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부족한 세금을 채운다고요?

글, 김양희


지난 시간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의 특징과 목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감세-관세 혼합 정책’의 실효성 여부를 알아보고, 미국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전망해 보겠습니다.

감세-관세 혼합 정책(Tax Cuts – Tariffs Mix)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은 감세 정책과 연결해 파악해야 그 안에 어떤 모순과 한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있어요. 저는 이를 ‘감세-관세 혼합 정책(Tax Cut – Tariffs Mix)’이라고 부르려고 해요.

2018년 트럼프 1기 당시 공화당 주도로 도입한 ‘감세 및 일자리법(Tax Cuts and Jobs Act)’은 소득세율(39.6% → 37%)과 법인세율(35% → 21%) 인하가 핵심이에요. 이 중에서도 세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소득세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감세가 올해 만료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이 감세 법안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20%로 추가 인하(미국 내 생산기업 최대 15%까지 인하)하는 것과 더불어, 팁에 부과하는 세금까지 폐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어요.

‘감세 및 일자리법’를 연장하고 확대하면 재정적자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이 부족한 세금을 보완하기 위해 꺼낸 것이 바로 ‘고관세 카드’예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은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약 3500억~4000억 달러의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높은 관세가 감세를 메울 수 없는 이유
하지만 고관세는 결국 경기 침체를 유발해, 소득세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국가채무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에요. 감세로 빈 곳간을 관세로 채우기에는 한참 부족하기도 하고요. 2023년도 관세 수입(약 800억 달러)은 연방 세수 총액(4조4439억 달러)의 1.8%에 불과해요. 법인세도 10%에 불과하고, 49%는 개인소득세죠.

관세 수입이 극대화되는 이른바 ‘최적관세율’ 50%(사실 이건 너무 높아요. 보통 20% 정도를 최적관세율로 봅니다)를 보편관세로 부과하면 관세 수입은 최대 7800억 달러(2023년도 관세수입의 약 10배)로 늘지만, 그래봤자 소득세 수입의 40%에 불과해요. 그런데도 트럼프와 나바로, 러트닉과 같은 소위 ‘관세맨’들은 관세를 최대한 확보해 세수 감소분을 메우고자 하죠. 


‘감세-관세 혼합정책(TCTM)’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감세-관세 혼합정책(TCTM)의 작동 메커니즘을 간략히 살펴볼게요.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실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고관세 및 감세 정책(①)의 긍정적 효과 발생 경로(②)를, 빨간색(점선)은 동일 정책(①)의 부정적 효과 발생 경로(②)를 의미해요. 

미국이 수입품에 ①고관세를 부과하면 수입가격이 상승해 ②수입이 감소해요. 동시에 미국 정부의 ①법인세 감면은 해외 생산자의 ②국내 생산을 유인하는 ‘당근’ 이 될 거예요. 따라서 수입업자에 비해 유리해진 국내생산자의 수출도 증가하므로 무역적자(수입>수출)도 감소하게 되겠죠. 

하지만 고관세가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만 불러오는 것은 아니에요. 관세는 해외 생산자가 아닌 미국 수입자가 부담하므로, 수입품의 가격상승(인플레이션)을 유발해요. 즉, 국내 수입자는 일부 혹은 전부를 ②생산(수출)자나 ②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게 돼요.

②생산(수출)자가 이 비용을 부담할 경우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는데,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민자 추방 정책과 맞물리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요. 트럼프 1기 당시, 철강, 알루미늄 대상으로 고관세를 부과했는데요. 이 관세로 인해 해당 품목만이 아닌 전 품목의 국내 생산비용이 10%까지 올라갔어요.

②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경우(물가 상승)에는 삶의 질 하락을 피할 수 없어요. 트럼프 1기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가구는 평균적으로 연간 800달러에서 1,200달러의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했어요. 특히, 저가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이 가장 타격이 컸죠.

