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꼭 독립을 해야 할까요?


“각자의 선택 vs. 탈피해야 하는 상태.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최근에는 다 큰 성인이 부모님과 함께 사는 모습을 흔치 않게 볼 수 있어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캥거루족’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일자리 찾기가 쉽지도 않고 취직을 하더라도 월급만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거든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나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독립은 엄두도 못낸다는 청년들이 많이 늘고 있어요. 


예전에는 경제적 자립을 못 하는 사람에게 붙는 낙인처럼 여겨졌던 ‘캥거루족’이라는 표현. 성인이 되고도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님에게 기대는 것은 과연 부끄러운 일일까요? 캥거루족 현상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지금, MZ세대들은 독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생생 MZ톡 참여자

  • 다운(27세, 대학생)
  • 홍몬(33세, PM)
  • 고슴도치(32세, 직장인)
  • MOON(24세, 직장인)
  • 아구(31세, 직장인)
  • 냐냐냥(30세, 직장인)
  • 고고(33세, 공무원)
  • 망설임(36세, 디자이너)

지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나요? 아니면 독립해 살고 있나요?
  • 홍몬(33세, PM): “자취 5년차예요. 저희 부모님이 ‘무조건 한 번은 나가서 살아봐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29살 전에 독립했어요.”
    누나도 서른이 되기 전에 독립을 했고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해서 독립했지만, 버는 돈의 20% 이상이 주거비로 나가는 상황이라 저축으로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해요.
 
  • 고슴도치(32세, 직장인): “30살까지 부모님과 살다가 결혼하면서 독립했어요.”
    부모님 품을 벗어난 적이 없어서 집안일이나 공과금 처리 등 독립 생활에 대해 전혀 몰랐죠. 캥거루족으로 지냈던 사실에는 부끄러움이 없지만, 결혼하고 나니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부끄럽더라고요. 

  • MOON(24세, 직장인): “대학생 때 자취를 하다가, 취업을 하면서 다시 본가에서 출퇴근하고 있어요.”
    본가에 다시 돌아가니, 자녀의 입장에서도 자녀랑 다시 살게 되는 부모님 입장에서도 서로 생활 습관이나 방식을 다시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 고고(33세, 공무원): “ 대학생 때 2년, 직장인이 된 후 첫 6개월을 제외하고 줄곧 가족과 함께 살았어요.”
    한때는 독립을 간절하게 원했고 하루 빨리 나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누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어요. 막상 독립할 자금이 준비가 되니까 오히려 집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졌어요.

‘캥거루족’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나요, 아니면 불편한가요?

  • 다운(27세, 대학생), 홍몬(33세, PM): “예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얹혀사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뜻하는 단어였는데, 요즘엔 본가에서 부모님과 살면 ‘캥거루족’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저축을 위해서는 부모님과 사는 게 필요하다 보는데,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좀 불편해요. 뜻 자체도 엄마 뱃속에 살고 있는 새끼 캥거루에 비유한 거고요. 실제로는 같이 살면서 부모님에게 용돈이나 생활비를 보태드리기도 하는데 말이에요.

  • 냐냐냥(30세, 직장인):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그 표현이 불편해요.”
    이 단어 자체가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하하려고 만들어진 것 같거든요. 독립은 각자의 사정과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건데 말이에요.

  • 고고(33세, 공무원), 망설임(36세, 디자이너): “딱히 좋지는 않지만 불편하지도 않아요.”
    캥거루는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엄마 품에서 키우다가 준비가 되면 내보내잖아요. 사람도 보호 받으며 준비하는 기간이 필요한 거죠. 센스 있고 귀여운 비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 아구(31세, 직장인): “저는 이미 독립을 해서 별 느낌이 없는데,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런 표현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있으니까요.

요즘처럼 집값, 월세, 생활비가 모두 오르는 상황에서도 성인이라면 부모님에게 독립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 고고(33세, 공무원): “독립이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경제적으로 독립이 가능하지만 하지 않은 이유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일상을 누리는 행복 때문이거든요. 혼자서 살림을 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큰 혜택이고요. 부모님도 정보를 찾거나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등, 제가 필요할 때는 의지하시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즐거워하세요. 가족끼리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만 있다면 무조건 독립을 해야하는 건 아닐 것 같아요. 

  • 아구(31세, 직장인): “저는 독립 이전과 이후가 삶의 질 면에서 달라서 적극적으로 독립을 권장하는 편이긴 해요.”
    최저금리였던 시기에 독립을 결정하고 8400만 원 전세보증금의 80%를 연 1.2%로 빌려서 한 달에 7만 원도 안 되는 이자만 내며 자취를 시작했어요. 그때 느낀 게 ‘전월세 제도를 잘 이해하고 금융 지식이 있다면 독립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였거든요. 집안일도 직접 해보면서 나의 장단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어요. 

  • 냐냐냥(30세, 직장인): “보통 본가가 멀어져서, 대학을 진학하면서, 성인이 된 이후 부모님과의 마찰 때문에 등 각자 떨어져 살아야 할 필요가 생겨서 독립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독립해야 하는 필요성이 없다면 굳이 독립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 MOON(24세, 직장인): “요즘은 가족 형태도 다양하고 경제적 상황도 다 다르기 때문에 꼭 독립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자취를 해본 입장에서, 독립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는 점은 인정해요. 온전히 내 책임 하에 집안일을 관리하고 자립심을 기르는 경험은 혼자 살아봐야 제대로 배울 수 있거든요.


어피티의 코멘트 

영화 <보통의 카스미>는 전공하던 첼로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된 ‘캥거루족’ 카스미의 이야기예요. 주변 사람들은 카스미에게 연애, 결혼, 독립을 권유해요. 그러나 카스미는 그 모든 것을 바라지 않아요. 자신이 이상한 존재일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점차 원하는 것을 찾아갑니다. 세상이 세운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보통의 기준’을 깨닫게 되는 거죠. 


성인이 되어도 부모님과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캥거루족을 두고 사회적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해요. 그러나 결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개개인의 삶의 형태도 다양해진 지금 캥거루족을 비단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로만 여기는 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관점일 수 있어요. 특히, 스스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택했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해요. 물론, 독립을 원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기를 ‘강요’당한 청년들을 위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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