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쟁은 총과 미사일만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AI가 전략을 수립하고, 드론이 목표물을 공격하는 세상이에요.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은 ‘AI가 주도한 최초의 국가 간 전쟁’이라는 평가도 들리죠. 전장은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 기업들이 경쟁하는 공간이 됐어요. 오늘은 ⟪인간 없는 전쟁⟫의 저자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빅데이터경영전공 최재운 교수와 함께, 미국·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을 중심으로 현대 전쟁의 패러다임 변화와 그 이면을 살펴봤어요.
📍인터뷰이: 최재운 (광운대학교 교수, ⟪인간 없는 전쟁⟫ 저자)
📍인터뷰어: 어피티 머니레터팀
이란의 수천만 원짜리 드론들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AI 전문가로서 보시기에, 전에 보지 못한 장면을 낳고 있는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군사 충돌이 이전의 전쟁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전쟁의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과거 전쟁에서는 표적 하나를 선정하는 데 며칠, 길게는 몇 주가 걸렸습니다. 여러 명의 정보관이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고, 법무관이 국제법 준수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죠. 그런데 이번 이란전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단 몇 초로 압축됐습니다.
2025년 6월, 이란을 대상으로 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작전을 보겠습니다. 개전과 동시에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합참의장을 포함한 고위 지휘관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I가 각 인물의 행동 패턴, 이동 경로, 통신 패턴까지 사전에 학습해서 최적의 타격 시점을 예측한 결과입니다. 인간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속도죠.
그리고 2026년 2월에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작전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우리 돈으로 5000만 원이 안 되는 대당 약 3만5000달러짜리 루카스(LUCAS) 자폭 드론이 서로 통신하면서 표적을 나눠 갖고, 지상 통제 없이 자폭 공격을 수행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 브래드 쿠퍼 사령관은 “AI 덕분에 몇 시간, 때로는 며칠이 걸리던 과정이 몇 초 만에 이뤄진다”고 공식 확인했고요.
가장 본질적인 차이는 이겁니다. 과거에는 비싼 무기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했습니다. 이제는 똑똑하고 빠르면서 또 가격도 저렴한 무기가 승패를 결정하죠. 미국의 사례를 앞서 말했지만 이란 역시 저가의 자폭 드론을 통해 큰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수천만 원짜리 드론 수백 대가 군집을 이뤄 수천억짜리 전투기를 무력화시킨다는 건, 단순히 가격 역전이 아니라 전쟁의 문법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21세기 전쟁의 진정한 무기는 총도, 폭탄도 아닌 알고리즘’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전쟁에서 AI의 역할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거라고 보시나요?
AI는 현대전에서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눈’입니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위성과 정찰 자산에서 24시간 쏟아지는 데이터를 AI는 실시간으로 분석합니다. 팔란티어의 AI 플랫폼 ‘고담’은 위성 영상, 감청 정보, 드론 영상을 통합 분석해서 전장 지휘관에게 최적의 표적을 제시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한 뒤 포병의 정확성과 속도, 파괴력이 향상됐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고담을 비롯한 여러 플랫폼을 운영하며 러시아의 공격을 4년이 넘는 기간 방어해내고 있습니다.
둘째, ‘두뇌’입니다. 최근 전장의 AI는 단순한 패턴 인식을 넘어 대규모 언어모델(LLM)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2026년 이란전에서 미군이 공식 확인한 프로젝트 메이븐에는 팔란티어의 기술과 함께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가 통합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메일 초안을 부탁하는 바로 그 AI가, 전장에서는 수천 건의 정보 보고서를 몇 초 만에 분석하고 표적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겁니다. 나아가 전술과 전략을 제안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셋째, ‘손’입니다. 이제 AI는 하늘만이 아니라 바다와 땅 위에서도 직접 움직입니다. 하늘에서는 AI가 지형을 스스로 인식하며 자율 비행하는 무인 항공기가 군집을 이뤄 방공망을 뚫고, 바다에서는 AI 탑재 무인 수상정(USV)이 기뢰를 탐색하거나 적 함정에 접근합니다. 지상에서는 로봇 전투 차량이 시가전의 가장 위험한 첫 진입을 대신하고 있고요. 이스라엘의 한 드론은 얼굴인식 데이터베이스까지 활용해 개인을 식별하고 정밀 타격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전장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이 빠지고 기계가 채워지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의 변화는 무서울 정도로 빠를 겁니다. 전쟁이 ‘알고리즘의 속도’로 진행되면,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줄어듭니다. 지금은 AI가 추천하고 인간이 승인하는 구조지만, 전장의 속도가 더 빨라지면 그 승인 과정마저 생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건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윤리 문제입니다.
교수님은 책에서 빅테크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기술을 무상 지원한 이유에 관해 설명하신 바 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서였지만, 다른 속내가 있었다고요.
맞습니다. 물론 인도주의적 동기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빅테크에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고의 기술 테스트베드’였습니다. 팔란티어 관계자가 직접 한 말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AI 무기 시스템을 어디서 실전 테스트하겠습니까? 훈련장 시뮬레이션과 실제 전장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우크라이나라는 실전 환경에서 자사 기술이 ‘정말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겁니다. 팔란티어의 AI 플랫폼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의 표적 선정 과정 대부분에 관여하고 있었고, 이 실전 경험이 이후 팔란티어를 미 국방부의 핵심 AI 파트너로 만들었습니다. 2026년 3월,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5대 군 전체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받았고,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미 육군 계약을 따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도 마찬가지입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부총리가 트위터로 도움을 요청하자 이틀 만에 단말기를 보냈죠.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이후 월 2000만 달러 운영비가 발생하자 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비용을 청구하려 했습니다. 2023년 말까지 4만 개 이상의 단말기가 배치되면서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군의 표준 통신 인프라가 됐고요.
결국 이 무상 지원은 ‘불이 나면 호스를 먼저 빌려주고, 불 끈 다음에 청구서를 보내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사 기술의 신뢰성을 증명한 뒤, 그 실적을 바탕으로 각국 정부와 대규모 계약을 따내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