만일 외국이 ②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어떻게 될까요?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의 보복관세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미국 농부들은 중국이 부과했던 관세의 92%에 달하는 보조금을 정부로부터 받아야 했어요. 이미 미국과 중국은 100%가 넘는 수준까지 보복관세를 주고 받았어요. 사실상 양국간 교역은 중단상태예요. 이미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던 화물선이 뱃머리를 돌려 다른 나라로 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어요. 대부분의 상품을 중국에서 수입해 오던 아마존은 수입중단을 발표했고요. 이 상황은 오래가지 못할 거예요.

고관세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망을 교란시켜, 오히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어요. 최종생산물(완성재) 무역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무역은 기업간 중간재 교역이 중심인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감세로 인해 재정적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찍어내는 국채의 양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러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이 합쳐지면 달러화의 강세를 유발할 가능성이 커요.

이를 의식한 스티브 마이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에서 이름을 따온 ‘마라라고 협정(Mar-a-largo Agreement)’을 만들어 통화 및 채권 거래의 국제공조로 달러화 약세를 유지하는 처방을 제시했는데요. 이것은 이론적으로도 실제 작동 가능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아요.

정작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 강해질 거예요. 달러 가치가 20% 떨어지면, 물가가 60~100bp 오르기 때문이죠. 이 경우 감세와 관세라는 두 개의 공으로 하던 저글링에 통화(Currecy)라는 공이 하나 더 늘어 고난도의 ‘감세-관세-통화 혼합정책(TCTCM, Tax Cuts – Tariffs – Currency Mix)’이 될지도 몰라요. 사실 관세를 새로운 세수로 추가하기까지도 사실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에요.

게다가 통화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환율조정에 나서는 것은 자칫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도 위협할 수 있어요. 아, 상대국의 환율조정을 미국의 안보 자산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니 그럼 ‘감세-관세-통화-안보 혼합정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죠.

관세 정책이 미국의 경제 성장을 감소시킬 가능성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실업률이 상승할 수 있는데요. 트럼프 1기 때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미국 내 철강 관련 일자리는 1,000개 늘었지만, 저렴한 수입산 철강 소재를 쓰기 힘들어진 자동차, 건설, 에너지 등의 일자리는 7만5000개나 감소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의 효과를 추정한 17개 기관의 연구 결과는, 세부 시나리오가 어떻든 예외 없이 미국의 실질 GDP 감소(-0.07% ~ -3.61%(상대국 보복 시))를 전망하고 있어요. 


미국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와 예고된 것까지 모두 반영한 시나리오의 경제 효과 추정치를 제시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의 세수는 중국, 캐나다, 멕시코 대상 부과로 1조3000억~1조5000억 달러, EU 대상 6800억~7900억 달러,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부과로 3500억~4000억 달러 증가해요. 하지만 GDP와 자본 축적은 각각 0.7%, 0.5% 감소하며, 고용도 545,000명 감소해요. 2018~2019년 중국만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 효과와 차원이 다른 결과예요.

한편 관세 부과에 따른 부의 재분배 효과에 대해서는 소득 5분위 전 구간에서 세후소득이 1% 감소하지만, 상위 1%만 유일하게 0.8% 감소해요.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죠. 과연 누구를 위한 감세고 누구를 위한 관세인지요.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은 트럼프 대통령의 갈팡질팡한 행보에서 비롯된 정책 실패의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충분히 회피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성격이 강해요. 이렇게 되면 시장의 불신도 점점 커지게 되는데요. 이미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았을까요.


과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이 원하는 대로, 제조업의 부활과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까요? 수십 년간 미국이 주도한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드는 시도가 안전한 결말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성공 여부 전망에 도움이 될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구대학교 경제금융통상학과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김양희입니다. 무역·통상 전문가로서, 외교부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 등을 거치며 국제통상과 경제안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국제 정세와 통상 환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복잡한 흐름을 곰곰 짚어보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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