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지갑을 터는 요망한 곰 네 마리? 요즘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곰 캐릭터 총망라!

글, 어피티


인형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물은 뭘까요? 아마 많은 분이 ‘곰’을 떠올리실 거예요. 테디베어는 인형의 대명사처럼 자리 잡았고 곰돌이 푸, 리락쿠마, 토이스토리 랏소베어처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곰 캐릭터도 여럿 있죠. 실제로는 사람을 찢는(!) 맹수라고 하지만, 동글동글하고 포근한 인상 덕분에 캐릭터로서 독보적인 매력을 지녔어요. 그래서 곰은 캐릭터 시장의 스테디셀러이자, 시대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사랑받는 IP의 아이콘이에요. 

최근 아시아권에는 새로운 곰 캐릭터들이 혜성처럼 등장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요. 지금부터 소개할 곰 캐릭터 (태국의 버터베어, 일본의 농담곰, 한국의 망그러진곰,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밀크앤모카)는 그중에서도 제대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것처럼 보입니다. 온갖 문구류, 소비재, 패션, 식음료 분야와 콜라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야구장에까지 출몰하기 시작했거든요. 과연 이들은 어떤 점이 다르기에 빠르게 아시아를 제패하고 다양한 소비 시장을 접수하게 된 걸까요? 오늘 잘쓸레터에서는 아시아에서 가장 핫한 네 가지의 곰 캐릭터를 함께 살펴보며, 요즘 캐릭터 IP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고, 팬덤을 모으고, 문화가 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태국에서 온 SNS 셀럽, 버터베어

방콕 엠스피어 버터베어 매장, 출처: 어피티


요즘 방콕 여행을 검색하면 꼭 방문해야 하는 핫플레이스에 항상 등장하는 장소가 있어요. 바로 방콕 대형 쇼핑몰 엠스피어(EMSPHERE)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버터베어(Butter Bear)예요. 버터베어는 원래 태국의 로컬 카페 브랜드 Coffee Beans by Dao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이 캐릭터의 이름은 ‘넝 너이’(Nong Noey, 이하 버터베어). 밝고 다정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몽실몽실한 털과 따뜻한 버터빛의 곰 캐릭터예요. 카페에서는 2023년에 ‘버터베어’를 세상에 최초로 공개하고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버터베어의 일상을 SNS에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진짜 학생처럼 학교에 가고, 춤도 추고, 셀피를 찍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태국 MZ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시작한 거죠. 덕분에 지금은 태국에서 가장 핫한 캐릭터가 되었어요. 버터베어의 팬들은 버터베어를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라, 진짜 인플루언서처럼 대하고 있어요.

출처: 버터베어 인스타그램


덕분에 버터베어는 태국 아티스트랑 콜라보도 하고, 촬영 비하인드 영상까지 올렸어요. 팬미팅에는 수백 명이 몰렸고, 영상 중에 조회수 백만 넘은 것도 여러 개예요. 그러다 어느 날, 엠스피어 매장 앞에서 춤을 추던 버터베어의 모습이 중국 관광객의 영상에 찍히고 그 영상이 중국 SNS에서 2000만 뷰 가까이 돌파하면서 버터베어는 단숨에 태국을 넘어 중국 MZ세대의 마음까지 접수했어요. 넝 너이를 보기 위해 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까지 생겨날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죠.

패션 &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와 콜라보 하는 버터베어, 출처: 어피티


이 인기에 힘입어 버터베어는 글로벌 브랜드는 물론이고 현지 대형 브랜드들과의 콜라보를 성사시켰어요. ZARA와는 버터베어가 그려진 컬렉션을 선보였고, ‘나라야’와는 가방, 파우치 등 잡화류를, 룬페이와는 화장품을, 세븐일레븐과는 다양한 협업 제품을 내놨어요. 현재 버터베어 베이커리는 방콕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었고 그 인기는 현지 팬덤을 넘어서 해외 팬덤까지 확장되고 있어요. 태국에선 전 세계적으로 대박 난 산리오 캐릭터 스테디셀러, 헬로키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니 그 위상을 알 만하죠.


버터베어의 가장 큰 특징은 유명해지는 것을 선망하고 SNS에 능숙하며 인스타그램 인증샷 찍는 것을 좋아하는 태국 MZ세대의 공감을 자극한다는 점이에요. 버터베어는 카페 포토존으로서의 ‘사진 찍고 싶은 곰’에서 ‘친해지고 싶은 곰’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큰 차별점이 있어요. 


