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최는 남는 장사일까?


글, 정인

2032년에 개최될 제35회 하계 올림픽 유치를 두고 국내 도시 간 경쟁이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올림픽 개최 도시를 한 곳으로 결정해 신청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후보지로는 서울과 부산이 경쟁하다가 결국 서울로 결정된 바 있습니다. 이후 제35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는 호주 브리즈번으로 최종 확정되었어요. 


그래도 우리나라 도시가 개최전에 뛰어들었는데,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선정전이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선정전 때와 달리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이유가 뭘까요?


어피티: 최종 선정이 안 돼서 그랬을까요? 🙄

옛날 사람: 88 서울올림픽이랑 2002 월드컵은 후보지 참가 때부터 난리였다고!

어피티: 그땐 사람들이 지금보다 스포츠를 더 좋아했나요?

옛날 사람: 그런 게 아니야! 라떼는 말이야! 88 서울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나서 ‘이야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구나! 잘 사는구나!’ 하며 다 같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갑자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오늘은 2024 파리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제행사 유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얘기해 드릴 거거든요!


올림픽 개최지, 왜 중요할까?

 

올림픽 개최 도시 선정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입니다. 올림픽뿐만이 아닙니다. 월드컵, 세계박람회 등 다양한 국제행사 개최를 두고 여러 나라가 경합을 벌이는 것은 오랜 세월 익숙한 풍경이죠. 대체 왜 다들 그렇게 국제행사를 개최하려고 애를 쓰는 걸까요?


옛날 사람: 사람이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자랑이고, 그다음이 노는 거 아니겠어? 고대 그리스에서 그런 식으로 함께 모여 놀던 문화가 올림픽이었어. 그게 여태 이어진 거야.

어피티: 그니까 올림픽은 다 같이 모여서 놀기 위해 시작된 거군요?

옛날 사람: 순진하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자랑이라니까. 올림픽에서 자랑을 빼먹으면 어떡해!

 

‘올림픽 개최’는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종목별 순위도 순위지만, 다른 것들도 중요해요. 대표단의 의상부터 경기장 시설, 도시의 청결 상태, 문화 행사,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서비스 수준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써서 준비합니다.

 

이 자랑잔치의 주인공은 단연 개최국입니다. 도로와 경기장, 사람들의 복장, 길거리 먹거리 등 거의 모든 것이 전 세계에 중계되니까요.


전 세계에 한국을 광고하다 

 

1980년대는 우리나라 경제가 쭉쭉 발전하던 시기였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전 세계에 우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주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던 때였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전쟁 고아로 대변되던 나라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잘 정돈되고 발전한 도시를 자랑한다? 한 번에 대한민국에겐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였습니다. 북한과의 평화 무드가 잘 자리 잡았다는 것도 어필할 수 있었어요.

 

타이밍도 좋았습니다. 미국이랑 소련이 갈등을 겪으면서 1980년 이후로는 한쪽이 올림픽에 불참하곤 했거든요. 미국에서 열면 소련 쪽 국가들이 안 나오고, 소련에서 열면 미국 쪽 국가들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실제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 때 미국과 소련이 서로를 보이콧하면서 반쪽짜리 올림픽이 열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는 미국 편에 있으면서, 북한과의 분단 문제가 엮인 특수한 상황이었죠. 당시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선언하며 이전에 우리나라가 공산진영 국가를 대하던 적대적 태도를 크게 완화합니다. 각자 한 번씩 보이콧했겠다, 조그만 분단국가가 평화를 외치며 개최국으로 나섰겠다, 미국 쪽 국가와 소련 쪽 국가 양쪽에 참석할 명분이 충분했습니다. 각자 얼마나 더 잘났는지 자랑할 무대도 필요했고요. 

 

그래서 1988년 서울 올림픽에는 모두가 참여했습니다. 그렇게 88 서울올림픽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온전한 형태를 갖추어 열렸고,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신흥국이 확 떠오르게 돼요.

 

그렇게 돼서 우리나라에 경제적으로 좋은 게 뭐냐고요? 기업이 광고를 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물건을 살 때 광고에서 한 번이라도 봤던 물건에 눈길이 더 가잖아요. 광고에서 강조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기도 하고요. 브라운관을 통해 빠르게 발전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난 뒤, 한국의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간 거예요.


