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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경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글, 오건영


📌 필진 소개: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 오건영입니다.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과 신한은행 IPS 그룹 등을 두루 거치며 글로벌 매크로마켓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함께 매크로 투자 전략 수립, 대외 기관·고객 컨설팅, 강의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삼프로TV」, 「김미경TV」, 「스터디언」, KBS라디오, MBC 등 다양한 경제 미디어에 출연해 친절한 경제 전문가로 대중들과 소통해 왔어요. 저서로는 『부의 시나리오』, 『부의 대이동』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습니다.

투자, 뭐부터 알아야 하나요?


투자하려면 뭐부터 알아야 하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 ‘매크로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답해요. 흔히 ‘거시경제’라고 하죠.


여기까지 읽고 뒤로가기를 누르고 싶은 구독자분들이 계실까 걱정이 되는데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투자자 관점에서 매크로란, 쉽게 말해 ‘투자 환경’이에요. 


투자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면 매크로 알아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냥 기업 하나 더 분석하는 게 더 낫다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마이크로경제’예요. 개별적인 단위를 중심으로 분석하는 ‘미시경제’죠.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다면, 투자를 위해 실시하는 분석의 대표적인 방법인 탑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 방식도 금방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탑다운과 바텀업이 뭔가요?


탑다운은 매크로분석이에요.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크게 둘러보고, 그중에서 가장 유리한 섹터나 산업을 파악해, 그 산업 안에서 가장 좋은 기업을 찾아서 그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에요.


그렇다면 바텀업은? 맞습니다. 마이크로분석이에요. 개별 기업을 찾는 겁니다. 경제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도 항상 좋은 실적을 낼 기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어찌 보면 보다 손에 잡히는 투자 방식으로 느껴집니다. 곧바로 투자 대상 기업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딱 시험 범위만 골라서 공부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예를 들어 볼게요. 사람들이 모여 우리나라 국가대표팀과 한 중동 국가 대표팀의 축구 경기를 두고 스포츠토토 베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스포츠토토는 스포츠 승무패를 맞추면 돈을 따는 게임이에요. 돈을 걸려고 역대 전적을 따져보니 우리나라가 확실히 앞서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근거로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승리에 베팅하려고 해요.


그런데 그때, 저 같은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러고는 “이번 경기는 어웨이예요…” 라고 말하곤 홀연히 사라지는 거죠. 네, 한국이 아니라 중동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입장에서는 ‘중동 원정 경기’인 겁니다. 사람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까요? 


중동 원정을 가면, 중동 팀들이 완전히 다른 수준의 팀이 되어 있더라는 전 국가대표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릅니다. 날씨도 다를 거고, 무엇보다 그곳엔 10만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이 있을 거예요. 여기까지 상상하고 난 뒤엔 아무리 과거 전적이 앞서도 우리나라 국가대표팀 승리에 100% 베팅하려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 수 있겠죠.


그래서 누가 이겨요?


좀 전에 어웨이 경기라는 ‘환경’을 언급한 사람을 붙잡아, “그래서, 어웨이 경기라서 한국이 이겨요, 져요?” 하고 물으면 어떤 답을 듣게 될까요? 어웨이면 항상 한국이 질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한국에서 경기하면 한국이 반드시 이길까요?

 

이때 필요한 것이 탑다운 분석이에요. 매크로를 보면서 유불리를 판단해 볼 수 있어요. 물론 조금 유리하다고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고, 조금 불리한 여건이라고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실제 투자에서도 같은 고민이 일어나요. 유리한 ‘환경’에서 투자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를 밀고 가는 게 좋을까요? 만약 저라면 유리한 환경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리한 환경을 찾고, 그 환경하에서 좋은 기업을 찾아 투자를 결정한다면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매크로는 그 자체로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을 조금 더 높여주는 접근 방식이 되어 줄 수는 있어요.


그럼 ‘항상 이기는 팀’에 투자하면 되지 않을까요?


이런 반문도 가능할 겁니다. 매크로환경의 변화에 상관없이 항상 좋은 실적을 낼 것 같은 기업에 투자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네, 맞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이 실제 존재하는 듯 보이기도 하죠.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투자금을 다 빨아들일 기세로 맹위를 떨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그러나 그런 기업들조차 2022년 거대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찾아온 급격한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상당히 고전했습니다. 16,000선을 넘어섰던 나스닥 지수는 10,500포인트 직전까지 급전직하하기도 했어요. 소위 잘나가는 초거대 기업들도 예상치 못한 불안한 국면을 만나면 상당히 고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케이스예요.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비슷한 케이스를 두 가지 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2008년으로 가볼게요.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있었죠.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미국 내 투자은행들이 도미노 파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투자자들은 앞다퉈 투자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 했죠. 여기서 현금 지급에 응하지 못하는 투자은행들은 파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투자은행들은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되었죠. 해외에 투자했던 자산을 헐값에 팔아서라도 현금을 미국으로 가져와야 했어요.

 

현금 확보를 위한 매매 러시에서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한국에 투자했던 주식, 부동산, 채권 등을 마구잡이로 팔아치웠어요. 주가는 크게 하락했고, 부동산 가격도 흔들렸어요.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 금리는 급등했죠. 매크로환경이 불안해지면 ‘전종목 하한가’라는 무시무시한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는 거예요.

 

이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로 가보겠습니다. 팬데믹 장기화로 금융 시장 불안이 극에 달하자, 투자자들은 어떻게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자산을 던지고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했어요. 

 

이런 때에는 아무리 강한 기업이라고 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물고기는 무척 튼튼한데 어항이 깨진 상황이라고 할까요? 그럼 제 아무리 튼튼한 물고기라도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힘겨울 수밖에 없겠죠.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앞서 살펴보았듯, 매크로경제는 상황의 유불리를 판단할 때도 필요하고, 금융 시스템의 위기 등을 감안할 때에도 필요합니다. 


‘나 투자 좀 한다’ 하시는 분들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FOMC에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요? 투자할 때는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FOMC 회의에 따라 결정되는 ‘금리’라는 환경을 우선 보는 거예요.


자, 이제까지 실전 투자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매크로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드려보았어요. 다음 연재에서는 매크로경제에 관한 보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드릴 차례입니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부터 재미있게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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