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시대, 제약-바이오 투자 체크 포인트 – 2탄: 미중 갈등의 영향

글, 박한슬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약 대신 글을 짓고 있는 약사 박한슬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약과 질병에 대한 상식을 전하고, 신문에서는 바이오산업과 의료정책에 대한 글을 쓰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지난 <돌봄의 경제학> 연재에 이어 복잡한 의료와 보건, 바이오산업 이슈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난 연재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미칠 다양한 미국 ‘국내’ 요인을 살펴봤어요.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겠지만, 신호등을 기준으로는 ‘노란불’이 켜진 정도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미국 바깥에서 올 영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마도 그 핵심에 있을 국가는 중국일 걸로 생각이 됩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미-중 분쟁의 역사를 가볍게라도 아는 게 중요해요.


과거 미국은 경제적 교류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자유무역의 전도사였습니다. 세계무역기구(WTO)를 만들고,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서로 간의 이익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상대적으로 누가 더 큰 이익을 가져가는가에 대해서는 그리 엄격하게 따지지 않았어요. 


이런 기조는 우리나라와 중국 같은 신흥국들이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국제적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발판으로 작용했어요. 이런 흐름이 바뀌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규제를 가한 건 트럼프 1기 행정부였습니다. 경제적 동조화를 뜻하는 커플링(coupling)에 반대되는 의미로,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을 펴기 시작한 거예요.


무역에서의 관세는 물론 제품 생산에서도 중국산을 배제하고, 특허 사용 금지, 투자 금지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강도 높은 제재가 쏟아졌습니다. 화웨이 같은 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휴대폰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어요.


초기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행이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이 이어진 걸 보면 당파를 가리지 않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 든다는 건 명확해졌어요. 그리고 현재. 중국 견제 정책의 원조,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은 어떻게 바뀌고, 또 제약-바이오 분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으로의 전환을 눈여겨봐야 해요


우리가 흔히 ‘안보’라고 줄여 쓰긴 하지만 안보의 본뜻은 ‘안전보장’(Security)이에요. 과거에는 군사적인 안전보장이 가장 중요했지만, 최근 들어 안보 개념은 경제 분야로도 넓혀지는 추이입니다. 


2010년에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 제한을 무기로 원하던 바를 관철했던 일, 2019년에 일본이 반도체 핵심 원료인 불소 등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했던 일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상대 국가가 경제적인 상호 의존을 무기화할 수 있으니, 여기에 대응은 필수적이죠.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규제를 서툴게나마 시작한 데 의의가 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규제할 영역과 협력할 영역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했어요. 모든 무역과 산업 협력을 일시에 단절할 게 아니라, 경제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만 압력을 가하는 쪽으로 전략적으로 진화한 거죠. 이를 디리스킹(derisking)이라 부르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이런 맥락에서 규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대상이 될까요?


바이든 행정부에서 규제 대상으로 삼은 첨단 기술 산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 IT 기술: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② 에너지 기술: 배터리, 태양광, 핵심광물 등

③ 생명공학 기술: 유전자 편집기술, 첨단 제약기술 등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디리스킹 움직임이 본격화한 게 바이오안보법(BIOSECURE ACT) 혹은 생물보안법입니다.


바이오안보법 목표는 중국 생명공학 토대


중국 바이오 역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전 세계 혁신 바이오 의약품 파이프라인, 즉 현재 개발 중인 바이오 신약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엔 4.1%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3.9%로 3배 이상 급격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후진적인 특허법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2021년에는 특허법을 개정해 생명공학 분야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였어요. 미국 제약-바이오가 강한 이유 중 하나인 ‘강력한 특허권’을 따라가는 중인 거예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진핑 시대의 중국은 군민융합(軍民融合)이라는 독특한 전략을 펴고 있는데요. 인력과 시설, 자본, 법률 등 군사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동원하게 허용해 주어, 인민군 전력 강화라는 목표를 이뤄가고 있어요. 


그런 목적을 위해 국가의 막대한 자금이 관련 산업에 투입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공투자를 통한 기초연구’와 ‘벤처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재정립된 경제안보 개념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생명공학 기술은 단순히 제약산업 발전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생명공학 기술을 응용한 식량, 신소재, 심지어는 생물 무기 개발까지도 가능하니 전통적인 안보 불안까지도 자극됩니다. 그래서 중국 생명공학 기업 몇 곳을 콕 집어 이들과의 거래, 심지어는 투자까지도 금지하기 위해 발의된 게 바이오안보법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위협’으로 지목된 기업 두 곳이 각각 ‘유전자 데이터 분석’과 ‘초기 의약품 개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산업 자체를 붕괴시키기보단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데 꼭 필요한 기업을 콕 집어 규제해 뿌리를 말려 죽이겠다는 발상이죠.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결국 법인이 공포되진 못했지만, 유사한 법안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발의되어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강해질 것이라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혜택을 볼까요? 다음 연재에서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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