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은 어떻게 채권금리를 결정하나요?

글, 부엉이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부엉이입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채권 투자를 담당했고, 현재는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 중입니다. 다양한 매체에 투자 및 금융 관련 글을 기고하고 『버핏클럽 issue 1』에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채권 첫걸음> 지난 연재 모아 보기

지난 시간에는 어렵지만 중요한 채권의 개념들을 설명했어요. 특히 금리가 ‘채권의 가격’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죠. 이번 시간에는 경제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성장률’ 같은 경제적 상황이 ‘채권금리’, 즉 채권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알아보려고 해요.


인플레이션과 채권금리는 같이 움직여요


채권 가격과 채권금리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플레이션이에요.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상승, 혹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대체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은 하락해요.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채권 가격이 상승해요.

실제로 지난 50년간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어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넘었던 1980년대 초반에는 미국채 금리도 10%를 넘었어요. 1980년대 중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6% 내외로 안정되면서 금리도 점점 하락하기 시작해요. 1990년대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 내외로 하락하면서 금리 4~6% 수준에서 움직였어요. 저물가 기조가 굳어진 2010년대에는 금리 역시 2%대로 낮아졌던 걸 볼 수 있어요. 


1980년대부터 장기간 하락세였던 물가 상승률과 금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추세가 바뀌었어요. 감염병이 확산하며 멈춰버린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하하고, 정부들도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 등 현금을 직접 나눠줬어요. 이렇듯 전방위적인 통화와 재정 정책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치솟으면서 국채 금리도 장기간의 하락세를 벗어나 다시 4% 수준으로 복귀했습니다.  


이처럼 국채 금리는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률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따라서 앞으로의 국채 금리 수준도 물가 상승률이 미국 연준이 목표로 하는 2%대에서 안정될지 여부에 달려 있어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투자자의 태도


앞에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금리가 오른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요? 물가가 오른다는 건 물건의 가치가 오른다는 뜻이고, 이는 곧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해요. 쉽게 말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죠.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채권에 투자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만기 수익률 4%짜리 채권에 투자했는데 만약 물가 상승률이 5%라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투자자의 실제 수익률은 -1%예요. 투자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죠. 


따라서 물가 상승이 예상될 땐 채권을 매각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금이나 원자재에 투자하는 게 유리해요. 채권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팔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어요. 


반대로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금리도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에 채권을 다소 비싼 가격에 사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금융시장의 수요와 공급 매커니즘에 의해 국채 금리는 장기적으로 물가 수준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보다 유리한 채권 투자를 이어갈 수 있어요.


경기 흐름과 채권금리의 관계


채권금리는 경기 흐름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경기가 회복세에 있거나 과열 국면일 때는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도 높고, 물가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경기가 불황일 때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죠. 


경기 상승 국면에서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고, 경기 하락 국면에서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아요. 각 나라 중앙은행의 목표는 금융경제 안정화이기 때문에 경기가 과열될 조짐이 보이면 금리를 올려서 시장의 통화량을 줄이고, 반대로 침체될 기미가 보일 땐 금리를 낮춰서 시장에 도는 화폐의 양을 늘리는 거예요.

*경기선행지수: 민간기업 연구단체인 컨퍼런스보드가 매달 발표하는 지수예요. 여러 경제 지표들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혼합지수예요. 경제활동이 활발해질 때 상승하고, 경제활동이 수축할 때 선행지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프에서 2002년에서 2007년 사이의 시기를 보면 경기선행지수와 미국 장기채 금리가 함께 상승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해당 기간에는 중국 경제가 팽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았어요. 신흥국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했어요. 하지만 2008년에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자 대출 수요가 급감하고 물가 상승률도 하락하면서 국채 금리도 하락하게 돼요.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데 물가만 상승하면 금리는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는 경기(경제 성장률)보다는 물가(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한 모습을 보였어요. 


1972년부터 1974년까지 국제 원유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 물가는 급등한 반면 경제는 침체에 빠졌어요. 해당 기간 경제는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따라 국채 금리는 계속해서 올라갔어요. 2022년에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었지만, 국채 금리는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어요.


일반적으로 경기 상황과 물가 상승률은 비례하지만, 공급 충격으로 경기 상황은 나빠지는데 물가는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채권금리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간다는 걸 볼 수 있어요. 최근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볼까요?


2021년부터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2022년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0년간 최대치인 9.1%를 기록했어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앞다투어 기준금리를 올렸고, 2024년 상반기 기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는 5.5%, 3.5%를 기록했죠.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전반적인 국채금리도 과거 10년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던 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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