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나요, 아니면 불편한가요?
- 다운(27세, 대학생), 홍몬(33세, PM): “예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얹혀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뜻하는 단어였는데, 요즘엔 본가에서 부모님과 살면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저축을 위해서는 부모님과 사는 게 필요하다 보는데,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해요. 뜻 자체도 엄마 뱃속에 살고 있는 새끼 캥거루에 비유한 거고요. 실제로는 같이 살면서 부모님에게 용돈이나 생활비를 보태드리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 냐냐냥(30세, 직장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그 표현이 불편해요.”
이 단어 자체가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하하려고 만들어진 것 같거든요. 독립은 각자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건데 말이에요.
- 고고(33세, 공무원), 망설임(36세, 디자이너): “딱히 좋지는 않지만 불편하지도 않아요.”
캥거루는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엄마 품에서 키우다가 준비가 되면 내보내잖아요. 사람도 보호 받으며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한 거죠. 센스 있고 귀여운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구(31세, 직장인): “저는 이미 독립을 해서 별 느낌이 없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있으니까요.
요즘처럼 집값, 월세, 생활비가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도 성인이라면 부모님에게 독립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고고(33세, 공무원): “독립이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하지만 하지 않은 이유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일상을 누리는 행복 때문이거든요. 혼자서 살림을 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혜택이고요. 부모님도 정보를 찾거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등, 제가 필요할 때는 의지하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거워하세요. 가족끼리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만 있다면 무조건 독립을 해야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 아구(31세, 직장인): “저는 독립 이전과 이후가 삶의 질 면에서 달라서 적극적으로 독립을 권장하는 편이긴 해요.”
최저금리였던 시기에 독립을 결정하고 8400만 원 전세보증금의 80%를 연 1.2%로 빌려서 한 달에 7만 원도 안 되는 이자만 내며 자취를 시작했어요. 그때 느낀 게 ‘전월세 제도를 잘 이해하고 금융 지식이 있다면 독립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였거든요. 집안일도 직접 해보면서 나의 장단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어요.
- 냐냐냥(30세, 직장인): “보통 본가가 멀어져서, 대학을 진학하면서, 성인이 된 이후 부모님과의 마찰 때문에 등 각자 떨어져 살아야 할 필요가 생겨서 독립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독립해야 하는 필요성이 없다면 굳이 독립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 MOON(24세, 직장인): “요즘은 가족 형태도 다양하고 경제적 상황도 다 다르기 때문에 꼭 독립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자취를 해본 입장에서, 독립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점은 인정해요. 온전히 내 책임 하에 집안일을 관리하고 자립심을 기르는 경험은 혼자 살아봐야 제대로 배울 수 있거든요.
어피티의 코멘트
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전공하던 첼로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캥거루족’ 카스미의 이야기예요. 주변 사람들은 카스미에게 연애, 결혼, 독립을 권유해요. 그러나 카스미는 그 모든 것을 바라지 않아요. 자신이 이상한 존재일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점차 원하는 것을 찾아갑니다. 세상이 세운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보통의 기준’을 깨닫게 되는 거죠.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과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두고 사회적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해요. 그러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개개인의 삶의 형태도 다양해진 지금 캥거루족을 비단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로만 여기는 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관점일 수 있어요. 특히, 스스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해요. 물론, 독립을 원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기를 ‘강요’당한 청년들을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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