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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없는 국가, 인도

글, 이광수

📌 코너 소개: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미래 경제 대국으로 꼽히는 인도. 하지만 인도 경제의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죠. 매주 수요일, 인도 전문가 이광수 교수님이 연재하는 <인도 경제 이야기>에서 그 막막함을 해결해 드릴게요.


🗞️ 뉴스 속 경제 이야기


“해외 토픽의 단골 출연자이자 인도 최고 재벌 중 한 명인 릴라이언스 그룹(Relia인도 최고 재벌 중 한 명인 릴라이언스 그룹(Reliance Group) 회장 무케시 암바니는 아내에게 생일 선물로 5200만 달러(약 555억원)짜리 전용 비행기를 사주면서도 증여세 한 푼 내지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롭다는 무케시 암바니의 저택은 27층 규모에 10억 달러(약 1조675억원) 정도의 가격으로 평가된다. 그가 이 저택을 자식에게 물려줘도 상속세를 낼 필요가 없다.”


<명상의 나라? 알고 보니 재벌 천국>

시사IN, 2014년 3월 22일

상속세: 사망에 의하여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대하여 부과되는 조세

현재 인도에는 상속세가 없습니다. 중국과 함께, 상속세가 없는 국가로 꼽혀요. 1953년 네루 정부 때는 상속세가 존재했지만, 1985년 라지브 간디 정부 때 폐지했습니다. 목적은 오로지 경제개발 활성화에 있었어요.

인도 경제가 오랜 기간 불황을 빠져나오지 못하던 때라는 걸 감안하면 상속세 폐지의 의도는 괜찮았지만, 현재로서는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요. 당시 재무장관 싱(V.P. Singh)도 사회의 균형을 가져오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죠.

이후 30여 년이 지난 2019년, 모디의 인도국민당 정부가 1985년에 폐지된 상속세를 부활시키는 것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상속세 부활 반대론자들의 입김이 만만치 않아요.

인도 상속세 재도입
반대론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상속세 재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잘못하면 경기가 위축된다’라고 말합니다. 이미 상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세금 징수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인구 계층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고액 자산가들이 언제든지 가족 신탁을 설립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가족 신탁은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고, 신탁의 지분만 변경되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세가 도입되더라도 그 효과가 별로 없다는 거죠.

만약 이들이 해외에서 가족 신탁을 만든다면 인도에서의 세금을 피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해외에 더 많은 자산을 은닉하게 될 거라며,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해요.

‘싱가포르, 홍콩, 호주, GCC(걸프협력회의) 국가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속세가 존재하지 않거나 폐지된 국가도 있다’라는 주장도 빠지지 않습니다.

실제 상속세 재도입 반대론자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바자즈 그룹(Bajaj Group)의 라훌 바자즈(Rahul Bajaj)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경제에는 투자와 더 높은 성장이 필요하다.
상속세를 내게 되면 사람들이 사업 소득을 해외로 가져갈 수 있다.
미국처럼 선진 사회가 되면 불평등을 줄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상속세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상속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

상속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의 가장 강력한 이유는 윤리적인 측면, 즉 사회 정의 실현에 있습니다. 경쟁이 기본 원리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한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거저 얻는 이익이 너무 크다는 거예요.

인도 사회 고유의 문제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인도에서는 사회 계층의 변화가 잘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지주제 안에서, 지주 자손은 또 지주가 되고, 소작인 자손은 또 소작인이 되는 현실이에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사회가 진보하고 발전할 기회가 차단되기도 합니다. 과거 왕조가 현대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이 현상은 사회 정의의 실현 차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물론 부의 상속자로부터 몫을 빼앗는 사회 정의 차원에서만 고려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속세를 다시 도입하더라도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관건이에요.

인도는 준비가 돼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상속세를 재도입하는 데 있어서, 인도라는 국가는 준비가 돼 있는 걸까요? 상속세가 도입돼 있는 국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한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상속세가 존재하고, 그 세율은 50~55%에 달합니다. 이렇게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건, 국가에 체계적인 사회 보장 및 은퇴 계획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아직 그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상속세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면, 상속세가 실효성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죠.

세금이 부과되어야 하는 기본 면제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를 초과하면, 본인의 주 거주 주택, 생존 배우자 및 미성년 자녀에 대한 면세 등의 조건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상속 재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주택 한 채와 같은 일부 기본 자산은 제외하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납세자에게 자산이 상속되는 경우 면세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겠죠.

냉정하게 보면, 
현실화 되기 쉽지 않아요

인도의 현 정부가 사회 정의를 위해, 업계의 로비를 이겨내고 상속세를 재도입할 가능성은? 일반적으로는 낮게 보고 있습니다. 모디 정부가 상속세를 재도입해 얻을 수 있는 게 마땅치 않아요.

또 소비 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세금이 추가로 도입돼 경기 불황으로 이어진다면, 뒷감당은 모디 정부의 몫이 됩니다.

무엇보다, 인도 사회는 불평등에 관한 도덕론이 그리 크지 않습니다.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사회에서 정부가 불평등의 도덕론을 꺼내기는 쉽지 않아요. 2019년 재도입을 검토해 봤지만, 현재로서는 재도입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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