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꼭 맞는 문구를 찾는 시간, 필사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


📌 필진 소개: 브랜드와 콘텐츠를 기획하는 생업 창작자이자, 책과 편지, 활자를 사랑하는 ‘개옹’입니다. 국내 잉크 브랜드 ‘Weenk’를 기획하고 운영한 경험을 통해 이제는 ‘기록’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그 가치를 탐구하며,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기록이 오래 머물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 취미가 필요하냐고 누군가 저에게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살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가 오기 마련이고, 그럴 때 위로받고 쉬어갈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요. 독자님은 지칠 때 잠시 머물고 싶은 행동이나 공간이 있으신가요? 저에겐 좋아하는 문구들이 잘 정돈된 책상이 바로 그런 곳이에요.

직접 런칭한 잉크 브랜드, Weenk


저는 예전부터 손안에 들어오는 작고 소중하며,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을 곁에 두는 걸 좋아했어요. 제 책상엔 언제나 제가 좋아하는 문구들이 가득했죠. 바깥에서 힘든 일이 생기면, 책상 앞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잘 정돈된 문구들을 바라보곤 했어요.


오랜만에 서점에서
볼펜 쇼핑 어때요?


누구나 어릴 적 크레파스를 써본 적 있으실 거예요. 12색, 24색, 50색 종류도 참 다양했는데, 아무리 많은 색깔이 있어도 유독 빨리 닳아 없어지는 색깔은 저마다 달랐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로 도화지를 가득 채우느라 홀로 몽땅해진 크레파스가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좌) 펠리칸 병잉크, (우) 브라우스 딥펜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많았던 미대생 시절, 마음이 힘들 때면 브라우스 딥펜에 펠리칸 병잉크를 찍어 조용히 캘리그래피를 쓰곤 했어요. 주로 파란색으로 썼는데, 나도 모르게 그저 파랑에 마음을 기댔던 것 같아요.


훗날 미셸 파스투로의 ⟪파랑의 역사⟫를 읽고 알게 되었어요. 인류가 가장 늦게 재현한 색인 파랑은 다른 색에 비해 아늑하고 중립적이라 충격이나 상처를 주지 않는다 하더라고요. 힘든 마음을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었던 제 마음이 파랑을 원했던 거예요. 


각자의 마음이 원하는 ‘색’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색을 몰랐던 지난날 속에서도, ‘파란 잉크’는 늘 곁에 두었던 소중한 색이었던 것처럼요. 독자님들의 색은 어떤 색인가요? 혹시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한번 골라보세요.


예전만큼 그 앞에 서서 신중히 볼펜을 고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 문구 매대에는 여전히 색색의 볼펜들이 진열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어요. 오랜만에 그 매대를 찾아 눈길이 가는 색깔의 볼펜을 하나를 골라 구매해 보세요. 그리고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며 무엇이든 써보세요. 오늘의 할 일을 적어도 좋고, 아무 의미 없는 낙서를 해도 좋아요. 그렇게 작은 기록 통해  지금 내 마음이 원하는 색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내 일상을 물들일 거예요.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순으로, freeship 가죽 펜파우치, 라이브워크 포인트펜, 컴포지션 펜홀더, 페이퍼리안북밴드


🖊️ 개옹 님이 추천하는 ‘펜꾸’ 아이템

  • 싱글 펜파우치: 가죽부터 패브릭까지 종류가 다양해요! 펜을 소중하게 보관할 수 있어요
  • 라이브워크 포인트펜: 1,5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펜이에요. 초저점도 펜이라 필기감이 좋은데다 바디 컬러 조합이 다양해서 눈으로 보는 재미가 있어요.
  • 컴포지션스튜디오 펜 홀더: 5,400원으로 어떤 노트에든 끼워서 필기구를 고정할 수 있어요. 펜을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되어서 언제든 필기할 수 있답니다.
  • 페이퍼리안 북밴드: 8,000원으로 책이나 노트가 벌어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밴드예요. 컬러도 10개가 넘어서 원하는 색을 고르기도 좋고, 펜 루프가 있어서 여기에 펜을 끼워서 다닐 수 있어요.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편지지를 구매해 보세요


나만의 색을 골랐다면, 이번엔 마음을 담을 편지지를 골라볼 차례예요. 글로 마음을 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어요. 사랑하는 마음, 감사한 마음, 혹은 미안한 마음까지도 말보다 글로 표현했을 때 두 배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좌)달리는 기차 안에서 작성한 편지, (우)포인트오브뷰 시즌그리팅 카드


