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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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별: 오늘 사연은 LH청년전세임대주택(이하 LH청년주택)에 살던 20대 프리랜서 사연자P 님의 이야기예요. 사연자P님은 LH청년주택을 나가면서 임대인과 예상치 못한 갈등을 겪었습니다.
청년전세임대주택이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도시 개발은 물론 주택 건설·공급 등 공공사업을 진행합니다. 그중 하나가 ‘주거복지사업’으로,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 등이 있어요. 청년이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제도가 많아서 구독자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사연자P 님이 이용한 제도는 만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청년전세임대주택’입니다. LH가 임대인과 직접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청년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이에요.
LH청년주택, 믿고 선택했습니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공공기관 제도라 믿을 만하다는 점이 LH청년주택 장점입니다. 사연자P 님 역시 같은 이유로 LH청년주택을 선택했어요.
사연자P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급하게 독립하게 됐는데 보증금이 전혀 없었어요. 월세로 살더라도 보증금이 필요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목돈 없이도 저렴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했죠. 찾아보니 제일 유명한 게 LH청년주택이었어요.”
망원동에 위치했던 첫 번째 전셋집
그런데 철석같이 믿었던 LH청년주택의 ‘배신’이 시작됐습니다. 사연자P 님은 2020년 4월, 2년 계약으로 3.5평 원룸 전셋집에 들어갔어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던 한 다세대주택이었습니다.
“살다 보니 여기저기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창문이나 벽에 물이 맺히는 결로현상이 심해서 난방을 켤 수가 없었고, 건물 자체의 결함 때문에 에어컨 쪽 콘센트가 고장나서 냉방에도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연자P 님은 2년 계약이 끝날 때쯤 새 집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른 LH청년주택을 찾았는데, 여기서 생각하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상식적인 내용의 확약서, 하지만…
다른 LH청년주택으로 이사를 가려면 ‘전세보증금반환확약서’가 필요했습니다. 보증금반환확약서란 임대인이 정해진 날짜까지 전세보증금을 임차인(LH)에 반환하고, 만약 정해진 날까지 반환하지 않으면 지연 이자를 부담한다는 내용의 서약서입니다.
사연자P 님은 기존 임대인에게 전세보증금반환확약서를 써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계약이 끝나는 날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겠다는 상식적인 내용의 확약서였기에 사연자P 님 역시 쉽게 서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연자P 님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상황이 흘러갔습니다.
임대인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사연자P 님과 주로 소통을 하던 임대인 대리인은 사연자P 님의 요구에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사연자P 님은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대리인은 제 말을 듣고 ‘당신 이기적이다’라고 하면서 감정적으로 대응했어요. 제가 2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공인중개사와 대리인 모두 전화기에 대고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협박성 발언을 했어요. 전화만 걸어도 갑질을 당하는 느낌이 들었죠. 이러다가 진짜 ‘홈리스’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임대인 측은 다음 세입자를 찾을 때까진 확약서를 써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문제
이 과정에서 LH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임대인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사연자P 님은 LH 측에 방법을 문의했어요. 하지만 LH 측으로부터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데 적극 협조해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받았습니다.
사연자P 님은 “LH를 믿고 들어온 건데, 문제가 생기자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임대인한테 전화 한 통이라도 걸어서 설득할 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습니다.
꽤 빈번히 일어나던 상황
사연자P 님이 기댈 수 있는 곳은 인터넷 검색밖에 없었습니다. 부동산 카페에는 사연자P 님와 비슷한 사례들이 넘쳐났습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저와 같은 사례를 검색해 보니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임대인이 보증금반환확약서 작성을 거부할 때, 임차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더라고요.”
천만다행으로 계약 만기 전에 새 세입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새 집을 계약하는 시기에 맞춰 기존 임대인에게서 보증금을 받고 이사를 갈 수 있었어요.
생각도 못했던 문제들
앞에서도 말했듯이 LH가 운영하는 임대주택의 장점은 많습니다. 계약 과정에서 법무사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만약 사연자P 님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더라도 LH가 직접 나서서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았을 겁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못한 제도적 미비점이 있었습니다. 사연자P 님은 “정부 지원을 받아서 살게 된 건데, 문제가 생겼을 때 LH에서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없었던 게 아쉬울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필진의 코멘트
- 작은별: LH청년주택 사업은 전세보증금 1억 2,000만 원(수도권, 1인 거주 시)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월 임대료를 내요. 임대료는 전세보증금에서 LH가 정한 임대보증금(1순위 100만 원, 2·3순위 200만 원)을 뺀 금액의 연 1~2% 이자로 계산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임대료를 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