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 최대한 맞춰보겠지만 말씀하신 만큼은 어렵습니다”

글, 정인

우리나라가 내야 할 비용이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이 되며 재선에 성공했어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정책 방향과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 및 발언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가 치를 가능성이 큰 비용은 크게 네 가지가 있어요. 

  • 첫 번째는 방위비 분담률 상승이에요. 우리나라에는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데, 군대 주둔에는 큰 비용이 들어요. 트럼프는 우리나라가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현재 수준보다 크게 올려 연 백억 달러(약 13조9680억 원)를 부담하기 원하며,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를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에 비교하기도 했어요. 
  • 두 번째는 한미FTA 재협정이에요.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뀐 상황이에요. 그만큼 흑자도 내고 있는데, 여기에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하기 시작해 2012년 발효한 한미FTA 협정이 기여하는 바가 커요.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이미 한미FTA가 우리나라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며 재협정을 요구한 바 있어요. 이번에도 미국에 유리하도록 재협정을 요구할 수 있어요.
  • 세 번째는 이미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맞춰 집행한 투자예요.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RA법에 맞추느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 현지에 투자하며 공장을 지어 보조금을 받고, 관련 산업을 키웠어요. 하지만 트럼프는 재선 시  IRA부터 폐지하겠다고 했어요. 극단적인 경우, 지난 4년간 미국에 집행한 수백조 원의 투자는 매몰 비용이 될 수 있어요. 관련 산업 전망도 불투명하죠.
  • 네 번째는 간접적 비용인데, 고환율과 고금리예요. 트럼프 재선 성공 직후 야간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400원을 넘었어요. 트럼프는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경제정책을 선호해,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낮아요. 환율이 높으면 한국은행은 수입 물가 상승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요. 국내 시장에서는 금리가 높으면 부동산과 자영업이 얼어붙어요.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협상의 여지는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력을 발휘해 ‘거래’를 할 줄 아는 상대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선호한다고 해요. ‘주겠지만, 달라는대로 다 줄 수는 없다’는 자세가 필요해요.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by.클린턴)”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유를 짧게 정리하자면, 역시 경제예요. 팬데믹 이후 높아진 이민자 수와 물가, 그리고 중동과 유라시아의 지정학적 불안이 문제였어요. 

  • 최근 2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세계적으로 이동이 막혀 미국에 들어오지 못했던 저숙련 노동력이 미국으로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고, 미국인은 이에 불안을 느꼈어요. 
  • 팬데믹 당시 시행한 경기부양책의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죠. 미 연준은 금리를 인하하며 물가를 잡았다고 선언했지만 어디까지나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지 그간 오른 물가가 떨어질 수는 없었어요. 사실 바이든 집권 기간 내내 미국 경기는 좋았어요. 미국 경제만 성장하고, 미국 증시만 오른다는 우리나라 뉴스가 4년 내내 나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경제지표가 아니라 체감 경기예요. 인플레이션을 감안실질임금은 올랐다, 내렸다 불안한 모습을 보였거든요.
  • 마지막으로 국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 또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어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든,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해외 전쟁에 인력과 자금을 쏟아붓기보다는 ‘우리나라(미국) 일이나 신경 썼으면’하고 바랐다고 해요. 물론, 미국의 고립주의는 한국을 포함해 해외 미국 동맹국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아요. 미국 없이 중국이나 이란 등 지역 패권국을 상대하라는 이야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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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장기적인 키워드예요

CNN은 이번 대선 결과를 두고 인플레이션 등 ‘체감 경기’가 승패를 가른 핵심 요소였다고 분석했어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학력 수준’이었는데, 4400만 명이 청취하는 미국공영라디오방송(NPR)은 지난달 자체 프로그램에서 대선을 예측하며 ‘21세기 들어 학력 수준에 따라 민주당 혹은 공화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는 통계를 들었어요.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은 민주당에, 없는 사람들은 공화당에 투표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거예요. 그 기반에는 미국이 고부가가치 서비스경제로 전환하며 대학 학위가 있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고소득 직업이 늘어난 반면, 저부가가치 제조업 일자리는 인건비가 저렴한 신흥국으로 빠져나가 대학 학위가 없는 사람들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배경이 있어요. 이번 대선의 결과를 결정한 요소들의 배경이기도 하죠. 트럼프는 재선 시, 교육부를 폐기하겠다고 공약했어요.

정인 한마디
🧶 비록 역사적으로 높은 투표율이기는 하나 2020년 대선에 비해서는 낮은 투표율이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조금 더 설명해 줘요. 아직 개표가 다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추정치지만, 트럼프는 4년 전 대선 투표 수와 비슷하게 받았고, 해리스는 당시 바이든이 받았던 표보다 덜 받았어요. 그러니까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열풍’이 아니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던 많은 여당 지지 유권자들이 굳이 투표장에 나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결과예요. 미국민주당은 잠재적인 지지자들에게 ‘새 후보를 반드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어’ 혹은 ‘지금 정권이 꼭 이어졌으면 좋겠어’라는 마음을 먹게 하는 데 실패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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