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 실전 전략

글, 부엉이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부엉이입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채권 투자를 담당했고, 현재는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 중입니다. 다양한 매체에 투자 및 금융 관련 글을 기고하고 『버핏클럽 issue 1』에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채권 첫걸음> 지난 연재 모아 보기

지난 시간, 채권금리(채권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 움직이는 원리와 흐름에 대해 알아봤어요. 공부한 내용에 따르면 채권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물가 상승률이 높아졌다가 점점 낮아지며 안정되는 시기예요. 이때 채권투자를 시작하면 높은 수익을 내는 동시에, 이후 물가 안정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격이 올라서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경기 싸이클이 정점을 찍고 점차 둔화되기 시작할 때가 채권을 늘리기 가장 좋은 시점이에요.


채권, 언제 사고 언제 팔아야 할까요?


금리가 오르는 경기 상승기에는 채권 가격이 하락해요. 이때는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아요.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들의 이익도 좋고, 부동산 공실률도 낮아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경기가 하락기에 접어들면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가격이 상승할 수 있으므로 채권 비중을 늘리고,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은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아요.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들의 이익도 줄고, 부동산 공실률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예요.


원금 회수 기간, 

‘듀레이션’ 이용한 투자전략 실전 예시


채권 만기 기간도 채권투자 의사 결정에서 중요한 요소예요. 채권 만기가 길수록 채권 가격은 금리의 움직임 영향을 많이 받고, 채권 만기가 짧을수록 영향을 적게 받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만기 10년짜리 국채는 듀레이션(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8년 정도예요. ‘듀레이션이 8’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채권은 금리가 1% 낮아질 때, 가격이 8% 올라요. 만기가 길어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죠. 따라서 금리가 하락할 때는 만기가 긴 채권을 사야 자본 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어요.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만기가 짧은 채권을 사야 자본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좀 더 간략히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 경기 둔화기엔 장기채권 투자가 유리하고, 
  • 경기 상승기엔 단기채권 투자가 좋다고 요약할 수 있어요. 


보험사나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은 금리 하락기에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의 특성을 자산 배분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어떤 가상의 연기금이 전체 자산의 30%를 만기 10년 채권에, 나머지 70%를 코스피 지수에 투자하고 있다고 가정할게요. 이 시점에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로 국채 10년 금리가 2% 하락하고, 코스피 지수가 20% 하락했어요. 


코스피가 20% 하락하자 연기금의 전체 자산은 9.2% 감소했어요. 하지만 채권 가격이 16% 상승하면서 손실을 줄일 수 있죠. 이제 연기금의 자산 비중은 채권 38%, 코스피 62%가 되었어요. 이때 연기금은 가격이 오른 채권을 일부 매도하고, 가격이 하락한 코스피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산 비중을 다시 30 : 70으로 구성할 수 있어요. 주가가 저렴할 때 주식의 비중을 늘려두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할 때 예전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어요.


개인 투자자를 위한 채권 비중 전략


경기가 둔화할 때 채권 비중을 늘리고, 경기가 회복될 때 채권 비중을 줄이기. 


말은 간단하지만, 경기를 전망하기는 정말 어려운 작업이예요. 경기 싸이클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길게 확장되기도 하고, 예상보다 빨리 바뀌기도 해요. 숙련된 기관 투자자들도 경기 국면에 맞추어 채권의 비중과 만기를 조절하는 전략에 실패할 때가 많아요.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이 경기 전망에 따라 적극적으로 채권과 위험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은 추천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위험 자산 가격이 비싸 보일 때 채권 비중을 천천히 늘리고, 경기 둔화나 부정적인 뉴스로 위험 자산 가격이 낮아졌을 때 채권을 일부 팔고 위험 자산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소극적인 자산 배분 전략으로도 좋은 장기 성과를 낼 수 있어요.


그렇다면 위험 자산의 가격이 현재 비싼지 아닌지는 어떻게 판단할까요? 개인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은 긴 호흡을 가지고 채권 금리와 주식의 배당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천천히 비중을 조절하는 거예요.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현재 주가로 나눈 값이에요. 주당 배당금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주가가 오르면 배당 수익률이 낮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 수익률이 높아지죠. 


  • 채권 금리가 주식의 배당 수익률보다 높을 땐 채권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 주식의 배당 수익률이 채권 금리보다 높을 때는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리는 소극적인 비중 조절 전략만으로도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한국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던 200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때문에 한국의 국채 금리는 증시 전체의 배당 수익률보다 항상 높았어요. 국채 금리는 4~6% 사이에서 움직였지만, 배당 수익률은 2% 내외였기 때문에 단순 수익률 차이만으로는 자산 배분에 감을 잡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서 배당 성향과 금리가 선진국 유형에 수렴한 2020년대 이후에는 채권 금리와 배당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법이 보다 유효했어요. 2020년, 국채 금리가 1% 일 때, 배당 수익률은 2% 내외였어요. 주식이 상대적으로 매력이 있었고, 그때부터 증시도 많이 올랐어요. 


현재(2024년 9월 기준) 국채 3년 금리는 3% 정도인데, 증시 배당 수익률은 2% 정도예요. 주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채권 수익률이 더 매력적이에요. 


채권 혹은 예금의 수익률과 주식의 배당 수익률을 비교하는 방법은 증시의 상대적인 고평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예요. 증시 배당 수익률 데이터를 자주 확인하기 힘든 경우에는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우량 종목의 예상 배당 수익률과 주거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아요. 


세계 최고의 투자자 따라하기


세상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사람의 전략을 엿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워런 버핏이 경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항상 현금을 가지고 있어요. 버핏이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하면 현금 비중이 줄어들고, 투자를 중단하면 현금 비중이 늘어나요. 버크셔 해서웨이의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을 확인하면 버핏이 주식 시장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어요.


버크셔 해서웨이의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은 대부분 만기 1년 미만 미국 단기 국채로 구성되어 있어요. 버핏은 살만한 주식이 없을 때(버핏이 판단하기에 주식이 비싸다고 생각될 때),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요. 버핏이 가진 자회사들이 매년 많은 영업이익을 벌어오기 때문에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현금(미국 단기국채)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구조예요.

2005년 2분기 버핏의 현금 비중은 24.5%로 과거보다 현금을 많이 비축했어요.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하락할 때 주식 투자와 자회사 인수를 늘리면서 현금을 소진했어요. 가격이 쌀 때 많은 투자를 집행했고, 큰 수익을 달성했어요. 2024년 2분기 현재 버핏의 현금 비중은 25.0%로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네요. 지난 2분기에 버핏은 애플 지분을 절반 이상 매도하면서 현금을 늘렸어요. 버핏은 이 글을 쓰는 2024년 시점에, 주식 시장이 싸다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아요. 


나에게 맞는 적정한 현금 비중은?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전체 투자자산에서 채권(현금) 비중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요?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사회 초년생의 경우는 채권(현금)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어요. 현재 가진 자산 대비 앞으로 벌어들일 근로소득이 많은 사회초년생은 지나치게 안전자산을 많이 가져가기보다는, 위험 자산 가격이 하락했을 때 근로소득으로 꾸준히 분할 매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반대로 자산이 많고 잔여 근로소득은 적은 중장년층은 채권(현금) 비중이 높아야 해요. 자산에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이 나고, 시장이 전반적으로 저평가 됐을 때 근로소득만으로는 매수 금액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에요.

 

💌 <채권 첫걸음>은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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