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층에서 나는 그 향기, 도대체 정체가 뭐야? 봄에 쓰면 딱 좋은 향수 추천 LIST

📌필진 소개: 어피티 잘쓸레터의 객원에디터 ‘잘쓸레옹’ 두디예요. 조향사 자격증 취득 후, 천연조향문화예술협회 소속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천연 향료를 기반으로 한 향기 연구와 향기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겨울 코트를 벗고 얇은 재킷이나 카디건만 걸치고 나올 때, 문득 이런 생각 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아, 향수 뿌리고 나올걸.”


봄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향에 더 민감해져요. 길을 걷다가 갑자기 코끝을 스치는 목련 향기에 걸음을 멈추기도 하고, 카페 앞을 지나다 풍겨오는 커피 향에 괜히 들어가고 싶어지기도 하죠. 계절이 바뀌면서 우리의 후각도 함께 깨어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봄만 되면 백화점 1층 향수 매대가 유독 붐비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저런 향을 시향하다 보면, 꽃냄새 또는 과일 냄새 정도로 설명하기 어려운 향들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향수를 찾아도 그 향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까지는 잘 알지 못한 채 지나갈 때가 많죠.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좋다고 느꼈던 향의 정체를 하나씩 풀어보려고 해요. 특히 봄에 잘 어울리는 향료들을 중심으로요. 제가 고른 5가지 핵심 향료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 향료가 담긴, 봄에 뿌리기 좋은 향수도 가격대 별로 같이 소개해드릴게요. 향을 조금만 알고 나면, 향수 고르는 재미가 훨씬 더 커질 거예요.

베르가못부터 히노키까지, 봄을 부르는 향기 다섯 가지


🍋 얼그레이티에서 맡던 그 향, 베르가못

이 향을 맡으면 “어디서 맡아본 향인데?”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얼그레이티 때문이에요. 홍차에 베르가못이 핵심 향료로 들어가거든요.

베르가못은 과일의 한 종류랍니다. 지중해 일부 지역에만 자라는 오렌지와 레몬 계열의 교배종이에요. 그래서 레몬보다는 부드럽고, 오렌지보다는 가벼운 향이 나요. 향을 튀게 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죠. 라임같은 상큼함 위에 풀잎 향과 약간의 꽃 향이 은은히 퍼져요. 밝고 중성적인 분위기로, 많은 향수에 사용되는 향료랍니다.

출처: 아쿠아디파르마, 에르메스

Acqua di Parma Colonia (아쿠아디파르마 콜로니아)
  • 가장 정석적인 베르가못 향수예요. 처음 맡으면 마치 잘 다린 셔츠처럼 아주 밝고 단정한 인상을 줘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호텔 로비 냄새’, ‘깔끔한 남자 향’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 가격: 20만 원대 (50ml)

Hermès Eau de Citron Noir (에르메스 오 드 시트론 느와)
  • 같은 시트러스 계열이지만, 분위기는 조금 달라요. 상큼함 뒤에 차분하고 따듯한 잔향이 남아서 ‘조용한 시트러스’라는 표현이 잘 어울려요. 밝기만 한 향이 아니라, 어둡고 드라이한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나만의 독특한 시그니처 향으로 만들기에는 더 매력적인 향수예요. 
  • 가격: 10만 원대 (100ml)

🍊 자몽보다 부드러운 상큼함, 포멜로
포멜로는 자몽의 조상이라고 불리는 과일이에요. 우리가 아는 자몽은 사실 포멜로와 오렌지의 교배종이죠. 그래서 포멜로의 향은 자몽보다는 덜 쌉쌀하고 더 순하게 느껴져요.

포멜로는 상큼한 시트러스에 은은한 꽃 향, 그리고 청량한 그린 허브의 느낌까지 함께 가지고 있어요. 다른 향료와 조합하면 밝고 생기 넘치는 경쾌함이 더해지고, 시원하고 투명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그래서 포멜로는 가볍고 현대적인 느낌을 표현하기에 좋은 향료예요. 공기 정화 효능도 있어 디퓨저나 룸 스프레이 같은 공간 향에도 잘 어울려요.

