라 커피 맛이 완전히 달라져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핸드드립 카페가 궁금하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 카페의 추출 방법을 미리 찾아봐요. 개인적으로는 추출 과정에서 한 번이라도 원두가 물에 완전히 잠기거나, 추출 후에 드리퍼의 원두가 싱크홀처럼 푹 꺼져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카페는 찾아가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강렬했다면, 그 카페가 어떻게 추출하는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새로운 카페를 고를 때는 이전 경험과 추출 방법을 비교해보고 방문 여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어요.


☕️ 핸드드립 매니아가 추천하는 카페는?

제 입맛을 사로잡은 카페들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드릴게요.

출처: 피베리 브라더스, 로우키


첫 번째는 피베리 브라더스(진주시 하대동)입니다. 제 커피 사부님 카페로, 커피가 맑은 차 같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해준 곳이에요. 여기서는 숯의 맑은 에너지로 로스팅한 숯 커피 핸드드립을 추천해요. 숯향을 억지로 입힌 게 아니라, 숯의 맑은 에너지를 활용한 거라 더 뚜렷한 개성을 맛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로우키 헤이그라운드점(서울 성동구)이에요. 인터넷에서 이 카페의 추출 방식을 보고 꼭 가보고 싶어져서 찾아간 곳인데, 깔끔함과 개성 모두 만족스러웠어요. 서울에 여러 지점이 있고요, 여기서는 핸드드립용 원두를 매대에서 직접 시향하고 고를 수 있어요. 향수 고르듯이 향을 맡고 끌리는 원두를 선택해서 마시는 경험을 해보세요!


☕️ 핸드드립 커피 선택 팁

처음 핸드드립을 시작한다면 케냐, 브라질, 에티오피아 원두가 접근하기 쉬워요.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거든요. 원두를 고를 때는 향수 고르듯 하시면 됩니다. 향수를 살 때 글자로 된 설명보다 직접 향을 맡고 끌리는 향을 고르잖아요? 원두도 똑같아요. 복잡한 설명보다는 향을 맡고 끌리는 원두를 선택하세요. 사람마다 끌리는 향은 다르니까요.

1kg 생두판매가격, 출처: GSC 홈페이지


그리고 커피 가격이 맛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비싼 커피는 생두 자체가 비싸거나, 매장 운영비, 브랜드 이미지 등의 이유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궁금하면 간단히 검색해보시면 그 생두가 정말 비싼 건지 알 수 있어요.


예전에는 세계 3대 커피(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 마타리)가 최고가를 형성했지만, 요즘에는 ‘게이샤 계열’ 생두가 더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요.

© 커피디


로스팅 정도는 크게 약·중·강으로 나누는데, 시중 카페 대부분은 약배전이나 중배전에 밀집되어 있어요. 강배전은 볶기도, 내리기도, 마시기도 어려워서 찾는 사람이 적어 카페에서 잘 다루지 않아요.


커피는 음식이라서 정답이 없어요. 어디 커피가 ‘맛있다, 맛없다’, 이 방법이 ‘옳다, 틀리다’가 아니라 ‘지금 내 입에 맞는지 아닌지’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잔, 한 잔의 경험이 쌓이면 ‘나는 이런 커피를 좋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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