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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노트1: 전월세 이중 계약

글, 작은별

작은별: 오늘부터 ‘전세 사기’를 주제로 머니레터 구독자분들의 사연을 5회에 걸쳐 전합니다. 인터뷰에 응한 분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마음 고생했던 사연을 전하고 싶어 하셨어요. 경험담을 공유하면, 누군가는 미리 조심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사건의 발견: 수상한 벽보

첫 번째 사연은 30대 직장인 ‘사연자Y’ 님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은 2016년 9월, 약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사연자Y 님이 살던 경기도 수원에 있는 빌라(다세대 주택)에 벽보가 하나 붙었습니다. 

‘A공인중개사와 계약하신 세입자분은 계약서 갖고 연락 주세요.’

임대인(집주인)이 붙인 글이었습니다. 사연자Y 님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곧바로 계약서를 들고 임대인을 찾아갔고, 문제가 생긴 걸 알게 됐습니다. 

서로 다른 두 계약서

사연자Y 님과 임대인은 서로의 계약서를 비교해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연자Y 님의 계약서에는 ‘전세 계약’이, 임대인 계약서에는 ‘월세 계약’이 각각 명시돼있었거든요. 서로 계약 내용을 다르게 알고 있었던 거죠. 

사건의 범인은 사연자Y 님의 임대차 계약을 도왔던 A공인중개사였어요. A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겐 월세계약을 한다고 해놓고, 임대인 몰래 사연자Y 님을 포함한 모든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이중계약을 맺었던 겁니다. 

전세보증금은 모두 A공인중개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대신 A공인중개사는 임대인에게 매달 월세를 꼬박꼬박 지급해 눈속임했어요. 

임대인도 몰랐던 사기

사연자Y 님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같은 빌라에 살던 한 세입자가 이사 가려고 공인중개사한테 ‘전세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했는데 중개사가 ‘돌려막기’를 하다가 돈이 없어서 못 준거에요. 그래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직접 연락했는데, 집주인이 ‘그건 월세 계약이다’라고 말한 거죠. 그때야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 공인중개사한테 속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임대인도 A공인중개사에게 임대차계약 권한을 일부 위임한 터라 더는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사연자Y 님역시 2012년 8월 처음 입주했으니, 약 4년이 지난 뒤에야 사기당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보증금을 받기 위한 노력

처음에는 임대인이 사연자Y 님에게 “제대로 계약을 신경 쓰지 못한 본인도 책임이다. 보증금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은 며칠 뒤 말을 뒤집었습니다. “하나도 못 주겠다”며 나 몰라라 하기 시작했어요.

사연자Y 님은 같은 동 세입자 12명과 머리를 맞댔습니다. 6개 동으로 이뤄진 빌라에 묶인 전세보증금만 20억 원에 달했습니다. 

“다른 세입자들과 변호사 상담을 했는데 ‘세입자들이 집주인을 안 보고 계약한 게 실수다. 보증금을 다 받긴 어려울 거다’라는 답을 많이 들었어요. 굉장히 막막했죠.” 

그렇게 사연자Y 님은 세입자들과 함께 어려운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2년 넘게 걸린 보증금 반환 

사연자Y 님은 경찰청이 전세 사기 7대 유형 중 하나로 꼽은 ‘이중계약’으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중계약은 권리자(임대인)에게서 월세계약이나 관리 권한만 위임받고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어 전세보증금을 챙기는 것을 뜻합니다. 

소송 끝에 사연자Y 님은 약 2년 6개월 뒤인 2019년 3월에야 전세금 3,300만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임대인이 경찰 조사 때 “A공인중개사에게 월세·전세계약 권한을 모두 위임했다”고 이야기한 게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됐습니다. 사연자Y 님도 다행히 위임장과 전세계약서 등을 모두 갖고 있었어요. 

반면, 소송을 진행했던 6개 동 가운데 사연자Y 님이 살던 1개 동 외에, 나머지 5개 동은 모두 졌습니다. 

사연자Y 님의 임대인과 달리 나머지 임대인들은 “월세계약만 A공인중개사에게 위임했고, 전세계약을 위임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나머지 임차인들은 모두 패소했어요.

임대인도 피해자인 전세 사기

이 사건에서는 세입자뿐만 아니라 건물주도 사기 피해자입니다.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한 <경기일보>에 따르면 10여 세대 월세 계약을 부동산에 위임했던 한 건물주는 월세 고정 수입이 사라져 고생했다고 합니다. 또 일부 세입자의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어요.

사건 이후 A공인중개사는 경찰에 붙잡혀 징역을 살았습니다. 그동안 챙긴 보증금은 생활비와 도박비 등에 모두 썼다고 해요. A공인중개사가 세입자와 건물주를 상대로 사기를 친 기간만 7년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혹독한 경험의 씁쓸한 교훈

사연자Y 님에게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연자Y 님은 현재 서울에서 전세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전세 사기 사건을 겪은 이후 전세계약을 할 때는 항상 저와 임대인, 공인중개사 이렇게 3명이서 꼭 봅니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의 신분증도 받아서 꼭 확인합니다.” 

혹독한 전세 사기를 경험하면서 사연자Y 님은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드려보게 됐습니다.  


필진의 코멘트

  • 작은별: 최근 전세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전세보증금이 최고점보다 10% 떨어지면 4만 4천 가구(3.7%)가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예요. 이럴 때일수록 미리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공부해두는 게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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