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이 같다면 고소득층 자녀가 두 배 더 좋은 성과를 낸다

글, 정인

부모는 사교육비로 가장 많은 돈을 써요

한국은행은 2024년 8월 ‘BOK 이슈노트’에서 입시경쟁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정도가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발표했어요. 사교육을 포함한 교육비는 2023년 가계소비지출의 2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어요. 유자녀 가정이라면 그 무엇보다도 자녀 교육비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는 뜻이에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 내 고소득층(월 소득 800만 원 이상)은 저소득층(200만 원 미만)에 비해 사교육비를 2.3배 더 지출했어요. 이 차이는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보다 서울 상위권 대학에 5.4배 더 많이 진학하는 결과로 돌아왔어요.


‘못 해줄 거면 낳지 않는다’는 결심의 원인이에요

입시경쟁 과열은 우리나라 저출생과 수도권 인구집중 문제의 기저 원인으로 지적돼요. 올해 2월에는 상위 20%에 해당하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평생 임금뿐 아니라 정규직 취업, 대기업 취업, 장기근속 등에서도 유리하다는 KDI 연구 결과가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상위 대학에 보내려고 사교육비를 과다하게 지출하게 되고, 금전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 가정과 그렇지 못한 가정 사이 계속해서 격차가 벌어지는 거예요. 이번 한국은행 연구 결과는 동일한 잠재력을 가졌을 시 고소득층 자녀가 고소득 직업을 갖는 데 1.9배 유리하고, 2010~2012년 기준 상위권대학 진학률 격차의 75%는 부모의 경제력 효과로 발생한다는 것을 밝혔어요.

정인 한줄평
🧊 사교육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과 수도권 집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한 결과는 여럿 있지만, 이번에는 국가 경제 안정 유지를 목표로 하는 기관인 한국은행이 공식적 연구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한국은행 보고서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대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시했는데, 입학정원에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하되 선발 기준이나 전형 방법은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제도가 아니라 대학 자율적으로 꾸려가는 제도예요. 입시제도의 잦은 개편과 그 개편이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현행 체제가 학생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도와주는 사교육 의존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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