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노트5: 근저당권이 잡힌 전셋집

글, 작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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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 오늘 사연은 30대 회사원인 사연자C 님의 이야기입니다.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보내던 사연자C 님에게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문제는 거주하던 신혼집의 임대인이 바뀌면서 시작됐어요. 

새로운 보금자리였던 신혼집

사연자C 님은 2021년 3월, 서울 금천구에 있는 오피스텔에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7층짜리 건물에 총 30세대가 사는 건물이었어요. 전세 보증금은 3억 원이었고, 사연자C 님은 약 2억 2,000만 원을 전세자금대출로 받아 보증금을 냈어요. 

전세 계약을 맺자마자, 부동산 중개인은 임대인이 바뀌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연자C 님은 직접 전셋집 등기부등본을 떼서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부동산 중개인 역시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말했고요. 

부동산에서 온 한 통의 전화 

그런데 지난해 5월쯤, 전셋집을 계약한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고객관리 차원에서 그동안 계약한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는데, 사연자C 님이 살던 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계약 초기엔 없었던 근저당권이 설정돼있었고, 가압류까지 걸려있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얼른 임대인과 연락을 해보라”고 이야기했어요.

당황한 사연자C 님은 곧바로 임대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연자C 님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그때 사연자C 님의 머릿속에 스쳤던 건 집으로 날아왔던 우편물이었습니다. 임대인 명의로 온 거라 사연자C 님은 봉투를 뜯어보지 않고 우편물을 반송함에 넣어뒀습니다. 확인해보니 우편물은 반송함에 그대로 있었고, 우편물 앞쪽에는 은행 담당자 연락처가 적혀있었어요. 

근저당권이 잡힌 전셋집

사연자C 님은 은행 직원과 연락을 취했습니다. 전화를 해보니 은행 직원도 임대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사연자C 님은 막막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임대인이 제 전셋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그걸 못 갚은 거예요. 은행 직원이 조회해보니 그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 등 여기저기서도 돈을 많이 빌렸더라고요. 집이 가압류 걸려서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나중에 알아보니 임대인은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면서 온갖 사기 행각을 벌여왔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문 앞에 연락처와 메모를 두고 가서 연락을 했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임대인한테 돈을 빌려준 사람이더라고요. 임대인이 돈을 빌리려고 제 신분증을 위조까지 한 것을 알게 됐어요. 알고보니 주민등록번호와 이름만 제 것이고, 사진과 주소는 모두 다른 사람 것이었어요.”

불행 중 다행, 전세보증금 보험

임대인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임대인을 형사고소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연자C 님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에 가입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보험을 청구하려면 완전히 ‘보증사고’가 나야 해요. 여기서 보증사고란 전세보증금 반환일이 지난 뒤에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연자C 님의 상황처럼 임대인이 신분증을 위조해 사기를 쳤고 전셋집이 위험하더라도 전세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으면 보험을 청구하기 어려워요. 

“내용 증명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사연자C 님은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고, 임대차등기명령을 신청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내용증명이란 임대인에게 전세계약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는다고 알려주는 절차입니다. 

연락이 끊긴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내는 일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연자C 님은 인터넷등기를 통해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됐습니다. 

주민센터에서 임대인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최근 거주지를 확인한 뒤 다시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 역시 되돌아왔습니다. 

결국 사연자C 님은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했습니다. 법원 직권으로 당사자에게 내용증명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예요.

걱정거리가 되어 버린 신혼집

사연자C 님은 배우자에게도 자세한 상황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습니다. 

사연자C 님은 “괜히 걱정할까 봐 모든 상황을 100% 알리진 않았어요. ‘그냥 내가 잘 처리하고 있다’고 안심시키고 있죠. 전세보증금 보증보험에 가입해뒀으니 시간만 걸릴 뿐 무사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겪은 사연자C 님이 가장 힘들었던 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저 같은 일반 사람들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정보를 정말 많이 찾아봐야 합니다. 저는 회사원인데 정보를 찾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려서 부담스러웠어요.”

사연자C 님이 어피티에 자신의 사연을 보내준 이유도 정보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사연자C 님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기가 거주하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매달 떼어보진 않잖아요. 중간에 임대인이 대출을 받거나 가압류에 걸리면 세입자에게 고지해주는 ‘알리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전세계약이 끝나고 나서야 건물에 가압류가 걸린 사실을 알았다면 진짜 큰일 날 뻔 했죠.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이 깔끔했더라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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