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여행자로 바라보던 밀양과 주민으로 살아가는 밀양은 달랐어요. 처음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 익숙한 생활권도 없었죠. 필요한 가게를 찾는 일부터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까지 모두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하지만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오히려 천천히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었어요. 자주 마주치던 사람이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일을 통해 만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조금씩 생활의 반경이 넓어졌거든요.
💼 그래서, 농사 못 짓는 사람은 어떻게 먹고 살까?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농사를 지을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체력이 안 되거든요. 😂
그래도 첫 1년은 집 마당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봤어요. 배추 키워서 김장도 하고, 명이나물부터 잡다한 채소까지 심어 장아찌도 담가봤고요. 그런데 잡초가 심해서 한 번 텃밭을 정리하면 이틀을 내리 누워 있어야 했어요. 농사가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주변에 농사짓는 어르신이 많은데, 신기하게도 그분들 밭엔 잡초가 없어요. 얼마나 부지런하신지 뵐 때마다 대단하다 싶어요.
그럼 먹고사는 건 어떻게 했느냐. 이게 제일 막막했어요.
40대에 밀양에 왔는데, 40대 여자가 로컬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아요. 찾아봐도 설거지밖에 없더라고요. 카페는 다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만 뽑으니까요.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장사를 하기엔 동네 분위기도 모르고요. 게다가 밀양이 생각보다 월세가 높아요. 거리에는 사람이 없는데 월세는 높으니까,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디자인 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부산에서 의류업을 오래 했는데 번아웃이 너무 심해서, 업종과 도시를 함께 바꾸고 싶었거든요. 살짝 대인기피도 있었고요. 그래서 밀양 와서도 1년 반은 밖을 나가지 못했어요. 회복이 필요해서 집 안에만 있었죠.
미싱은 오랜 취미였어요. 청소년 시기부터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거든요. 밀양 와서도 미싱을 하면 마음이 안정돼서 혼자 이것저것 만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