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인
반도체 호황,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어요
올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대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어요. 두 기업의 주가 모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죠.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다시피하는 HBM과 삼성전자의 D램 등이 실적 상승을 주도했어요.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커지자, 물량 확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어요. 급기야 글로벌 빅테크 임직원들이 우리나라에 상주하며 협상을 진행 중인데, 국내 반도체 기업이 거래 조건 맞춰주기를 거절하자 MS 임원이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는 뉴스도 나올 정도예요.
단순히 공급 부족이라 잘나가는 건 아니에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만드는 메모리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비교적 제조가 쉽고, 기술도 단순해요. 싸고 균일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대량생산의 영역이죠.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CPU·GPU·AP처럼 용도별로 구조가 제각각이라 설계 난도가 훨씬 높아요. 실제 하드웨어에는 두 종류의 반도체가 모두 필요해요. 시스템반도체의 연산 속도가 아무리 향상돼도 메모리반도체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성능은 제한돼요. 그래서 메모리반도체의 성능을 극도로 끌어올린 제품인 HBM의 인기가 높은 거예요.
시장 독과점이 ‘병목’을 만들고 있는 거죠
문제는 HBM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전 세계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 3사뿐이라는 거예요. 꼭 HBM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다른 메모리반도체라도 구하려는 회사들도 있지만 그 메모리반도체도 대부분 이 세 기업에서 만들고 있어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주문이 밀려 있는 HBM을 만드느라 다른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AI 하드웨어 공급망 전체가 메모리반도체를 기다리며 출하가 느려지는 이 ‘병목’은 2026년 내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