이럴 때, 국제행사는 

나라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국제행사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경기장을 짓고, 도로를 닦고, 숙소를 짓기 위해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면서 나타나는 생산 유발 효과

② 한 국가가 국제적으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홍보 효과 및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국민 간 연대감이 생기는 등의 부가가치 발생 효과

③ 행사 중에 필요한 통역요원, 보안요원, 행사진행요원, 경기장 근처 호텔이 채용하는 인력까지 포함하는 고용 유발 효과

 

국제행사를 계기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는 것도 엄청난 경제적 효과죠. 그 효과는 개발도상국에 가까울수록 크기 마련입니다. 이미 잘 갖춰져 있는 도로를 고쳐 쓰면 되는 나라와 이 기회에 도로를 싹 다 닦아야 하는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나라와 일용직 일자리도 부족한 나라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국가 리모델링의 기회 


국제사회에서 장사할 때 국가의 이미지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국제행사를 앞두고 이미지 개선을 위해 온 나라를 뒤엎는 것도 바로 이 이미지 때문이죠. 2002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나라는 나라의 ‘현관’인 인천공항을 새로 짓고, 전국의 휴게소 화장실을 뜯어 고쳤어요.


어피티: 공항은 그렇다 치고, 휴게소 화장실까지 손봤다고요?

도로공사: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 구석구석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찾아왔거든요! 관람객 350만 명 정도? 그 사람들한테 더러운 화장실을 사용하게 할 수는 없잖아요?

어피티: 그래서 그때 화장실을 싹 다…

도로공사: 뜯어 고쳤죠🤗


이렇게 긍정적인 변화만 있으면 참 좋겠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도 종종 벌어집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위해 중국 정부가 베이징에 있는 빈민촌을 강제로 철거한 사건이에요. 인권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큰 이슈였어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1988년 올림픽 준비를 위해 노점상도, 달동네도 밀었어요. 평소라면 더 오래 걸리고, 비용도 훨씬 많이 들었을 각종 개발사업을 국제행사 개최를 명분으로 강력하게 밀어붙였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측면이 1988년의 한국과 2008년의 중국처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경계에 있는 나라가 국제행사 개최에 목을 매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나라의 자원을 평소보다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집중시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거든요. 도시와 교통 인프라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회가 돼요.


잘 사는 국가도 근황 공유는 필수


그러면 소위 먹고살만 한 나라들은 각종 국제행사 개최에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 왜 한국이나 일본처럼 살 만큼 사는 나라들도 자꾸만 개최국 경쟁에 뛰어들까요? 크게 세 가지로 이유를 나누어보면 이렇습니다. 


① 우리 아직 죽지 않았어! 👉 요새 하도 한물갔다는 이미지가 생겨서, 최신 근황으로 자랑할 때가 됨

② 우리 괜찮아. 아무도 안 싸운다니까? 👉 대외적으로 우리 나라가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함

③ 우리 잘될 거야! 신나게 놀고 스트레스 풀자 👉 국민들의 화합이 필요함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 도쿄 올림픽을 준비 중이던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2011년 대지진 이후 큰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젠 잘 회복한 상태라는 걸 알리고 싶었을 거예요. 


이미 개최지가 호주 브리즈번으로 결정나긴 했지만,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 후보 도시로 입후보한 서울은 서울-평양 공동개최를 내세웠죠. 아직도 국제사회에 남북한의 냉전 상황은 큰 불안거리로 남아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평화 무드를 확인시켜 줘야 하는 우리나라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시도였어요. 정치적 불안은 국가 신용평가 등급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손해를 끼칠 수 있거든요. 


적자가 심해도 너무 심해


그렇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엑스포 같은 커다란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1990년대 이후로는 인기가 시들해졌어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적자 때문이에요. 어느 순간부터 올림픽마다 몇 억 달러, 몇 조 원의 적자가 났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죠. 여전히 간접적으로 경제적인 효과가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당장 큰 적자가 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에 선뜻 투자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 때문에 2021년 7월로 연기된 도쿄 올림픽은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입은 국제행사의 대표적 사례가 되어버렸어요. 1조4238억 엔(당시 환율로 약 13조5000억 원)이나 되는 목돈을 들여 경기장이며 다른 인프라며 고쳐 놨더니 사용할 수가 없게 된 거잖아요? 돈만 쓰고, 부가가치 효과는 전혀 누릴 수 없게 된 거예요. 


2023년 8월, 우리나라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도 마찬가지예요. 간척지인 새만금 개발에 국민들의 동의와 참여를 유도하려 신나게 추진했지만 결국 행사 진행 과정이 좋지 못했고, 잼버리를 위해 지어둔 700억 원대 시설도 마땅한 활용 방안을 확정하지 못한 채 덩그러니 남아버렸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 개회를
기다리며 

 

이번 달 26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제33회 올림픽이 열려요. BTS의 멤버 ‘진’이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설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아무리 요즘 올림픽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투덜거려도, 결국 선수들이 경기장에 등장하면 중계를 보며 환호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자’예요.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고, 기후위기 해결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로 다가온 2024년입니다. 파리 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기를 바라요. 

📚 뉴스에 참고한 자료

  • 정희준 (2008). 스포츠메가이벤트와 경제효과: 그 진실과 허구의 재구성.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1(1), 229-251
  • 박보현 (2008).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경제발전 담론.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1(4), 78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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