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VS 비수도권? 지역 격차 제대로 이해하기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죠. 하지만 지역 격차의 심각성을 따지는 문제는 생각보다 더 복잡해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KDI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아래 영상을 먼저 함께 보실까요?

이 영상은 대한민국 인구가 2019년부터 자연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에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돌파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해요. 지역 격차를 보여주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통해 거점형 지역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죠. 


여기까지는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통계 자료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지역 격차 현상에 의외의 모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한국의 지역 격차, 이런 면도 있어요


수도권 인구 집중 속도는 과거보다 느려졌어요

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에는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인구가 굉장히 많았어요. 하지만 1990년을 기점으로 이동인구는 점차 감소, 최근에는 50여 년 만에 지역 간 이동률이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어요. 1980~1990년대와 2000~2010년대를 비교하면,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줄어들었죠. 


실제로 1960년의 수도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했지만, 30년 뒤인 1990년의 수도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하며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어요. 그러나 2000년 이후, 수도권 인구의 증가 속도는 점점 더 느려지고 있어요. 1990년으로부터 30년 뒤인 2020년의 수도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50.2%에 그쳤고,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2022-2052년’에 따르면 2050년의 수도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53.3%에 머무를 것으로 보여요. 


사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당연한 현상이에요.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이촌향도기는 1990년대 초중반에 저물었으니까요. 인구 이동률이 높은 청년층의 비율도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감소했고요.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은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며, 이제는 고착화가 되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중이에요.


인구가 유입되는 비수도권 지역도 있어요

영상에는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이 낮은 지역일수록 수도권으로 인구가 많이 빠져나간다는 통계 자료도 나와요. GRDP는 지역(Region)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말하는데요. 한마디로 지역 경제가 약할수록 인구 유출이 심하다는 것이죠. 


얼핏 보면 당연한 통계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1인당 GRDP가 낮은 모든 지역에서 인구 유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주목할 만해요. 사실 ‘모든’ 비수도권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 격차’ 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이분법적 구도를 떠올리기 쉬우나, 비수도권도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죠. 이를테면 영남과 호남은 인구 유출이 심하지만, 충청, 강원, 제주는 인구 유출이 없거나 약하게나마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이거든요. 


따라서 지역별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지역 정책을 세울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구도를 넘어서 이러한 지역별 편차를 고려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답니다. 


지역 격차의 추세가 시기마다 달라요

같은 지역일지라도 시기에 따라 지역 격차의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상에서는 1985~2000년과 2000년 이후의 지역 격차를 비교하는 통계를 소개하는데요. 이 통계는 GRDP가 낮은 지역은 성장률이 높아 2000년까지는 지역 격차가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지역 격차가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자료예요. 


이렇듯 지역 격차의 추세는 시기마다 다릅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지역 격차가 과거보다 심해졌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워요.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완화됐다고도, 심화됐다고도 볼 수 있으니까요. 


다른 나라보다 지역 격차가 적어요

가장 놀라운 통계는 국가별 지역 격차를 비교하는 자료입니다. 통념과는 달리, 한국은 광역지자체 단위와 기초지자체 단위 모두 1인당 GDP로 본 지역 격차 수준이 다른 OECD 국가보다 양호한 편으로 나타났어요. 2008년과 2018년 모두 말이죠. 실제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GDP뿐만 아니라 1인당 가처분소득, 고용률, 1인당 노동생산성의 지역 간 격차도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낮은 편에 속해요. 


중요한 격차는 광역지방자치단체 간 격차보다 기초자치단체 간 격차예요. 다시 말해 광역지자체인 서울시와 부산시, 인천시와 세종시, 경기도와 충청북도 사이 격차는 크지 않고 또 줄어드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기초자치단체 단위를 들여다보면 격차가 심해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와 대구 북구, 경기도 과천시와 강원도 태백시를 비교해야 진짜 문제가 보이는 거죠.


지역 거점 대도시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어요


영상에서는 거점 도시 위주의 지역 발전과 그에 따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제안해요.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에 지원을 골고루 흩는 것이 아니라 지역 거점으로 존재하는 광역시를 키워야 기초자치단체가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경제지리학과 도시경제학에서는 ‘집적경제’라는 용어로 거점 도시 위주의 발전을 설명해요. 집적경제는 기업이나 노동력, 혹은 특정 산업을 한 지역에 집중시켰을 때 발생하는 비용 절감과 기술 및 문화 공유를 통한 혁신의 촉진을 뜻하죠. 결국 특정 지역 내에서의 경제적 활동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에요. 


예전 부산과 마산의 경공업 벨트와 중화학공업 전환 이후 울산의 철강산업 벨트, 현재 충청도 아산 지역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 단지와 경기도 이천과 평택 등의 반도체단지 등이 집적경제를 설명해 주고 있어요. 바로 이런 집적도시들이 늘어나야 하고, 그것을 위해 정부 지원과 인프라를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지역 격차 문제를 더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통념을 넘어 엄밀한 데이터와 연구를 통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꼭 필요하답니다. 분석이 구체적일수록 대안 또안 그렇게 제시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현재 제시되는 해결책들은 결국 청년 일자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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