출처: 아틀리에 코롱


Atelier Cologne Pomélo Paradis (아틀리에 코롱 포멜로 파라디)

  • 이 향수는 상큼한 과일 껍질을 까는 순간의 향을 그대로 담았어요. 이름부터 ‘포멜로 천국’인 만큼 포멜로 그 자체의 느낌을 풍부하게 잘 살린 향수예요. 많은 사람들이 “실제 과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생생한 향이죠.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사용하기 좋아요. 
  • 가격: 20만 원대 (100ml)

🌼 황금 금목서 향기를 담은, 오스만투스

흔히 금목서라고도 불려요. 금목서는 작지만 존재감이 강한 꽃이에요. 작은 주황색 꽃인데, 아주 멀리까지 향을 퍼트리죠. 이 향료의 특징은 꽃이면서도 과일처럼 달콤한 향을 낸다는 거예요.

말린 살구, 혹은 무르기 직전의 자두를 떠올리게 하는 진한 과일의 단 내가 나요. 달콤하고 상큼하면서도 끝에는 은은하게 가죽 같은 잔향이 남기도 해요. 그래서 꽃인데, 과일 같고, 그러면서 어딘가 따뜻한 인상을 줘요. 따뜻한 햇빛 아래에서의 오후나, 평화로운 정원에서의 피크닉 같은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에요.

출처: 에르메스, 끌로에, 조말론


Hermès Osmanthe Yunnan (에르메스 오스만테 원난)

  • 오스만투스를 대표하는 향수라고 할 수 있어요.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말린 살구와 홍차 같은 향이 은은하게 퍼져요. 마치 따뜻하게 데운 차를 한 잔 마시는 조용한 오후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에요. 과하지 않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남겨요. 
  • 가격: 10만 원대 (15ml), 50만 원대 (100ml)


Chloé Nomade Eau de Parfum (끌로에 노마드 오 드 퍼퓸)

  • 요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스만투스 향수예요. 과일 향이 나면서도 우디한 잔향이 어우러져 따듯하고 세련된 느낌을 줘요.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담고 있어서 ‘여행 가고 싶어지는 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향수예요.
  • 가격: 5만 원대 (30ml), 10만 원대 (50ml)


Jo Malone Osmanthus Blossom Cologne (조말론 오스만투스 블라썸 코롱)

  • 부담 없이 오스만투스를 느끼기에 좋은 향수예요. 산뜻하고 깨끗한 느낌이 강해서 왠지 샴푸가 떠오르는 향이기도 해요. 데일리 향수로 가볍게 사용하기 좋아요.
  • 가격: 10만 원대 (30ml), 20만 원대(100ml)


🌧️ 비 온 뒤 흙내음 같은, 패츌리

향수는 과일 껍질이나 꽃 잎뿐만 아니라, 잎에서도 시작돼요. 패츌리는 말린 잎에서 추출되는 향료로, 땅을 파냈을 때의 촉촉한 흙 향을 가지고 있어요. 담배 필터같은 드라이함 속에 은근한 부드러움이 함께 느껴지죠. 


그래서 처음 맡으면 당황하는 사람도 많아요. 깔끔하게 정돈된 향이라기 보다는, 무게감이 있는 향이거든요. 그래서 이 향은 빈티지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표현할 때 더 빛을 발해요.


패츌리의 진짜 매력은 조합에서 드러나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향과 어우러질 때 진가를 발휘하는 향료에요. 젖은 흙과 오래된 나무와 같은 향이 다른 향료들과 만나면서 개성을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죠. 시간이 지날수록 향을 더 부드럽게 연결해주고, 전체적인 조화를 잡아주는 역할도 해요. 


과거에는 이성을 유혹하는 향으로도 쓰였을 만큼,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향이에요.

