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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학대, 우리 가족은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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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약 대신 글을 짓고 있는 약사 박한슬입니다. 라디오에서는 약과 질병에 대한 상식을 전하고, 신문에는 바이오산업과 의료정책에 대한 글을 쓰다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어요. 복잡한 의료와 보건, 바이오산업 이슈를 차분하게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외주화된 돌봄의 그늘, 간병 학대


지난 연재를 통해서 돌봄 시설부터 인력, 비용까지 살펴보았는데요. 돌봄 관련해서는 이것들 외에도 고민해야 할 것이 정말 많고, 그중엔 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불안감도 포함되죠. 바로 종종 뉴스에도 보도되는 ‘간병 학대’의 피해자가 혹시 내 가족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에요.


특히 노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학대가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살펴보면, 요양원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신고는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74% 증가했고, 요양병원에서의 노인 학대 신고는 같은 기간 32% 증가했어요.


치매 등의 질환으로 인해 당사자조차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는 암수(暗數) 범죄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은 통계 숫자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도 간병 학대에 관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하는 대책이 조금씩 엇나간 모습이에요.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간병비를 국가가 지원하면, 간병 학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을 폅니다. 이에 노인복지중앙회는 ‘간병비 급여화를 안 해주면 계속 구타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라는 날 선 반응을 내놨죠. 


자격 갖춘 간병인이 해법?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방안은 간병인에게 교육을 제공하자는 겁니다. 앞선 연재에서도 다루었듯이 지금은 자격 없이도 간병인 일을 할 수 있는 게 사실이에요. 이런 ‘무자격 간병인’이 간병 학대 등 문제로 이어지니, 우선은 간병인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걸로 첫걸음을 떼보자는 건데요. 여기서 조금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의사나 간호사, 약사와 같은 전문적인 보건 인력이 직업윤리에 반하여 환자를 학대하거나 약물을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극히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더 높은 수준의 도덕 교육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각 전문직 직업 수행에 필요한 ‘면허’가 정지되거나 박탈되어 더는 직업을 유지할 수가 없어지는 점이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어요.


간병인의 경우를 볼까요? 간병인이 의무적으로 교육을 거친다면 당연히 여러모로 이전보다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문제는 간병인이 직접적인 ‘학대’나 돌봄을 게을리하는 ‘태업’을 저질렀다 적발된다고 해도, 다른 돌봄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자격을 갖춘 사람만 상업적 돌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자격을 박탈해 배제하는 규제가 동시에 필요한 이유예요.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예요. 국내에서 간병이 이루어지는 구조를 보면, 애초에 간병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 이상으로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거든요.


‘공동간병’이라는 험한 구조


지난 글에서 간병비에 관해 설명하며, ‘공동간병’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잠시 언급했습니다. 하루 12만 원 정도인 간병인의 인건비를 환자 한 명이 혼자서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병실을 나눠 쓰는 여러 명의 환자가 그 비용을 각출해서 부담하는 방식인데요. 일반적인 요양병원이 6인실이니, 공동간병 병실에 입원하면 인당 하루 2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간병비만 내면 돼요. 


그런데 관점을 바꿔 이 상황을 다시 살펴볼게요. 정말 간병인 한 명이 환자 여섯 명을 볼 수 있을까요? 물론 돌봄 인력 한 명이 돌봄 대상자 몇 명을 담당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정답은 없습니다. 인력의 숙련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고, 돌봄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다만 주요 선진국에는 이 문제에 대해 나름의 기준이 있어요. 해외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간병이라 불리는 환자 돌봄 업무도 같이 수행하고 있는데, 그 기준이 평균적으로 4명 정도예요. 우리나라 요양시설에서는 돌봄 인력이 선진국 기준으로 적정 인원을 넘는 돌봄 대상자를 매일 보고 있는 겁니다.


돌봄 노동은 노동자가 업무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통제권이 주어지지 않은 채, 피크 시간이나 한가한 시간이라는 개념조차 없이 고강도 노동이 업무시간 내내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정말 ‘제대로’ 돌봄을 하려면 환자 서너 명도 벅찬데, 돌볼 사람이 그보다 두셋이 더 있으니 하루 내내 대부분 사람의 체력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게 돼요.


그런 상황에서 유독 행동이 과격하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가 있으면 간병 학대 문제에 있어 더욱 취약한 상황이 돼요. 처음엔 말로 타이르다, 점차 폭언이 나오고, 나중엔 폭행이나 학대에 가까운 결박까지 이어지는 것이 간병 학대의 비극적이고도 흔한 수순입니다. 


당연히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가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만 자는 요양병원 환자들


요양시설들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그냥 뒀다가는 돌봄 노동자도 계속해서 감당 못 할 노동환경에 노출되고, 그런 업무환경이 이어지면 환자가 고통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렇다고 간병인을 추가로 투입하기엔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찾은 해법 아닌 해법이 환자에게 신경안정제를 먹여 밤낮 없이 잠을 자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간병인은 돌봄 강도가 줄어들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스스로나 간병인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환자의 건강은 나빠지게 되죠.


인체는 꾸준히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게 되어 있어요. 조금이라도 움직이며 재활하는 노인들은 근육량을 유지하고, 걷는 능력도 보존할 수 있지만, 하루 내내 침대에 누워만 있는 분들은 점차 근육이 소실되고 말아요. 얼마 못 가 스스로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그때부터는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누워서만 지내셔야 하는 거죠. 어르신들 사이에 퍼져 있는 ‘한번 요양병원에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온다’는 인식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입니다. 돌봄 노동자를 추가로 투입한다면 저런 문제도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간병비 문제로 부득이하게 ‘공동간병’을 택하는 상황을 과연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요. 돌봄을 사회화하고, 간병비에 대한 국가 개입하는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워요.


간병 학대를 막으려면


살펴본 것처럼 간병 학대는 단순히 ‘나쁜 간병인’ 때문에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학대 문제는 돌봄 시설에 있는 환자들 삶의 질과 건강 회복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 정말 굉장히 복합적인 이슈에요. 사회적으로 필요한 조치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나누어서 살펴볼게요.


첫 번째는 사회적인 접근으로, 간병과 같은 돌봄 영역에 ‘적정 인력 기준’을 만들어야 해요. 돌봄 노동자가 최대 몇 명의 돌봄 대상자를 돌볼지를 정하는 거죠. 

  • 우리나라는 전문 의료인인 간호사에 대해서도 인력 기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 한동안 쟁점이 됐던 ‘간호법’이 이런 개선을 이끌 수도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법안 도입은 무산됐어요
  • 둘 중 어떤 분야에 먼저 규정이 생길 수는 알 수 없지만, 돌봄과 간호 영역 모두에서 적정 인력 기준을 세우는 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개인적인 접근입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서는 요양병원의 ‘등급’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만약 가족분을 요양병원에 모시려고 한다면, 이런 정보를 미리 한번 확인해서 혹시나 모를 간병 학대에 대한 염려를 조금이나마 더실 수 있을 거예요. 


공동간병은 이미 구조적으로 모든 간병 대상자가 필요한 만큼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최대한 이것이 내 가족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살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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