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우 수지, 박지현, 채정안 등 많은 여자 연예인이 인생 취미로 발레를 꼽으면서 발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특히 수지가 공개한 발레복 OOTD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됐죠. 취미로 발레를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되어가는 저에게는 이런 관심이 참 반갑기만 해요. 제 목표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행복하고 건강하게 춤추는 것이거든요.

출처: 배우 수지, 박지현 인스타그램

발레를 시작하고 제 인생은 180도 바뀌었어요.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전반이 확 바뀌었다고 할까요. 물론 좋은 방향으로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이렇게나 좋은 발레를 본격적으로 영업하려고 해요. 발레, 같이 하실래요? 영업 당할 준비 되셨나요?

발레는 날씬한 사람만 해야 할까?
몸에 딱 붙는 옷을 꼭 입고 춤을 춰야 하는 걸까?

막상 발레를 시작하려고 하면 고민이 많아지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낯선 운동이니까요. 미디어에 비친 발레리나는 전부 날씬하고, 세계적인 발레단에서는 철저하게 몸매와 비율을 보고 발레리나를 선발한다고 하잖아요. “나는 너무 뚱뚱한 것 같은데”, “나는 키도 작고 비율도 안 좋은데”, “나이도 많은데 지금 시작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시작하기 전부터 지레 겁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그 장벽을 제가 다 부숴드리려고 해요. 모두 편견이거든요!

🩰 발레는 날씬한 사람의 전유물?
물론 전문 무용수라면 어느 정도의 체중 관리가 필요할 수 있겠죠. 하지만 취미로 발레를 배울 때 체형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실제로 수업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의 체형이 정말 다양해요. 날씬하지 않아도, 유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발레를 배울 수 있어요. 체형 때문에 발레 배우는 게 망설여진다면 단 1초도 고민하실 필요 없어요.

🩰 발레는 어디에서 어떻게 배워야 할까?
발레는 정답이 있는 춤이에요. 그러니 괜찮은 학원에서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는 걸 추천해요. 좋은 학원은 어떻게 고르냐고요? 아래는 제가 학원을 고르는 기준이에요.

• 발레를 전공한 강사가 존재하는지
  발레는 발레 전공자에게 배워야 합니다. 발레는 정답이 있는 춤이고, 전공 여부에 따라 춤의 디테일이 확 달라져요. 발레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에게 배우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되도록 발레를 ‘주전공’으로 배운 강사에게 배우세요.
  
  대부분의 학원은 강사의 약력을 공개하니, 관심 있는 학원의 강사 약력에 ’발레(전공)‘이 적혀 있는지 체크하세요. 이 외에는 프로 발레단 경험이 있는지, 자격증은 어떤 걸 보유하고 있는지, 성인을 가르쳐본 적이 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 보면 좋아요.
  
  
• 발레홀에 탄성 마루를 시공했는지
  발레는 점프 동작이 많아요. 무릎과 발목을 지키고 싶다면 점프 시 받는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는 탄성 마루가 깔린 곳으로 가야 해요. 탄성 마루가 없는 곳에서 배우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이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살펴보고 이 외에는 학원의 위치, 시간표 등을 고려해서 학원을 고르면 돼요. 사실 가장 좋은 건 수업을 들어보는 것인데요. 수업을 한 번 들어봐야 이 학원이, 이 선생님이 나와 잘 맞는지 알 수 있거든요. 대부분의 발레 학원은 일회성 수강이 가능하니, 관심 있는 학원을 몇 개 점 찍어 두고 한 번씩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 배우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무엇을 배우든 사람마다 투자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기에 딱 잘라서 얼마가 든다고 답변하긴 어려워요. 다만, 사람들의 생각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요. 발레에 들어가는 비용은 수강료와 발레복(용품) 구입비가 있어요. 발레복 구매비는 개인의 소비 습관에 따라 차이가 아주 크니 수강료를 기준으로 설명해드릴게요. 발레 학원의 수강 방식은 쿠폰제와 정규 수강,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 쿠폰제
  1회, 4회, 8회 이런 식으로 쿠폰을 끊어 가능한 시간대의 수업을 듣는 방식이에요.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분들께 추천하는 수강 방식입니다. 서울 기준, 1회 35,000원(90분)이 기본 가격이에요. 이보다 낮으면 저렴한 편이고, 높으면 비싼 편이에요. 물론 여러 회를 끊을수록 저렴해집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은 4회 쿠폰 120,000원, 8회 쿠폰 208,000원이에요.

