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유일한 진짜 돈’이 되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쉽게 무역을 하고, 세계 경제 위기 때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됐어요. 다른 나라들은 환율 변동에 대비해야 하지만, 미국은 자국 통화 그대로 국제 거래를 할 수 있으니 부담이 적어요. 그런데도 미국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궁금해지죠.
기축통화국,
왕좌의 손해를 견뎌라?
기축통화국이 지닌 특권에도 대가는 있어요. 미국은 전세계에 달러를 공급하기 위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감당해야 해요.
무역적자부터 볼게요. 미국은 많은 소비를 하면서 다른 나라의 물건을 사들여요. 이때 적자를 감수하고 가격을 달러로 지불함으로써 전 세계에 달러를 충분히 공급해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죠. 한마디로 미국이 ‘수입 대장’ 역할을 하면서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구조예요. 이런 미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석유부터 각종 원자재 등의 수입을 줄이면 글로벌 무역 자체가 둔화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재정적자는 무슨 이야기냐고요? 미국은 무역적자를 통해서도 달러를 뿌리지만, 채권을 찍어내서 뿌리기도 해요. ‘빚’을 내서 다른 나라 국가가 미국채를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 중 하나라 달러를 벌고 싶은 나라들이 앞다퉈 사가요. 문제는 채권이란 결국 빚문서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달러 공급을 위해 생으로 빚을 내는 건 아니고, 미국 정부도 다 사용할 곳이 있어서 채권을 파는 것이랍니다. 특히 글로벌 패권국으로서 군사력을 유지하느라고 사용하는 국방비 지출이 굉장히 커요.
그럼에도 앞서 말한 기축통화로서 세계 금융에서 누릴 수 있는 이득과 지위가 막강하기 때문에 강대국들은 호시탐탐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노리는 것이죠.
밀려난 옛 기축통화국과
새 기축통화국이 되고 싶은 나라는?
우리는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인 세계에 태어나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기축통화는 국제법이나 조약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정세 속에서 자연스럽게 획득하는 지위이고, 시대마다 어떤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는지는 계속 달라져 왔어요. 또, 아시아면 아시아, 유럽이면 유럽처럼 특정 지역에서는 달러만큼 널리 쓰이는 ‘역내 기축통화’도 있어요.
미국 달러 전에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였어요. 19세기 대영제국 시절 파운드화는 지금의 달러처럼 국제무역의 중심이었어요. ‘영연방’이라 불리는 영국식민지에서는 파운드화로만 거래할 수 있었으므로 누구나 파운드화를 갖고 있어야만 국제무역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하지만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식민지 독립과 전쟁비용 과다 지출로 영국 경제가 무너졌고, 결국 달러에 자리를 내주었어요. 기축통화국 지위가 영원할 것 같아도, 실제 경제력과 군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지하기 어려워요. 문화와 제도의 힘도 꽤 중요하고요.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 47대 대통령이 된 2024년 이후 미국은, 쌍둥이 적자와 기축통화국 유지를 진지하게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미국 달러를 이을 후보는 누구일까요?
미국에 이어 가장 넓은 범위에서 통화를 유통시키는 기축통화국은 바로 유럽연합(EU)이에요. EU 중 20개국이 사용하는 단일통화 ‘유로화’는 유럽연합(EU) 유럽 내 무역과 금융거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요. 유럽 국가들은 서로 다른 나라지만, 공통 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역과 투자에서 환율 변동 걱정이 없어요. 게다가 유로화는 EU 역내뿐만 아니라 국제 외환보유액에서도 달러 다음으로 많이 보유하는 통화예요.
기축통화국 자리를 노리는 다음 후보는 중국이에요. 중국은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려고 ‘디지털 위안화’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요. 하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누구나 쉽게 거래하고 보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국의 강력한 자본 통제가 걸림돌이에요. 중국이 기축통화국이 감당해야 하는 거대한 무역적자를 견딜 체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아직은 의문이에요.
일본 엔화는 아시아에서 국제 무역 결제나 외환보유용도로 많이 쓰여요. 최근에는 결제 비중이 5%까지 올라왔어요. 그럼에도 글로벌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어요.
아직 힘은 없지만 ‘글로벌 사우스’로 불리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남미 등 신흥국도 자체적인 역내 기축통화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인구와 자원이 풍부해서 한번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 꽤 현실성 있는 국제통화가 등장할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2월, 글로벌 사우스를 이끌고 있는 브릭스(BRICS) 국가들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어요.
원화: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 😞
달러: 그냥 어깨춤의 달인이 되는 게… 😅
우리나라 입장을 볼까요? 우리나라는 그래도 달러 기축통화 시대에 굉장히 잘 적응한 국가예요. 그럼에도 최근 달러가 너무 비싸져서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죠.
강달러는 수출 기업에게 유리하지만, 반대로 수입 물가가 올라서 서민 경제에는 부담이 돼요. 반면 약달러가 되면 원화 강세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는 반면, 해외여행이나 원자재 수입에는 이득이 되죠.
요즘에는 특히 강달러의 장점은 줄어들고 단점은 커져서 문제예요. 원자재 수입가가 너무 비싸져서 최종 상품을 만드는 원가가 너무 비싸지는 바람에 수출기업조차 딱히 수출에 유리하지도 않게 되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항상 우는 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예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원화 국제화’를 꿈꾸는 목소리가 있어요. 글로벌 무역에서 원화를 더 많이 사용하고 싶고, 외환시장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불안정함도 줄이려는 취지죠. 하지만 그러려면 원화가 전세계에 퍼져 있어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어야 하고, 금융시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야 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금융시장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데다 원화 자체도 글로벌 무역에서 활용도가 낮아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당분간은 최선을 다해 달러 환율에 장단을 맞추는 수밖에 없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기축통화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