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수요와 공급을 수급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나요?

글, 정인

어피티: 오늘 수급은 외국인이 결정했군요.

the 독자: ?!

어피티: 덕분에 지수가 올랐어요. 순매수 해주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the 독자: (수급의 뜻을 찾아본 다음 🔍) 외국인의 주식 수요가 많았다는 뜻이죠? 수급이 수요와 공급의 줄임말이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왜 증시 시황에서만 굳이 이렇게 줄임말을 써요?

어피티: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굳어진 용어예요. 📝


일제강점기에도 우리나라에는 유가증권시장(주식시장)이 있었어요. ‘조선취인소’라는 이름이었는데요, 그렇다 보니 증시에서 사용하는 용어 중에는 그때 당시 사용하던 한자어가 많이 남아 있어요. 주식시장 시황에서 쓰는 ‘수급’이라는 말은 동북아시아에서 모두 사용하는 용어랍니다. 


이때 수요와 공급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의미 그대로예요. 주식을 사기를 원하는 수요가 높으면 주가가 오르고, 주식을 팔기를 원하는 공급이 높으면 주가가 내려가겠죠.


수급은 시황 분석의 기초 데이터예요

수급은 결국 ‘누가 얼마나 샀고’ ‘누가 얼마나 팔았는지’에 관한 이야기예요. 주식 투자를 깊이 공부하다 보면 ‘퀀트 투자’나 ‘기술적 분석’이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어요. 

  • 퀀트는 재무제표 등 기업 분석을 토대로
  • 기술적 분석은 차트를 토대로

주식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는 방법이에요. 두 분석 모두 수급이 기초적인 데이터가 돼요.


퀀트 투자에서 수급은 ‘변수’에 해당해요. 예를 들면 거래량 증가율, 순매수 강도, 기관·외국인 수급 지표 등을 데이터화해서 수익률을 예측하는 모델에 집어넣는 식이죠. 이 지표들이 실제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적 상관관계를 입증해내는 것이 퀀트의 핵심이에요.


기술적 분석에서는 수급은 신호의 진위를 가려내는 ‘필터’로 작용해요. 가격이 올랐을 때 그 움직임이 얼마나 단단한지 밀도를 확인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 차트상 매력적인 돌파 신호가 나와도 수급(거래량)이라는 뒷받침이 없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으로 해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식이에요.


주가는 기업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라기보다는, 누군가 사고판 ‘거래의 결과물’에 가까워요. 아무리 좋은 호재가 있어도 누군가 실제 돈을 들고 와서 매수 버튼을 눌러야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죠. 반대로 기업 전망이 어두워도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많으면 주가는 버텨요.


결국 시황 분석에서 수급을 본다는 건, 재무제표나 보고서 속의 이론적인 가치가 아니라 시장의 실질적인 동의를 확인하는 작업이에요. 매일 아침 수급부터 가장 먼저 챙겨봐야 하는 이유죠.


수급은 돈의 출처와 목적을 보여줘요

주식 시장에는 크게 개인, 기관, 외국인 세 주체로부터 성격이 다른 돈이 들어와요. 개인과 기관, 외국인은 같은 장면을 봐도 전혀 다른 이유로 움직여요. 

  • 개인은 뉴스나 분위기에 빠르게 반응하고, 
  • 기관은 포트폴리오 규칙이나 분기 성과,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움직이죠.
  • 외국인은 금리·환율·국가별 비중 조절처럼 더 큰 단위의 변수에 끌려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똑같이 ‘매수 우위’가 떠도 그 매수가 개인 주도인지, 기관이나 외국인 주도인지에 따라 시장을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져요. 개인 매수가 강한 장은 대개 변동성이 크고 흐름이 빠르게 뒤집히기 쉬워요.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같이 붙는 장은 좀 더 덩어리가 크고 기계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추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져요. 포트폴리오 규칙과 거시경제 지표는 좀 더 큰 흐름이니까요. 


그래서 시황에서 수급을 보는 건 결국 ‘오늘 상승은 누구의 판단인가’를 보는 거고, 이 질문은 다음 날의 연속성과 시장의 체력을 판단하는 근거가 돼요.


시황 내용이 납득 가지 않을 땐 

수급을 보세요

시황을 보다 보면 납득이 안 될 때가 꽤 있어요. 분명 이 기업은 실적이 괜찮은데도 주가가 계속 빠지고, 엄청난 악재가 나왔는데도 주가가 생각보다 안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이럴 때 기업의 재무제표나 산업 전망 등, 내부적이고 이론적인 이유만으로 시장 상황을 설명하려 하면 자꾸 억지 해석이 붙게 돼요. 주관성이 점점 더 개입하는 거죠. 이럴 때 수급을 보면 의외로 단순하게 정리되는 경우가 흔해요. 


예를 들어 기관이 분기 말 리밸런싱 때문에 특정 업종 비중을 줄여야 하거나, 외국인이 환율 변동 때문에 한국 주식 전체의 노출을 축소하거나, 반대로 특정 테마를 국가 단위로 한꺼번에 담는 흐름이 외부 변수로 작동한 것일 수도 있거든요.


💌 <어피티 경제사상식>은 화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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