• 정규 수강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수업을 듣는 방식이에요. 서울 기준, 주 2회를 기준으로 한 달에 14만 원에서 20만 원 사이입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은 주 2회 180,000원, 주3회 250,000원, 주 4회 320,000원이에요. 생각보다 막 비싼 가격은 아니죠?

사실 취미 발레인의 지갑을 털어가는 주요 원인은 발레복 쇼핑이에요. 정말 예쁜 옷이 많거든요. (통장: 그만해)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복장을 갖춰 입을 필요는 없어요. 처음에는 발레슈즈와 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운동복이면 충분해요.

 🩰 딱 붙는 옷, 꼭 입어야 해요?
발레하면 바로 떠오르는 쫄쫄이 옷. 바로 레오타드입니다. 발레의 기본 복장은 레오타드, 스타킹, 스커트 그리고 발레슈즈입니다. 딱 달라붙는 레오타드가 많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기본 복장은 입어주는 게 좋아요. 

실제 발레복을 착용한 모습, © 홍학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모든 복장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발레를 지속할지 아닐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용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어요. 아직 초보라면 발레슈즈와 딱 붙는 운동복이면 충분해요. 레깅스, 요가복, 필라테스 복장 모두 좋습니다. 발레 슈즈는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고, 학원에서도 대부분 판매하는데요. 가장 좋은 건 오프라인 발레샵에서 직접 신어 보고 내 발에 맞는 발레슈즈를 구매하는 거예요. 머리카락은 길다면 깔끔하게 묶고, 짧은 편이라면 헤어밴드 같은 걸로 정리해 주면 좋아요.

집에 있는 옷으로 먼저 수업을 들어보세요. 발레를 본격적으로 오래 할 것 같다면? 발레복을 구매할 차례입니다. 참고로, 레오타드 사이즈는 고르기 위해선 거스(girth, 몸통 둘레)를 알아야 해요. 유연한 줄자로 어깨부터 몸통 한 바퀴의 길이를 측정하면 정확합니다. 아래는 국내 종합 발레 쇼핑몰이에요. 모든 발레용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으니 구경해 보세요!

거스 길이를 재는 법, 출처: charmleos

• 국내 종합 발레 쇼핑몰

• • 이발레샵: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발레용품 종합 쇼핑몰이에요. 오프라인 매장도 많으니 직접 방문해 보셔도 좋아요.

• • 탑토

• • 카페지오

• • 유어샵

평소 들고 다니는 발레용품, © 홍학

또, 발레를 하다 보면 원치 않아도 짐을 바리바리 싸게 돼요. 몸을 풀어야 하니 각종 스트레칭 용품, 부상 방지를 위한 각종 워머들 등등이 많거든요. 어깨가 무겁지만 하나라도 포기할 순 없죠. 개인적인 추천템은… 다이소 폼롤러입니다. 5,000원의 행복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좋아요.

🩰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발레 수업의 기본 순서는 ‘매트 → 바 → 센터’입니다. 발레리나는 ‘근육형 인간 무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그만큼 코어가 딱 잡혀있고 온몸을 근육이 지탱하고 있거든요. 발레할 때 유연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근력이에요. 그래서 매트 시간에는 근력과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진행합니다.

바는 기본적인 발레 동작을 익히는 시간이에요. 손으로 발레 바를 잡고, 음악에 맞춰 발과 팔을 움직이게 되는데요. 처음엔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용어가 낯설게 들릴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외계어 같았던 용어가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됩니다.

매트와 바에서 단련을 마친 뒤, 센터에서는 본격적으로 동작을 연결해서 춤을 출 차례입니다. 아직 동작이 익숙하지 않은 초급반에서는 센터는 제외하는 경우도 많아요. 고급반에서는 매트 시간을 빼는 경우가 많고요. 참고로 수업 시간은 대부분 60분에서 90분 사이입니다.

