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쓴 줄임말이나 밈을 몰라서 대화가 끊긴 적 있나요? 또는 본인이 쓴 표현을 상대가 못 알아들어서 당황한 경험이 있나요?
- 뽀대리 (31세, 재무): “‘준비 갈 완료’ 밈 때문에 민망해진 적이 있어요. 지인이 그 밈을 사용했는데 제가 밈인 줄 몰라서 분위기가 어색해졌거든요.”
제가 SNS를 안 좋아하는 편인데 밈을 잘 몰라서 그런지 SNS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따라가기에 좀 벅차요. 대화하고 나서 피로도가 더하고요. 저랑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을 더 자주 만나게 돼요.
- 상상구리 (32세, 프리랜서): “서로 인터넷을 하는 시간이 비슷하지는 않잖아요. 나이 차이를 떠나서 상대적으로 밈이나 신조어에 약한 친구가 많더라고요.”
저도 밈을 잘 알고 잘 쓰는 편인데 너무 앞서가는 듯한 밈은 일부러 일상에서 사용을 자제해요. 그런데 당연히 모두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밈을 사용했을 때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저도 모르게 ‘그것도 몰라?’라고 말해버려서 상대방이 기분 나빠한 적이 있어요. 그걸 왜 꼭 알아야 하냐면서요.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더라고요.
- 섹시푸들 (28세, 승무원): “2010년대에는 네이트온이나 버디버디, 싸이월드에서 유행하는 말투가 있었다면, 5~10년 전에는 페이스북으로, 지금은 인스타, 유튜브로 진화하면서 밈을 접하게 되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르는 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모르는 밈이 생기면 너무 당황스러워서 당장 링크 보내달라고 하고 정독합니다. 모르는 밈 생기면 시대에 괜히 뒤처진 느낌이랄까요.
- 오하아사1위 (26세, 개발자): “상대방이 쓴 밈을 모르는 경우는 전혀 없고 저는 웬만한 밈은 다 다 알고 있습니다.”
저와 달리 밈을 잘 모르는 지인들도 많아요. 그래서 신생 밈은 오해받지 않으려고 설명을 덧붙이곤 합니다.
신조어와 줄임말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자연스러운 언어의 진화 형태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 귄카 (32세, 승무원): “신조어가 아예 나쁘다고는 못 볼 것 같아요. 언어는 늘 변화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니까요.”
문법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일본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줄여서 누군가를 비하하는 상황에 쓰는 ‘아자스’ 같은 말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어로도 재밌게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일본어까지 가져와서 밈을 만드는 건 이해하기 어려워요.
- 히힣 (19세, 고등학생):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밈이 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최근 유행하는 밈 중에 너무 웃긴 상황을 표현하는 ‘도티 낳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요. 이걸 ‘도티 유산함’으로 변형해서 쓰는 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더라고요. 이런 분위기가 더 심화될까봐 정말 걱정됩니다.
- 뽀대리 (31세, 재무): “밈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처받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양이 적은 음식을 팔았던 연예인의 이름을 사용해 ‘창렬하다’라든가, 뉴스 인터뷰에 등장한 일반인의 이름을 딴 몇몇 밈 같은 거요. 누군가를 기분 나쁘게 하는 밈이라면 안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폭닥 (31세, 대학컨설턴트): “저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밈은 소소한 웃음거리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아요.”
어릴 때 어떠한 상황에 관해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이 있을 때 뭐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밈이 그걸 대체해줘서 좋더라고요.
어피티의 코멘트
밈이나 유행어에는 그 시대의 가치관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밈을 잘 아는 것이 시대의 트렌드를 잘 아는 사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실제로 ‘밈 능력 고사’가 같은 콘텐츠가 주기적으로 바이럴되고, 예능에서 출연자들에게 밈 퀴즈를 내는 장면도 흔해졌어요.
문제는, 이런 밈들 중 일부가 혐오 표현을 담고 있다는 거예요. 특정 정체성, 혹은 사회적 약자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아무런 비판 없이 밈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거죠. 물론, 시의적절하고 재치 있는 밈은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라면, 의도와 무관하게 폭력이 될 수도 있어요.
프랑스의 미식가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어요. 마찬가지로, 우리가 무엇을 읽고 보고 듣는지는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을 만들고, 결국 어떤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는지를 결정해요.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거를 것인지 아는 비판적 감각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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