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국내증시 매력 없는 이유’

 

글, 정인

올해 가장 뜨거운 재계 이슈예요

세계 아연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의 분쟁이 격화하고 있어요. 고려아연은 재계 순위 32위인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예요. 영풍그룹은 1949년 창업주 최기호, 장병희 두 사람이 공동 창업해 75년간 이해관계를 함께 해왔지만, 손주 세대가 그룹의 양대 산맥인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을 각각 이어받으며 사정이 달라졌어요. 복잡한 지배구조 탓에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에요. 

수익성이 높은 고려아연의 경영을 맡아온 최씨 일가는 현대차·LG화학 등과 ‘배터리 동맹’을 맺고 ㈜영풍에 들어가는 자금을 끊었고, 지주회사인 ㈜영풍을 통해 영풍그룹에 대한 포괄적 지배력을 행사해 온 장씨 일가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중간지주회사,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노려요. 이번 경영권 분쟁은 한화그룹과 한국앤컴퍼니 등 대기업까지 추가로 참전하며 현재 우리나라 재계의 가장 뜨거운 사건이 되어가는 중이에요.


두 기업의 경영권 분쟁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 어피티 경제뉴스 <영풍과 고려아연, 75년 우정의 끝?> 읽어보기


사모펀드 개입을 두고 명분 싸움에 들어갔어

이 갈등의 핵심 플레이어는 MBK파트너스예요. 23일 어제,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했어요.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설립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모펀드로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홈플러스,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 ING생명 등 여러 그룹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등 화려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요. 영풍은 MBK파트너스에 최대 주주 지위를 내주는 대신,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동원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잘못된’ 경영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전문경영인으로서 개입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어요. 반면 고려아연은 사모펀드가 ‘멀쩡한’ 기업 경영권을 빼앗는 ‘적대적 M&A’라고 주장합니다. 


사모펀드의 공격적 투자전략을 볼 수 있어요

MBK파트너스가 주식 공개매수 계획을 선언한 13일 이후 ㈜영풍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찍었고, 5거래일 만에 2배 가까이 치솟았어요. 다만 어제는 주가가 크게 오른 뒤 조정으로 전 거래일 대비 약 30% 급락한 40만 원 대로 마감했어요. 고려아연 주가도 지난 20일까지 3거래일 만에 30% 이상 급등, 70만 원대로 올라섰다가 어제 처음 내림세를 보였죠. 공개매수는 상장된 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주식을 대량으로 취득하고자 할 때, 그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증시에서 공개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제도예요. 대량의 주식 매수 수요가 보장된 만큼 주가는 뛰기 마련이고, 소액주주는 그때 오른 가격에 맞춰 보유 주식을 팔 수 있어요. 이때 뛴 주가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매수 의지에서 비롯된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표현해요. 

정인 한마디

🧊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10월 4일까지니까, 그전에는 고려아연 주가 변동성이 높을 거예요. 급등이 있으면 급락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죠. 판세를 가를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영풍정밀 주가도 급등 중이에요. 사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어 급등한 최근 가격이 기업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 주가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와요. 우리나라 대기업은 지배구조 취약성 탓에 대주주들이 평소 주가 상승을 오히려 억제하는 면이 있어요. 그러다 경영권 공격이 들어오면 방어를 위해 ‘원래 가치로’ 급등하도록 내버려두는 거죠. ‘국장이 매력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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