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를 성장시키지 못할까?

글, 어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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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독자: 우리나라 부동산 뉴스는 참 이상해요. 

어피티: 우리나라가 유독 부동산에 예민하긴 하죠. 😅 

the 독자: 그냥 예민한 정도가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나라가 뒤집어지잖아요. 가격이 오르면 누군가는 돈을 벌었을 테니 국가 전체로 봤을 땐 이익 아닌가요? 국민 대다수가 저 같은 무주택자여서 그런 걸까요? 🤔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정말로 심각해요. 경제 주체 개인의 삶에서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국가는 그 심각함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 볼게요.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율’은 57.3%예요. 자가 점유율은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을 뜻해요. 자가 점유율이 높을수록 사람들의 주거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절반이 넘는 수치니까 the 독자 님의 생각처럼 무주택자가 대다수는 아닌 셈이죠. 

 

다만 서울의 자가 점유율은 2022년 기준 44.09%로, 전국 평균보다 낮아요. 반전도 있어요. 정부의 대출 우대 정책 덕에 신혼부부의 자가 점유율은 꽤 높아요. 2023년 기준 46.4%거든요. 결혼하는 부부의 절반 정도는 집을 사서 시작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주택보급률은 지역에 따라 93~107.7%로, 앞으로 더 많은 공급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재 임대차로 들어갈 만한 주택이 고도성장기 때만큼 심각하게 모자란 것은 아니에요. 주거 불안정성에 관해 국가와 개인 간 온도차가 있을 법한 통계치죠.

 

그러니까 한 번씩 부동산이 과열될 때마다 국가적으로 ‘이렇게까지 부동산에만 매달려선 앞으로 큰일이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해요. 

 

집을 단순히 사고 팔 때는 

경제성장을 하지 않아요

 

GDP는 한 국가의 경제 성적과 규모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표예요. 모든 경제활동은 우리나라의 GDP를 증가시켜요. 다시 말해, 기업이 돈을 벌고 투자하고,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소비하는 활동이 국가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부동산은 좀 독특해요. 산업인 만큼 당연히 GDP 성장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만, 건물이 지어진 다음 최초로 분양할 때 역할의 대부분을 마쳐요. 부동산 시장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기존 주택 단순 매매는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하지 않거든요. 부가가치를 더하지 않으면 경제는 성장하지 못해요. 

 

GDP에 포함되는 부동산 산업 🏤

  • 신규 건설(시공과 개발): 새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상가 건설은 ‘건설업 투자’예요.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고정자본 증가로서 GDP에 반영돼요.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도로를 내기도 하고 철강이나 시멘트, 유리 같은 건자재 산업이며 인테리어 산업이 활발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해요.
  • 건설 후 최초 분양: 건설사가 새로 지은 주택이나 아파트, 상가를 분양할 때는 새로운 상품이 처음으로 시장 가격이 붙어서 판매돼요. GDP에 반영되는 경제활동이에요.
  • 부동산 전문 관리 및 임대 서비스: 오피스 빌딩이나 상가, 주택임대업은 GDP의 서비스 분야에 기여해요. 건물주가 세입자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서비스 생산에 속해요. 다만 다른 산업에 비해 생산성은 크게 낮아요. 단순히 임대차하는 것이니만큼 향상될 생산성이 존재하지 않고, 채용을 발생시키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 기존 주택 인테리어: 주거용 주택의 인테리어는 일반 소비자의 ‘소비 증가’를 통해, 오피스 빌딩이나 등록된 임대업자의 임대용 건물 인테리어는 ‘투자’로서 GDP를 성장시켜요.
 

GDP에 포함되지 않는 부동산 산업 🏠

  • 기존 주택과 건물을 사고팔기: GDP는 경제적 가치가 새로 창출되며 경제 규모가 커질 때 성장해요. 생산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상품에 새로운 의미와 기능이 부여되고 부가가치가 더해지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주택이 거래될 때는 해당 주택에 어떠한 기능이 추가로 붙거나 기술혁신이 발생하거나 고용이 창출되거나 경제적 의미가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2억 원에 분양받았던 아파트가 5년이 지난 후 폭등장을 맞아 10억 원에 팔렸다고 해도, 차익 8억 원은 경제성장과 관련 없는 돈이 돼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더라도 GDP에 큰 영향이 없는 이유예요.
  • 주택담보대출 받기: 대출은 금융거래로서 GDP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요. 경제성장 관점에서 보면 금융거래 역시 단순한 자산 이동일 뿐이에요. 단, 금융기관이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은 수수료나 대출 이자 마진은 서비스업으로서 GDP에 포함돼요. 액수에 아무 변화 없이 원금이 오가는 것은 단순 자산 이동, 새롭게 발생한 가치인 ‘이자’는 부가가치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경제성장은 엄격해요. 새롭게 만들어진 재화와 새롭게 창출된 서비스의 가치만 가지고 자라나니까요.

 

누구든 예산에 한계가 있어서

여기에 더하려면 저기서는 빼야 해요

 

국가도 개인도 일정 기간 사용 가능한 돈에는 한계가 있어요. 사람들은 경제 주체로서 한정된 예산을 만족스럽게 사용하려는 욕망이 있어요. 예를 들어 직장인의 점심 식비 예산이 1만 원이라면, 1만 원을 주고 ‘회사 근처에 갈 만한 곳’ 중 ‘오늘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열심히 고민할 거예요. 

 

좀 더 복잡하긴 하지만, 결국 국가도 같은 고민을 해요. 국가 예산은 물론, 기업과 개인도 국가 경제를 쑥쑥 성장시킬 수 있는 곳에 돈을 쓰기를 바라죠. 그런데 사람들이 주거비로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면 다른 곳에 소비하기 힘들 거예요. 실제로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었던 팬데믹 당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은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소비를 크게 줄였어요.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기업이 힘들어져요. 기업이 힘들어지면 경제가 휘청하죠.

 

더 생산성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에요

 

우리나라 기업은 본업만큼이나 부동산 투자에 열심이에요. 부동산을 사두면 본업보다 훨씬 쉽게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국가 입장에서는 기업의 이런 행동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어요. 돈이 생기면 R&D에 투자하고 채용을 늘려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건물만 사고팔면서 경제성장과는 상관없는 일을 해버리니까요. 

 

2010년대 대한전선처럼 멀쩡하던 기업이 본업은 괜찮은데, 무리하게 빚을 내서 마련한 부동산 때문에 재무구조가 부실해져 흔들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요. 부동산 자체는 부가가치가 없기에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이 어려워요. 그냥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요.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기업이 계속해서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기에 걱정이 커요. 

 

물론 부동산이 활황이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줘요. 새로 짓는 주택도 늘어나고, 관련 서비스업도 활발해지거든요. 하지만 부동산은 언제나 금융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과열되면 가계부채 문제를 일으키고, 무너지면 경제 전반에 큰 피해를 줘요. 

 

장기적인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고려해 한정된 자원은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수출 산업과, 혁신이 일어나는 고부가가치 내수 서비스업에 더 많이 쓰일 필요가 있어요. 이게 바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가 진짜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랍니다.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부동산 산업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한국의 경제위기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 기업부채가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 부동산업과 중소기업이 위기에 취약한 고리가 될 수 있어요. 2021~2022년 팬데믹을 거치며 빠르게 성장한 부동산업에서는 회사채와 차입금(빚)이 늘었습니다. …  (2023.8.2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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