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이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비만 아닌데 비만치료제 사용, 문제없을까?”

 

할리우드 유명인부터 국내 연예인들이 주사형 비만치료제를 맞고 눈에 띄게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뉴스는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됐어요. 당뇨병과 고도비만 환자를 위해 개발된 약물이 이제는 다이어트 필수템처럼 소비되고 있어요. 

 

문제는 정작 비만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정상 체중인 사람들까지 이 약을 찾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뼈말라’, ‘프로아나(Pro-ana, 거식증 찬양)’, ‘키빼몸(키에서 체중을 뺀 값이 클수록 좋다는 개념)’ 같은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을 미화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요. MZ세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생생 MZ톡 참여자

  • 강박 (30세, 회사원)
  • 민두부 (29세, 회사원)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 요거트 (35세, 회사원)
  • 아이스아메리카노 (33세, 의료인)
 

비만이 아닌데도 최근 유행하는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본 적 있나요?

  • 강박 (30세, 회사원): “아직 제 주변에는 없어요. 하지만 평소에 살 때문에 고민이 많거나 곧 결혼사진을 찍어야 하는 친구들이 진지하게 투약을 고민하는 걸 봤어요.”
    솔직히 저도 고민이 되더라고요. 다이어트 보조제 성분 중 하나인 가르시니아는 간 수치 부작용이 유명하니 무서워서 못 먹었지만, 비만치료제는 비싸긴 해도 애초에 치료 목적으로 나온 약이라 좀 더 안심할 수 있잖아요. 대신, 비만치료제는 식욕 억제보다는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해주는 용이라고 해서 저한테 큰 효과가 없을 것 같아 포기했어요. 평소에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 민두부 (29세, 회사원): “같이 헬스나 여러 운동을 다니던 직장 동료가 병원에서 비만 치료제를 처방받고 사용 중이에요.”
    저는 불필요하게 약물을 사용하는 건 몸에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박혀있어서 시도해 볼 생각이 안 들어요. 요즘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들은 주변이나 미디어에서 너무 쉽게 다루니까 약물 사용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제 주변에는 없지만 SNS에서 그런 사례가 너무 많이 보이더라고요.”
    ‘마운자로 처방받으러 일본까지 다녀왔다’거나, ‘통통녀에서 위고비 맞고 뼈마름된 썰’ 영상 같은 거요. 너무 유해하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서도 너무 쉽게 언급하는 것 같아요. 유명 여행 유튜버가 위고비 맞고 살을 뺐다는 게 다른 채널에서도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미디어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다들 부작용 걱정 없이 그냥 오남용하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러워요.
 
  • 아이스아메리카노 (33세, 의료인): “저는 현재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비만 환자를 진료하고 있어요.”
    원래도 비만 치료제는 있었지만 최근 출시된 여러 주사약제가 효과가 워낙 좋다 보니 비만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아요. 제가 일하는 병원은 특성상 정상 체중인 사람이 내원하는 경우는 없지만, 비만까지는 아닌 과체중 범위의 분들도 문의가 꽤 많은 편이에요. 

    아마 진입 장벽이 낮은 의원급에서는 정상 체중인 사람들도 치료제를 많이들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SNS에서 정상 체형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비만치료제 후기 올리는 것도 봤고요.

‘뼈말라’, ‘프로아나’, ‘키빼몸’ 같이 마른 외모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가 내 몸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 적이 있나요?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제 친구들은 모두 다이어트에 강박이 있어요. 밥도 편하게 못 먹고 계속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요.”
    솔직히 제가 보기에 그 친구들은 저체중이거든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탄탄한 ‘꿀벅지’, 글래머한 ‘베이글’ 몸매가 이쁘다고 하더니 이제는 무조건 뼈가 드러나게 말라야 이쁘다 하는 게 어이가 없어요.


    또, 예전부터 여자 아이돌한테 너무 심하게 굴잖아요. 다리가 코끼리 같다고 욕하다가도 살 빼고 나오면 허벅지에 지방흡입 자국 찾겠다고 사진을 뒤지기도 하고요. 그런 사회 분위기가 대중한테까지 전이되는 것 같아요. 
 