잘 먹어서 더 귀여운 일본의 농담곰, 담곰이 

‘농담곰’은 일러스트 작가 나가노가 만든 곰 캐릭터로, 원래 이름은 ‘스스로 츳코미하는 곰(自分ツッコミくま)’이에요. 자신이 한 말에 스스로 딴지를 거는 실없는 성격에, 볼록한 볼과 복스러운 먹방, 풍부한 표정정이 시그니처죠. 나가노 작가의 첫 번째 IP로, 처음에는 메신저 앱인 ‘라인’에서 사용하는 서브 캐릭터 스티커로 만들 목적이었는데 의외로 농담곰이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해요.

농담곰 라인스티커, 출처: nagano 작가


2016년부터는 트위터에 농담곰 전문 계정을 만들며 본격적인 세계관을 전개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트위터에는 먹방을 하는 농담곰을 그리며 음식을 먹거나 요리하는 농담곰의 일상을 담은 먹방툰 덕분에 더욱 큰 인기를 끌었죠. 현재 나가노 작가는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다양한 음식을 사 먹는 것을 그리며 레시피도 올리고, 먹방 테마의 농담곰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지금은 도쿄 시부야와 긴자에 있는 나가노 마켓에 일본 여행의 성지가 될 만큼 인기가 높고, 한국에서도 팝업과 카페를 통해 팬들을 만나고 있어요.

농담곰 먹방시리, 출처: nagano 작가


걸그룹 엔믹스의 리더 오해원은 사람들로부터 닮았다면서 ‘농담곰’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는데, “농담곰이 울지도 않고 밈을 참 잘 아네요”와 같이 오해원을 농담곰과 연결하는 유튜브 영상이 제작되기도 했죠. 특히 “어떻게 사람이 농담곰”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큰 인기를 끌며 농담곰의 한국 인지도를 한층 더 높였어요.

일본에서 농담곰은 여전히 인기가 있어서 신상이 나오면 바로 매진되기도 해요. 나가노 작가는 농담곰 이후 ‘치이카와’라고 하는 두 번째 IP를 내세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라는 뜻의 ‘먼작귀’로 들어오게 됐어요. 일본에서는 치이카와의 인기가, 한국에서는 농담곰의 인기가 약간 더 우세한 편이에요. 나가노 작가의 메가급 히트를 친 ‘치이카와’ 캐릭터와 ‘농담곰’ 등 나가노 작가의 캐릭터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죠. 최신 상품이나 한정판 굿즈를 구하려는 팬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특히 나가노 작가가 그린 캐릭터는 특유의 허술하고 귀여운 매력 덕분에 산리오와 디즈니만큼 인기 있는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고 특히 20~3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최근 한국에서도 나가노 마켓 팝업이 있었는데 큰 인기를 끌었어요. 2021년 저작권 문제로 잠시 한국에서 자취를 감취었었는데 2023년부터 ‘담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도 여전히 굳건한 인기를 증명했죠.


귀여움으로 야구장을 뒤집어놓은 한국의 망그러진곰

망그러진곰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시작해서 인스타툰에서 감정과 상황을 귀엽게 표현하면서 더욱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줄여서 ‘망곰이’라고 불려요.

망그러진곰 카카오톡 이모티콘


‘망그러진곰’은 특유의 콧물 방울과 힐링되는 매력으로 사랑받는 캐릭터예요. 2021년 카카오톡 이모티콘 데뷔 이후로 2023년 초에 카카오톡 무료 이모티콘으로 선정되며 큰 인기를 얻었고, 여러 굿즈와 콜라보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열심히 저었죠. 결과는 대성공! 특히 곰을 상징으로 하는 두산베어스와 협업하며 완전히 다른 레벨로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아요.

두산베어스와 콜라보 한 망그러진곰, 출처:두산 베어스


두산베어스는 몇 년째 국내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곰’과의 IP 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요. 잠실야구장에서 ‘망곰베어스데이’를 개최하며 두산 선수단이 망그러진곰 콜라보 유니폼, 모자, 헬멧을 착용했고, 입장 관중 전원에게 ‘망그러진곰 X 두산베어스’ 핀버튼을 증정했어요. 지난해 두산베어스와 콜라보한 행사 기준 팝업스토어 방문객은 3,000명, 매출은 7억3000만 원을 달성했다고 해요.


망곰이에게는 팬도 있어요. ‘부앙단’은 망그러진곰의 공식 팬덤을 의미해요. ‘부앙단’의 어원은 아기 망그러진곰이 ‘부아아아앙’ 하고 우는 소리에서 비롯되었는데 작가는 부앙단과 SNS에서 꾸준히 소통하며 부앙단의 이름을 넣어 스파오와 ‘부앙단 후드 풀오버’ 콜라보 제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팬이 키우는 캐릭터 생태계, 인도네시아의 밀크앤모카

밀크앤모카는 인도네시아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Klova Studios에서 탄생한 캐릭터예요. 밀크앤모카 역시도 처음에는 라인 앱의 스티커로 시작했어요. ‘밀크’는 하얀 곰, ‘모카’는 갈색 곰으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커플의 일상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세계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어요. 서로 애정을 표현하거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중심으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연인 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과 짧은 웹툰 형식으로 표현해왔죠.

