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중에서 –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과 ‘사랑하는 일을 만나는 것’이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도, 일도 자세히 보아야, 오래 보아야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머콩 님은 15년 경력의 헤어디자이너이자 자신의 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바이브가 넘치게 느껴지는 분이에요.
휴일도 없이, 하루 종일 일해야 해서 ‘도망가고 싶었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거쳐 한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가는 머콩 님 이야기를 통해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랄게요!
15년 만에 나만의 헤어샵을 열게 되었어요
머콩 님: 첫 직장은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나갔던 미용실이었어요. 원장님은 실력도 훌륭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분이었어요. 어린 실습생이었지만 원장님께서 고객을 대하는 태도와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실력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단박에 알 수 있었죠. 그런 원장님 밑에서 배우면 금방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일을 시작한 후 3년 동안은 주말에도 일하고, 늦은 밤에 퇴근하는 일상의 반복이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에 울며 퇴근한 날도 많았어요. 하지만, 그만두더라도 ‘헤어디자이너’ 직함은 달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그렇게 버텨서 디자이너가 되고, 고객님들의 머리를 예쁘게 해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일이 일상이 되자 신기하게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정식으로 헤어디자이너라는 명함을 갖게 되고, 경력이 쌓여 후배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스스로 느끼기에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실력을 쌓고 싶어서 8년을 몸담은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이후 6개월 동안 일과 시간에는 집중 교육을 받고, 저녁에는 지인의 헤어샵에서 일하는 생활을 병행했어요.
원하던 교육을 모두 받은 뒤엔 체계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 헤어샵에 합류했어요. 당시만 해도 헤어디자이너 채용이 주먹구구로 진행되는 일이 많았는데, 브랜드 헤어샵은 헤어디자이너의 채용부터 고객관리까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저도 언젠가는 내 헤어샵을 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며 독립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5년 동안 브랜드 헤어샵에서 일하며 미용 기술뿐 아니라 경영 전반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어요. 헤어샵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에요.
브랜드 헤어샵을 나와 2년 동안 동료와 함께 동업을 하다가 드디어 올해, 나만의 색깔과 숨결을 담은 헤어샵을 오픈하게 되었어요. 요즘 미디어에서 ‘자영업자들의 망한 현실’이 끊임없이 보도되잖아요? 이상하게도 저는 이런 현실이 두렵지 않아요. 제 헤어샵을 운영하면서 좋은 헤어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좋은 헤어샵은 어떤 곳인지, 좋은 직장은 어때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도해 보고 싶어요.
저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날마다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집중해서 살아가면 반드시 성공도, 돈도 따라온다고 믿고요.
서른 살, 성장을 위해 0에서 다시 시작했어요
초급 디자이너로 일할 때 스승님 울타리 안에서 일하다 보니, 실력에 비해 고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고객님들이 주시는 사랑에 비해 내가 갖춘 기술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늘 죄송한 마음이 들고, 그런 생각이 반복되며 지쳐갔어요.
그럴 때마다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교육을 찾아다녔어요. 당시 ‘월급의 30%는 무조건 나를 성장시키는 데 쓰자’고 정해두고 성장을 위해 아낌없이 썼어요. 그렇게 얻게 된 인사이트와 자극이 저를 꾸준히 성장시켜 주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직장을 떠나야 겠다고 결심했을 때가 딱 서른살이었어요. 매출도 안정권이었고, 부원장 진급, 영국 단기 세미나 포상까지 앞두고 있었어요. 부모님께도 매달 생활비를 보태드리고 있었죠. 이직을 하면 그동안 쌓아둔 고객들 없이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대로 있으면 정체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경제적 손해와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해야 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실력을 쌓아보기로 했어요. 막연하지만 더 멋진 모습이고픈 열망이 강했거든요.
새로운 직장에 합류한 후에는 내 고객이 생길 때까지 돈도 못 벌고, 여러모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하지만 실력있는 디자이너들과 교류하며 헤어디자인을 보는 시각과 기술, 체계적인 서비스, 경영 역량을 배울 수 있었어요. 이때의 도전을 통해 ‘나는 맨땅에 헤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을 갖게 되었죠.
다시 서른 살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오히려 그때보다 더 적극적인 선택, 예를 들면 한국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이에요
헤어디자인을 해드린 고객님이 만족하고 행복해할 때, 나와 함께 하는 팀원들이 성취감을 느낄 때 저도 행복해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고객님들의 변화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멋진 헤어스타일을 찾아 만들어드리는 일, 이런 일은 인공지능이 못 하는 일이잖아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는 헤어샵이라는 비즈니스가 다양한 뷰티 산업과 접목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기존의 헤어샵이 해오던 일에 한정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더 풍요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고객 만족으로 돈을 벌고, 팀원들의 성장을 돕고,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사회에 환원하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어요.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게 제 직업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