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냐면요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됐습니다. 2년 2개월간 심사를 끌던 EU가 결국 ‘승인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에요.
좀 더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통상적으로 다국적기업이 인수합병을 할 때는 주요 경쟁국 공정거래 담당 부처의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독과점 우려 때문인데요. 계약을 해외에서 체결하는 다국적기업 특성상, 주요 경쟁국 중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인수합병은 불가능해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결합은 ‘조선 빅딜’이라고 불릴 만큼 큰 M&A였습니다. 두 회사가 하나가 될 경우 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 운반선 등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70%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EU의 반대 이유인 ‘에너지 안보 침해’도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최근 친환경에너지로 인기 많은 LNG, 그러니까 액화천연가스는 유럽이 많이 수입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LNG운반선을 독과점한다면, LNG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유럽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본다는 거예요.
독자님이 알아야 할 것
✔️ 지금은 조선업계의 호황기인 만큼, 이번 불발이 당장 업계 경기에 영향을 미칠 확률은 낮다고 합니다. 다만 불황기에 나타날 국내 업체 간 출혈경쟁과 중복투자, 저가수주가 걱정될 뿐인 거죠. 일단 우리나라 조선업계에서는 EU의 에너지 안보 침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에요.
✔️ 한국해양조선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2019년 세운 중간지주사입니다. 이번 인수합병이 불발되면서 한국해양조선의 입지는 좀 애매해졌어요.
✔️ 현대중공업그룹은 오히려 여유 자금을 보존할 수 있게 돼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인수대상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은 어려운 상황에 빠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