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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가 왜 기축통화가 됐는지 알아?

글, 정인

Photo by Ryan Quintal on Unsplash

주식을 해보겠다고 뭐라도 공부하다 보면 이런 글이 눈에 띕니다. ‘한국 주식만 해서 어떻게 돈을 벌겠어? 돈 벌기는 역시 해외 주식이지.’ 

그런데 해외 주식이라고 써뒀지만 결국 미국 주식입니다. 대부분 해외=미국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렇게 미국 주식을 시작하려고 찾아보면 깨달음이 옵니다. ‘미국 주식은 나만 덤비는 게 아니구나. 온 세상 모든 나라 사람들이 덤비는구나!’

미국주식 입문자: 미국 주식을 거래할 땐 미국 달러로 해야 하잖아요.

미국 사람: 당연하죠.

미국주식 입문자: 독일인도 프랑스인도 일본인도 중국인도 한국인도 이집트인도 루마니아인도 모두 달러로 환전하고 싶어하는데, 그럼 달러가 너무 부족하지 않아요?

미국 사람: 필요한 만큼 찍어내죠, 뭐.

미국주식 입문자: 헉,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돈을 막 찍어내면 짐바브웨처럼 하이퍼 인플레이션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돈이 수레로 싣고다닐 만큼 넘쳐나는데 물건은 부족해서 감자 한 알에 육백 육십 만 달러가 되는 거 아니에요?

미국 사람: 훗. 기축통화라고… 들어보셨어요?

기축통화, 대충 뭔지 알긴 하죠. 아니, 그런데 왜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거죠? 주식이란 게 없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 때문은 아닐 것 같단 말이에요!  

자, 기축통화를 이해하려면 ‘무역’에 대한 개념부터 잡아야 합니다.

무역은 퇴근 후 한 잔의 하이볼 ♪

하루종일 앉아 있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든지 도대체 알 수 없지만, 퇴근 즈음이 되면 머리도 살짝 아프고 허리도 뻐근합니다. 얼른 집에 가서 냉장고에 넣어 뒀던 시원한 맥주나 한 캔 따고 싶어요. 코로나만 아니라면 동네 단골 바에 가서 하이볼 한 잔을 주문해도 좋겠어요.

여기 하루치의 근심걱정을 날려버릴 하이볼 레시피가 있습니다.

준비물: 투명한 유리컵, 위스키, 레몬 한 조각, 토닉워터, 얼음

레시피

  1. 얼음을 컵에 채운다
  2. 차가워진 컵에 토닉워터를 ⅔ 붓는다
  3. 레몬즙을 짠다
  4. 위스키를 원하는 만큼 탄다
  5. 살짝 흔들어 마신다

이제 다음 세 나라가 존재하는 세계를 상상해 볼게요.

  • 자원은 얼음 밖에 없는 러시아
  • 얼음과 토닉워터는 없고 위스키는 있는 영국
  • 얼음과 위스키는 없지만 공업이 발전해서 토닉워터 제조가 가능한 한국

러시아 사람도 영국 사람도 한국 사람도 맛있는 하이볼이 마시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이볼의 주요 재료는 위에 적힌 대로 ‘얼음+위스키+토닉워터’죠. 

서로 거래를 하지 않으면 각자 얼음만 핥거나 토닉워터만 홀짝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영국 사람은 위스키라도 마실 수 있으니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래도 뭔가 아쉽습니다. 

영국 사람: 내가 러시아랑 한국한테 위스키를 팔면 그 대가로 다른 걸 좀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토닉워터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한국 사람이 나섭니다. 

한국 사람: 영국사람 이리 와 봐. 러시아 사람도 이리 와 봐.

이렇게 무역이 시작됩니다. 서로 언어도 다르고 화폐 단위도 다르고 세금도 다르게 매기는 나라들끼리 거래하는 것을 ‘무역’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셋이 모여 각자의 자원을 물물교환해서 세 사람은 무역을 통해 맛있는 하이볼을 즐기며 이전보다 높은 삶의 질을 누립니다.

…라고 평범한 경제학 입문서는 설명합니다. 

여기서는 세 사람이 만나기로 했는데, 만날 장소와 만날 장소까지 갈 교통수단까지 고려하는 현실적인 조건을 불러오겠어요. 중간지점은 미국입니다. 

이제 기축통화가 등장할 차례!

미국 사람: 중간 장소라니까 빌려주기는 하는데 우린 하이볼 별로야. 콜라만 마셔. 장소 빌려주는 값은 콜라 한 병으로 합시다.

그런데 러·영·한 아무도 콜라가 없는 겁니다. 큰일 났네요. 심지어 셋을 미국까지 각자 태워다 줄 일본 비행기 조종사, 프랑스 유람선 선장, 중국 철도 기장도 마찬가지로 미국처럼 대가를 원합니다.

일본 비행기 조종사: 우리도 하이볼은 안 마시는데?

프랑스 유람선 선장: 필요 없는 거 줘봤자 소용없다. 나한테 필요한 거 줘야지. 

중국 철도 기장: 너희, 나한테 뭘 주고 통행할래?

머리가 아프죠. 그래서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뭐든지 교환할 수 있는 증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물론 무역을 하기 전부터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프랑스 프랑이나, 일본 엔이나, 중국 위안 같은 국내용 화폐가 만들어진 거예요. 한 나라 안에서도 서로 믿을 수 있는 증표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그래서 고대나 중세에는 국왕이 바뀌면 화폐도 바뀌었습니다. 화폐를 통제하는 사람이 바로 왕인 것이죠.