🩰 발레 용어가 어렵나요?
유튜브 등에서 발레 수업 영상을 보다 보면, 한국말인지 외국어인지 모를 외계어(!)가 들릴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만, 미리 알고 가면 좋죠! 기본 발레 용어 몇 가지 알려드릴게요.

출처: dancewearcentral

• 기본 발 자세

1번: 두 발의 뒤꿈치를 붙인 채로 발끝은 바깥으로 여는 자세. 일직선 모양을 만들면 돼요.

2번: 1번에서 양발을 골반 너비만큼 벌린 자세.

3번: 한 발 뒤꿈치를 다른 발 가운데에 붙인 자세. 현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4번: 한 발은 앞으로, 나머지 발은 뒤에 두고 간격을 벌린 자세.

5번: 4번 자세에서 빈틈없이 발을 닫은 자세.

출처: balletwizard

• 팔동작
  • 팔동작은 발레 용어로 ‘폴드브라(Port de bras)’라고 해요.
  • 앙 바 (En Bas): 아래에서 둥글게 모은 준비 자세.
  • 아나방 (En Avant): 둥글게 모아서 명치~가슴 높이에 둔 자세.
  • 알라스콩 (À la seconde): 양옆으로 부드럽게 펼친 자세. 어깨선보다 약간 앞·둥근 곡선 유지.
  • 앙 오(An Haut): 머리 위에서 타원형을 만드는 자세.

🩰 발레를 하면 뭐가 좋은가요?
누군가 제게 “누군가 다 큰 어른이 발레해서 좋은 게 뭐가 있냐!” 하고 묻는다면, 세속적인(?) 관점에서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아요. “체형이 좋아졌고, 근육이 생겼고, 운동 효과가 짱짱하고,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사실 발레를 하면서 몸보다는 마음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발레에는 꼼수가 통하지 않거든요. 단기간 바짝해서 실력을 올리는 건 절대 불가능해요. 인풋 대비 아웃풋은 엉망이고, 모래성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몇 년 이상은 꾸준히 연습해야 조금이나마 실력이 올라가요. 극한까지 몸을 사용해야 하고, 잘 못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견뎌야 하는 발레는 저에게 수련과 같아요. 매일 스스로를 갈고 닦는다는 마음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어요.

🩰 그 외 자주 듣는 질문 모음

• Q: 발레하면 살 빠지나요?
  A: 발레 자체는 칼로리 소모가 아주 높은 편인 고강도 운동이지만.. 다이어트는 식이가 90%라고 생각합니다. 다이어트를 위해선 식단 조절이나 추가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군살이 정리되어서 같은 몸무게여도 예전보단 날씬해 보이긴 해요. (아마도!)

• Q: 발레하면 체형 교정되나요?
  A: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개인적으론 도움받았어요. 물론, 몸이 다 성장한 성인이 주에 몇 시간 정도 한다고 해서 프로 무용수의 몸처럼 되긴 어렵죠. 하지만 흡사 거북이 같은 현대인의 몸을 고치는 데는 분명 도움 된다고 생각해요.

• Q: 토슈즈는 언제부터 신을 수 있어요?
  A: 발레의 로망, 토슈즈는 부상의 위험이 아주 높기 때문에 몸이 어느 정도 발레에 적응했을 때 신어야 해요. 사람마다 차이가 크겠지만, 최소한 2년은 지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는 개개인의 실력마다 다를 테니 학원 선생님과 상의해 보세요!

• Q. 남자가 해도 되나요?
  A: 그럼요! 남자 취미 발레인의 인구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예요. 남자 동작을 제대로 배우려면 발레리노 선생님이 계신 학원으로 가는 게 좋아요.

발레를 배운 지 일 년쯤 지났을 때, 개인적으로 아주 힘든 일이 있었어요. 세상 어디에도 제가 있을 자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발레하는 곳에는 제 자리가 남아 있더라고요. 발레하는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벗어나 편하게 웃을 수 있었어요. 발레 덕분에 그 시기를 견뎌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취미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께도 취미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의 발레 영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