저는 소중한 사람과 1년에 한 번 ‘편지지 쇼핑’을 가는데요. 생일이나 기념일에 받고 싶은 편지지를 직접 고른 후, 각자의 것을 바꿔 구매해요. 둘이 아니라도 할 수 있어요. 일 년이 시작되는 시점에 문구점에 가서,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편지지를 골라보세요. 그 사람 마음에 들 법한, 그 사람과 퍽 잘 어울리는 편지지를요. 그렇게 서랍 속에 편지지를 넣어 두면, 잊지 않고 펜을 집어 들게 될 거예요. 급하게 준비한 것과는 다른 마음으로, 기분 좋게 말이죠.

저는 여행지에서도 꼭 엽서나 편지지를 구매하고는 해요. 미리 사 둔 좋아하는 색깔의 볼펜을 꺼내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조용히 편지를 쓰는 거예요. 돌아가면 과자나 작은 기념품과 함께 건넬 편지를요.

쓰는 마음은 언제나 귀하다고 생각해요. 주저하지 않고 마음을 꺼내는 애정과 용기가, 우리의 마음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올해에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통 써보는 건 어떨까요?

편지지를 구경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멋진 오프라인 공간들을 추천해요.

(좌)포인트오브뷰, 자체 제작한 상품 외에도 큐레이션 된 편지지가 많아요
(우)포셋, 엽서 도서관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엽서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요


필사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이제 문구들의 끝판왕인 ‘만년필’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명실공히 만년필은 ‘쓰는 행위’에 있어 최고의 문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훌륭한 필기구는 글을 쓰는 그 자체의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도록 만들어줘요.

혹시 ‘필사’를 해보셨나요? 필사야말로, 만년필과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행위라고 생각해요.
인쇄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책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손으로 베껴 써야 했어요.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사들이 스크립토리움이라는 공간에서 성경과 고전을 정성스럽게 필사했고, 동양에서도 불경을 베껴 쓰는 ‘사경’이 수행의 한 방식이었어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노동도 고되었지만, 그 과정은 지식과 문화를 전파하고 보존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었어요. 하지만 현대의 우리에게는 낯설고 먼 행위지요. 글씨를 직접 쓴다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처럼 여겨지고, ‘쓰는’ 손의 감각을 대부분 잊고 살아가고 있죠.

요즘에는 필사를 통해 집중과 위로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다양한 필사법과 관련책들도 많이 볼 수 있고요. 스트레이키즈 가사 필사집이나 아이유 가사 필사집처럼 K-POP 가사 필사책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아티스트의 노래 가사를 따라 쓰며 마음을 정리하고, 문장을 되새기는 팬들이 많아요. ‘좋아하는 문장을 손으로 따라 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깊은 감정을 남기니까요.

개인 소장 만년필, 비스콘티 반고흐 에디션, 자화상


저는 여전히 아날로그와 만년필을 좋아해요. ‘도구가 좋으면 기록이 오래간다’는 말을 믿기도 하고요. 특히 필사할 때 만년필은 진가를 발휘해요.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감각, 눌러쓰지 않아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필 촉의 느낌, 한 글자 한 글자에 조금 더 천천히, 집중해서 쓰게 되는 그 리듬까지. 조금 과장하자면, 글씨가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필사를 처음 시작할 때, 한 번쯤은 만년필을 써보는 걸 추천해 드려요.

LAMY 만년필, 사파리로 필사하는 모습


필사에 입문하기 위한 만년필과 노트를 고민하신다면, 저렴하지만, 내구성이 좋은 라미의 사파리를 제일 먼저 추천해 드려요. 180도 펼쳐지며 잉크가 번지지 않는 토모에리버 노트도 좋은 도구랍니다. 토모에리버 외에도 ‘만년필 노트’ 키워드로 검색하면 손쉽게, 마음에 드는 사이즈의 노트를 선택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어요. 내 손에 맞는 어떤 도구든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저는 오늘도 문구를 고르고, 글씨를 쓰고, 손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문구가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어주고 생각을 정리하게 해주는 회복의 도구라고 믿으면서요. 꼭 만년필이 아니어도, 꼭 멋진 노트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잘 맞는 도구 하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쓰는 삶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봄, 독자님의 기록이 오래도록 곁에 머물기를.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독자님들의 하루가 더 단단해지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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