왕: 오늘부터 이것을 증표로 하니, 내 명령이 통하는 곳에서는 모두 이걸 갖고 물건과 교환할지어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내용이라는 거죠. 프랑스 국왕이 중국 천자에게 명령하면 프랑스와 중국 사이에 전쟁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통하는 증표는 뭘로 정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금이 증표였습니다. 19세기~20세기 정도가 되면 대부분 종이나 다른 흔한 금속으로 만든 화폐를 사용합니다. 단, 각국 화폐 당 금 교환 비율을 정해서 금 1g을 기준으로 두고 한국은 1g당 1천 원, 일본은 1g당 100엔 이런 식으로 비율을 맞췄어요.

대신 은행들은 3천 원을 가지고 가면 언제든 금 3g으로 바꿔줄 수 있어야 했습니다. 금이랑 교환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화폐를 돈으로 쳐준 것입니다. 원래는 금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금이 무겁고 갖고 다니기 힘드니까 화폐라는 금 교환권을 만들어서 주고받기로 한 거죠. 

그러니 금이 모자라서 교환이 안 되면 교환권이 사기인 셈입니다. 즉, 갖고 있는 금만큼 돈(=교환권)을 만들 수 있었던 거예요. 이게 바로 금본위제도입니다.

교환권으로서의 화폐 제도는 이제 안 쓰는 제도니까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라는 개념만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해요! 

금을 대체할 기준을 찾아라!

여기서 잠깐. 금이 교환의 기준이 될 때 가장 큰 문제가 뭘까요? 첫째는 금 광산이 있는 나라가 돈을 많이 가진다는 점, 둘째는 금 캐는 속도가 느리거나 더 이상 금이 채굴되지 않으면 돈을 못 만든다는 점이에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가장 많이 노력했던 시기가 1944~1971년 즈음입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죠. 이 때 가장 힘이 센 나라가 어디였냐면, 바로 미국이었어요. 전 세계 제조업체의 절반을 보유한, 그래서 물건을 가장 많이 만드는 나라도 바로 미국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이 쓰이는 화폐는 미국 달러였습니다.

영국: 금만큼 전 세계에 이미 존재하고…

프랑스: 1달러 당 살 수 있는 물건이 뭔지 생각해봤을 때, 1천원 당 살 수 있는 물건이나 10엔 당 살 수 있는 물건보다 훨씬 이것저것 바로바로 떠올릴 수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어차피 다들 미국이랑 무역하고 있잖아!

독일: 무역을 하려면 자기들 돈을 달러로 어떻게든 바꿔야 하니까 다음 기준은 그냥 달러로 하자.

이렇게 기축통화가 정해졌습니다. 미국보다 더 영향력 있는 나라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축통화도 바뀌지 않고 있답니다.

“기축통화국을 따르라”

미국 주식 입문자: 그럼 무슨 돈이든 무역을 할 땐 달러로 바꿔서 써야 하니까,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진짜 돈은 달러라는 거네요?

미국 사람: 그렇게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죠.

미국 주식 입문자: 그럼 달러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돈을 많이 갖고 있다고 보면 되는 거예요?

미국 사람: 뭐, 그렇다고나 할까요?

미국 주식 입문자: 기준이 자꾸 바뀌면 혼란스러우니까,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이 계속 세계 금융질서를 통제해야겠네요?

미국 사람: 아휴 뭐 그렇게까지 말씀을 🤗(히죽)(표정 관리 안 됨). 요샌 중국도 많이 올라왔어요.

이런 포괄적인 이유로, 미국 달러의 값, 즉 기준이 되는 축인 화폐의 값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각국 화폐의 값이 같이 요동치는 거예요. 

경제뉴스에 나오는 용어대로 쓰자면,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오를 가능성이 보이면 한국 기준금리도 오르는 거죠. 기준이 바뀌는데 어쩌겠어요. 기준에 맞춰 능력껏 조정해야죠. 

‘따라 내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라고 묻는다면, 그런 건 아니에요. 우리는 기준금리를 그냥 내버려둬도 되고, 심지어 내려도 되죠. 그런데 그러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됩니다. 

좋아질지, 나빠질지 모르면서 일단 주사위를 던지는 걸 우리는 ‘도박’이라고 하죠. 국가 정책은 도박을 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의 인생이 걸려 있잖아요. 

도박을 하지 않고 미국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따라 비슷하게 조정하면 현상유지는 됩니다. 대외적인 균형이 맞춰진다는 이야기죠.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의 교역국이 비슷하게 미국을 따라갑니다. 그래야 세계 경제가 큰 변화 없이 돌아가겠죠? 변화가 싫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 나기 때문에 웬만하면 다들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세계 경제를 굴리고 싶어 합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단기간에 지나치게 끓어오르지 않고 꾸준히 조금씩 좋아지는 게 좋다고들 해요. 경제가 지나치게 빨리 커지고 빨리 활발해지면, 부작용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자라나서 대처하기가 몹시 어려워지거든요. 

그래서 현상유지를 하면서 과거의 부작용들을 천천히 치료하고 싶어 하는데, 지금은 ‘현상유지’의 기준이 미국인 거예요. 모두가 미국 달러를 원하고, 미국 달러는 수요가 아주 크니까 다른 국가와 달러를 좀 많이 찍어내도 감당 가능한 거고요. 이걸 경제뉴스에서는 ‘양적완화’라고 불러요.

📚<경제사tmi>에 참고한 자료
김정인, <오늘 배워 내일 써먹는 경제 상식(2021)>, 길벗, 일부 발췌 및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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