밀크앤모카 전용 온라인 스토어


밀크앤모카도 처음에는 라인 스티커용으로 제작된 캐릭터였어요. 캐릭터의 알콩달콩한 설정 덕분에 커플 사이에서 소통할 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이제는 인스타그램 176만 팔로워를 가진 글로벌 IP가 되었어요. 2025년 기준으로 페이스북에는 약 30만 팔로워가 있고,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글로벌 팬은 약 5천만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해요.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하는 밀크앤모카


세계적인 휴대폰 케이스 브랜드 케이스티파이와의 콜라보부터 인도네시아 브랜드인 Infinikey와 콜라보하며 키보드 키캡을 선보였고, R&B Tea 음료와 협업했고 ‘Lycoris Recoil’이라는 애니메이션과 콜라보 굿즈를 출시하기도 했어요.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귀여운 외모와 사랑스러운 커플 이야기 덕분에 북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트위치콘, 애니메 엑스포, Anime NYC 등 북미 팝컬처 전시회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죠.

NFT발행에 나서는 밀크앤모카


뿐만 아니라 팬들을 위한 NFT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해당 NFT를 보유한 밀크앤모카 팬들은 $HUGS 토큰과 Milk & Mocha DAO라고 하는 web 3.0 세계에서 직접 투표하고 결정권에 참여하는 생태계를 만들었죠. 덕분에 밀크앤모카는 팬들도 공동 창작자로서 생태계에 참여하며 밀크앤모카 캐릭터를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답니다.


네 마리 곰의 성공 공식, 그 공통점은?

이 넷의 공통점은 일단, 물건에 붙었다 하면 소비자의 지갑을 털어간다는 것이에요. 콜라보 소식이 들리자마자 ‘오픈런’, ‘웨이팅’, ‘한정판 품절’ 등 핫한 수식어가 잔뜩 달라붙거든요. 


그리고 캐릭터의 서사가 굉장히 의인화되어 있다는 점이죠. 동물로서의 곰이 아니라 사람들이 겪는 희로애락 감정을 갖고 있고, 셀피를 찍는 걸 좋아하고, 언니와 투닥투닥 싸우고 화해하는 진짜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요.


해외의 곰 캐릭터는 동물로서의 곰이 대부분이에요. 비율이나 생김새에서 진짜 곰을 떠올리게 하지만 아시아의 네 신흥 강자 곰 캐릭터는 서양의 곰과는 조금 다르게 그려져요. 원색이 아닌 따뜻하거나 귀여운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것이 대부분이고, 얇은 선으로 아웃라인을 따서 어딘가 엉성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에요. 대두이기도 하고 볼이 빨갛기도 하죠. 


또, 흥미롭게도 버터베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캐릭터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바로 모두 우리가 매일 쓰는 메신저 앱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스티커로 시작했다는 거예요. 밀크앤모카와 농담곰은 라인 스탬프로, 망그러진곰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사람들의 일상 속 대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죠. 사람들은 말로 표현하기 어색한 감정을 이 귀여운 곰들을 통해 전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애정을 갖게 된 거예요. 


그리고 큰 유명세를 얻는 데에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공격적인 콜라보 마케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브랜드와 캐릭터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콜라보의 힘도 달라지는 편이에요. 캐릭터의 서사와 브랜드의 세계관이 맞닿는 지점에서 시너지가 나는 거죠. 예를 들면, 밀크 앤 베어는 각 캐릭터의 색깔을 살리려고 갈색 밀크티와 화이트 밀크티를 출시하기도 했고요. 곰을 상징으로 하는 두산베어스가 국내 2030에게 가장 인기 많은 곰 캐릭터, 망곰이가 함께 하며 원래 야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망곰 굿즈를 사기 위해 야구장에 오게 됐으니까요.


결국, 이들의 공통된 성공 공식은 다음과 같아요

  • 일상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 팬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관계성
  •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 콜라보
  • ‘지금 이 시대’를 소비자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감

이제 캐릭터는 더 이상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에요. 오늘 이야기한 곰 캐릭터들처럼 공감대를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때로는 그 누구보다 먼저 유행을 캐치해서 재치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죠. 또, 브랜드와 팬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까지 해내니까요. 곰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고 팬덤을 구축한 뒤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시장을 휩쓸고 있는 곰들의 모습은 이제 하나의 문화 현상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덕분에 캐릭터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위로받고, 심지어 정체성과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죠. 우리의 하루를 응원하고, 웃게 만들고, 지갑까지 열게 만드는 요망한 곰들! 앞으로 또 어떤 곰 캐릭터가 우리 곁에 나타나 마음을 훔쳐 갈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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