  • 요거트 (35세, 회사원): “저는 그다지 신경 쓰는 타입은 아닌데,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언론이나 SNS에서 그런 이들을 칭송하고 보여주기 때문이겠죠. 얼마 전에, 좋아하던 여성 아이돌 그룹 멤버가 데뷔 때와 너무 달라 몰라볼 정도로 살이 많이 빠진 상태로 컴백한 것을 보았는데요. 그전에도 분명 마른 체형이었는데, 워낙 주변 멤버들이 마르다 보니 악플 세례를 많이 받았나 보더라고요. 무척 어린 나이인데 건강이 염려되네요.
 
  • 강박 (30세, 회사원): “저도 평생 자라오면서 다이어트에 대해 듣다 보니 지금 건강한 몸인데도 다이어트 강박이 있어요.”
    정상 체중이고, 병원에서 진단받은 적은 없지만 섭식장애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음식 먹을 때 행복하게 음식에 집중하지 못하고 칼로리를 계산하고, 과식을 한 날에 억지로 토하기도 하고요. 성장기 때 통통했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사진을 보면 그때도 지금도 그렇게 살찐 모습이 아닌 데도요.
 
  • 민두부 (29세, 회사원): “저도 강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바디에서 표준 범위에 속하더라도 표준보다 체중이 덜 나갔으면 해서 체지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중이에요.”
    릴스나 광고에 등장하는 연예인을 많이 보면 볼수록 그들처럼 유행하는 옷을 좀 더 예쁘게 입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살을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당한 지방과 근육이 있어야 건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전 건강한 몸과 마른 몸 중 하나를 고르라면 옷태가 예쁘게 나오는 마른 몸을 갖고 싶어요.
 
외모나 체형에 대한 압박을 줄이기 위해 사회가 바뀌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강박 (30세, 회사원): “사회를 바꿀 방법이 있을까요? 10년 전에는 그저 깡마른 몸이 유행하더니 요새는 운동까지 해서 깡말랐지만 복근이 드러나는 탄탄한 몸을 최고로 치더라고요.”
    요즘 거의 굶다시피 하면서 지방은 태우고 열심히 헬스해서 예쁘게 근육을 키운 아이돌 몸이 극찬받잖아요. 저는 매체에 나오는 사람들의 체형이 다양해지면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통통하거나 건강한 체형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개인에 대한 악플이 너무 심하더군요. 다이어트약이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더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약이 있는데 왜 비만이냐는 말이 나오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 안 그래도 비만인을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가 더 심화할 것 같아요.
 
  • 민두부 (29세, 회사원): “마치 연예인처럼 마르지 않으면 모두를 비만이라고 보는 시각이 개선되었으면 해요.”
    사람마다 맞는 체형이나 몸무게가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무리하게 다이어트하면서 생리불순이나 미주신경성실신 같은 건강 문제를 겪는 친구들을 학창 시절 때 많이 봤거든요.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요즘 유행했던 ‘저속노화 열풍’도 너무 과한 건 안 좋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유익하다고 생각했어요. 건강한 몸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생겨나며 자기 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 좋을 것 같아요.
 
  • 비부비부 (32세, 회사원): “일반인이 굳이 깡마른 몸을 선망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백날 말은 하지만 아직 바뀌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면 좋을지 되려 질문하게 되네요. 저도 미디어가 큰 역할을 한다고 봐요. 미디어가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마른 몸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방통위 같은 규제 기관이 제한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어피티의 코멘트

문화인류학에서는 사회가 높게 평가하는 가치의 개수가 적을수록, 그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분노와 좌절이 더 깊어진다고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돌과 배우처럼 마르고, 극도로 관리된 몸을 거의 유일한 미적 기준으로 삼고 있죠.

 

‘미디어가 다양한 몸을 보여줘야 한다’는 제안이 꾸준히 나옵니다. 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애초에 모든 것이 외모 중심인 환경에서 ‘외모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의식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테니까요.

 

스포츠 선수들의 몸이 빼빼 마르지 않았다고 흉을 보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는 그 몸이 그 경기와 종목을 위해 다듬어진 결과라는 걸 알고,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 깃든 노력과 열정,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죠.

 

단순히 미적 기준을 다양화하는 일만이 아니라, 외모가 삶의 중심이 되는 구조 자체를 흔드는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주 접하는 미디어 속 화면이 더 다양한 예술, 더 먼 곳의 이야기들, 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채워질 때, 우리는 ‘마르지 않은 몸도 예쁘다’고 애써 말하는 대신, 체형과 몸무게라는 잣대 자체에서 한결 자유로울 수 있을 거예요. 사회를 단기간에 바꾸기란 어렵겠지만 내 세계의 중심을 재편하는 일은 오늘부터 조금씩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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