출처: 르라보, 샤넬, 디올


Le Labo Patchouli 24 (르라보 패츌리 24)

  • 패츌리 자체를 강조한 향수예요. 일반적인 패츌리보다 더 어둡고 깊은 느낌이에요. 불에 탄 나무와 같이 스모키한 향이 먼저 다가와서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래서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지만, 강하고 드라이한 향을 좋아한다면 확실한 취향 저격이 될 수 있어요. 
  • 가격: 30만 원대 (50ml)


Chanel Coco Mademoiselle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 패츌리를 가장 대중적으로 풀어낸 향수예요. 패츌리가 베이스로 들어갔지만 무겁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고 단정한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져요. “패츌리도 이렇게 깨끗하게 쓸 수 있다”를 선보인 향수예요. ‘어른 여자의 향’처럼 관능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담고 있어요. 데일리 향수로 사용하기에도 무난하죠. 
  • 가격: 10만 원대 (50ml), 20만 원대(100ml)


Versace Dylan Blue Pour Femme (베르사체 딜런블루 뿌르 팜므)

  • 베르사체 특유의 고급진 패키지와는 달리, 향 자체는 달달하고 산뜻한 인상의 여성 향수예요. 과일의 상큼함과 풍성한 꽃 향, 그리고 우디한 잔향이 함께 어우러진 현대적인 분위기의 향수죠. 너무 가볍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아서 데일리로 쓰기 좋은 균형감 있는 향수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특히 지속력이 좋은 편이라, 탑 노트의 상큼함이 사라진 뒤에도 패츌리 계열의 잔향이 은은하게 남아 향 전체를 안정감 있게 잡아줘요. 
  • 가격: 5만 원대 (30ml), 7만 원대 (100ml)

 🌲 편백나무 숲을 걷는 기분, 히노키

히노키는 일본산 편백나무를 말해요. 한국에서도 편백나무가 자라지만, 향료 산업에서는 보통 일본산 히노키를 사용해요. 


이 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향 때문만은 아니에요. 히노키는 내구성이 뛰어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부패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 왔고, 사찰이나 신사 같은 건축에도 널리 사용되어 왔어요. 


이 향을 맡으면 비 온 뒤 숲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조용히 가라앉는 분위기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주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향을 ‘힐링되는 향’, ‘숨이 편해지는 향’이라고 표현해요. 실제로도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어 아로마테라피 분야에서도 꾸준히 활용되고 있어요.

출처: 이솝, 꼼데가르송


Aesop Hwyl Eau de Parfum (이솝 휠 오 드 퍼퓸)

  • 히노키의 특성을 아주 잘 담아낸 향수예요. 비 온 뒤, 안개가 낀 숲처럼 깊고 차분한 향이 서서히 퍼져요. 절 또는 사찰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안정감을 주는 향이에요. 
  • 가격: 10만 원대 (50ml)


Comme des Garçons Monocle Scent One: Hinoki (꼼데가르송 모노클 센트 원 히노키)

  • 꼼데가르송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모노클이 협업해 만든 향수예요. 건조한 나무 향이 아니라, 습기를 머금은 숲의 공기를 그대로 담은 듯한 느낌이죠. 마치 사우나 또는 편백탕을 연상시켜 익숙하면서도 힐링돼요. 일반적인 우디 향수보다 더 차갑고 맑은 공기 같은 인상을 주는 향수예요. 
  • 가격: 30만 원대 (50ml)

이렇게 향을 하나씩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향수 매장에서 조금은 더 재미있게 시향을 할 수 있어요. 


그전에는 그냥 스쳐 지나가던 향들도, “이 향 좋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건 베르가못이구나” 또는 “이건 패츌리가 들어갔네” 하고요. 이렇게 향료를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왜 이 향을 맡을 때 마다 기분이 좋았는지, 왜 어떤 향은 나에게 부담스러웠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향수를 고르는 기준도 자연스럽게 변할 거예요. 유행하는 제품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향을 중심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죠. 그 순간부터 향수는 그저 ‘좋은 냄새’가 아니라,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취향이 돼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조금은 더 잘 알게 되셨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모두 향기로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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