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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사태, 더 깊은 이야기

글, 어피티 X 화난사람들

화요일엔,
화난 어피티와 화난사람들

돈은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소한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죠. 당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금융 이야기. 그 이야기를 금융소비자를 위한 경제 미디어, 어피티와 공동소송플랫폼 화난사람들이 만나 풀어냅니다. 

<고소한 금융> 두 번째 에피소드는 지난주 기사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동양그룹 사태 관련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 자본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 뒷이야기와 함께 님이 알아야 할 것들을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어피티 박진영 대표(이하 JYP): 동양그룹 사태는 개인 투자자 4만여 명에게 약 1조 7천억 원의 피해를 남긴 사건이었죠. 사건의 전개 과정을 다시 한번 설명해주세요. 

법무법인 대호 이성우 변호사(이하 이성우 변호사): 동양그룹은 우량한 기업이었는데, IMF 이후로 재정상황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려면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되는 상황이었죠. 이때 동양그룹 계열사들은 회사채, CP(기업 어음)를 발행해 돈을 끌어오기로 합니다.

회사채 vs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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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와 CP 모두 기업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회사가 돈을 잘 갚는다는 전제 아래,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는 만기 시점에 투자한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채는 발행 절차가 까다롭고 만기가 1년 이상으로 비교적 깁니다. 반면, CP는 만기가 1년 이내로 짧고, 일반 채권에 비해 발행 절차가 간단해요. 그래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단기 자금을 끌어오려고 할 때 발행하곤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개인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기업 대출)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니까 서로 윈윈할 수도 있는 방식이었어요. 

문제는 윈윈이 되려면 ‘기업이 빌린 돈을 잘 갚아야 한다’라는 건데요. 동양그룹은 그러기 힘든 상황에 빠지게 됐습니다.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거든요. 

JYP: 이전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새롭게 돈을 빌리는 ‘돌려막기’를 했다는 거죠. 여기서부터 중요한 내용인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이성우 변호사: 보통은 회사가 사업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나 CP를 발행하지만, 동양그룹은 아무리 돈을 빌려와도 회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발행한 회사채, CP가 있으니 만기에 돈을 갚아야 하잖아요. 이걸 못 갚으면 회사가 망하는 거예요. 이때 동양그룹은 새로운 회사채, CP를 발행해 돈을 빌려와서 갚았습니다. 기존의 빚을 새로운 빚으로 갚은 거죠.

위험한 상품이
잘 팔린 이유

JYP: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CP, 회사채는 주로 동양증권*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고 했는데요. 1조 7천억 원 정도의 피해금액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팔았다는 뜻이잖아요. 기업 상황이 안 좋은데도 이렇게 많이 팔 수 있었던 이유가 뭔가요?

*동양증권은 동양사태 이후 2014년, 유안타 그룹에 매각돼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이성우 변호사: 당시에 동양증권의 RP형 CMA가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뭉칫돈을 CMA에 넣어둔 개인 투자자를 상당히 많이 확보하고 있었죠.

동양증권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CP,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판매했습니다. 전화로 투자를 권유하기도 했고, 증권사 창구에 찾아온 고객들에게 대면으로 영업을 하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회사가 망할 일은 없다’, ‘위험하지 않은 상품이다’ 등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거죠. 

불완전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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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누락했거나 정보를 허위, 과장해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잘못 인식하도록 판매한 사례를 뜻합니다. 동양그룹 사태는 동양증권이 회사채와 CP를 판매하면서, 기업의 부실 정도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했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파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

JYP: 최근에 금융감독원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을 강화했다는 뉴스도 있었는데요. 다른 업계보다 금융회사에서 불완전판매가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뭔가요? 

폴리데이터랩 이종욱 대표(이하 이종욱 대표): 금융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품의 위험성이 얼마나 되나’ 입니다. 상품의 위험성이 높다는 건, 쉽게 말해 내 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재정적으로 부실한 상태라면, 이 회사가 발행한 회사채나 CP와 같은 금융상품의 위험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회사가 망하면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날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상품의 위험을 잘 측정해서, 그 가치에 맞게 가격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서 가격은 쉽게 말해서 ‘이자’예요. 상품의 위험성이 높으면 투자자가 그 위험을 감수하는 데 대한 대가, 즉 이자를 더 많이 받아야 합니다.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이 정보를 투자자에게 잘 안내해야 합니다. 상품의 위험도와 그에 따른 가격을 설명해줘야 해요. 자본시장법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도가 실제보다 낮다고 포장해, 상품의 가격을 낮춘다면? 그게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줬다면? 금융회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승소의
뒷이야기

JYP: 이성우 변호사님은 동양그룹사태 관련 소송에서 원고(피해자) 측 변호사를 담당하셨죠.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결국 피고(동양증권 직원)가 원고(피해자)에게 피해금액의 60%를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이 확정됐는데요.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이렇게 높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승소할 수 있었나요?

이성우 변호사: 실제로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사건이 접수되어도 (금융회사에 유리하도록) 투자위험 확인서 등 서류가 완벽하게 갖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 가능성이 없으니, 금융소송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이 그런 사례입니다. 

원고(피해자)는 피고(동양증권 직원)과의 전화를 통해 투자를 권유받았습니다. 이렇게 유선으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질 경우, 증권사에 직접 방문해서 투자할 때와는 진행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먼저 고객의 돈이 투자금으로 이체되고, 투자와 관련된 서류는 나중에 집 또는 직장으로 송달돼요. 

대면 창구에서 가입할 때는 서류 확인과 날인, 투자 결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유선으로는 상품에 대한 서류를 나중에 확인하게 되는 거죠. 

결국, 투자자는 직원의 유선상 설명에 의존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설명이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환경이죠. 이 사건의 경우 원고와 피고 간의 통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자본시장법에서 불완전판매로 규정한 아래 세 가지 내용을 위반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1.  적합성 원칙: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상황(투자 경험, 재산 상황, 투자 목적 등)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합니다. 
  2.  설명 의무: 금융회사는 상품의 내용과 위험 등을 일반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야 합니다. 
  3.  부당 권유 금지: ‘투자상품이 안전하다’, ‘회사가 망할 일은 없다’ 등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서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거나 확실하다고 오해할 만한 내용을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증권사에서는 전화로 매수, 매도 주문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통화를 필수적으로 녹취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의 피고를 포함해 유선으로 투자를 결정한 분들에게는 녹취 파일이라는 중요한 증거자료가 남았죠. 

한편, 동양증권에 직접 찾아가 창구 직원과의 대면 상담을 통해 투자한 분들은 녹취 파일이 없어 불완전판매를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High risk,
No return?

JYP: 어피티 머니레터 독자분들 중에는 이제 막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이 비슷한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비하는 게 좋을까요? 

이종욱 대표: 무엇보다 ‘공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네요. 우리나라는 ‘공시제도’가 잘 마련돼있어서, 다트에서 기업의 재무제표를 누구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최소한 공시된 자료 정도는 보고 투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회사가 벌어오는 돈에 비해 빚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기업이라면, 투자 위험이 높다는 걸 미리 파악할 수 있겠죠. 동양그룹 계열사도 그런 상태였고요.

이성우 변호사: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이 있지만, 하이 리스크 노 리턴(High risk, No return)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높은 위험을 감수했다고 높은 수익률이 따라오는 게 아니라, 돈을 아예 못 돌려받는 No return이라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어요. 

📍 이 기사는 경제적 대가 없이 어피티와 화난사람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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