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지만 많은 걸 보여주는 백지

글,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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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중국에서 ‘백지 시위’가 시작됐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아무런 것도 적혀 있지 않은 흰 종이를 들며,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항의를 표현했어요. 오늘은 이 시위가 어디서부터, 어떤 흐름으로 시작됐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소련 시절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독재 정권은 시민들의 시위와 민주화 요구를 두려워합니다. 실제 일어난 지는 알 수 없지만, 소련에 대한 이런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소련 검찰은 그를 잡아갔어요. 하지만 전단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였고, 검찰은 그를 놓아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일화는 중국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2020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에서 사람들이 백지를 들었던 이유라고도 해요. 언론 자유 탄압에 항의하면서도 체포할 명분을 주지 않는 방법이니까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지난 3년간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고강도로 사람들을 통제했습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식당에 들어가고 회사에 가는 등 일상적인 활동도 중국에서는 쉽지 않았어요. 

모든 주민은 스마트폰의 앱으로 자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증명 유효 시간이 짧아서 매일 또는 격일로 PCR 검사를 받아야 했어요. 

고강도 방역 정책이 계속 됐습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면서 전염성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그러자 중국 각 지역의 지방 정부가 강경책을 펼쳤어요. 도시마다 격리 시설이 수십만 명 규모로 세워졌고 수용소에 강제 격리되는 주민들의 수도 많아졌습니다. 

격리소의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수천 명이 수용돼 있는데 화장실이나 세면실은 턱없이 부족했어요. 지병이 있거나 급병이 발생한 환자가 생겨도 내보내 주지 않아, 영유아나 노인과 같은 취약 계층에서 사망하는 일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신장 위구르에서 화재가 났어요

백지 시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신장 위구르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였는데,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어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망자가 많았던 이유를 두고 ‘방역을 이유로 문을 용접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퍼졌습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는 문을 용접해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거든요.

사람들이 백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중국 사람들의 분노가 치솟았습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와서 백지를 들며 자유를 외쳤어요. 상하이의 한 젊은이는 지하철에서 이런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여러분들은 아시죠?”

많은 사람들이 봉쇄 반대, PCR 검사 중단, 강제 격리가 아닌 자가 격리를 요구했습니다. 소수의 사람들은 공산당과 시진핑의 하야를 외치기도 했어요.

결국 지난주, 중국 당국은 코로나 방역 완화를 발표했습니다. 중국 공산당도 사람들의 힘이 뭉치면 두려워한다는 걸 보여주는 결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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